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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액상 담배, 청소년 금연 정책의 새 위기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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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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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은 여전히 국내 사망의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히며, 실제로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개인 건강뿐 아니라 사회ㆍ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특히 흡연자의 약 3분의 2가 19세 이전에 주기적으로 담배를 피웠다는 점에서 청소년 흡연은 심각하다.

여기에 액상형 전자담배의 등장으로 청소년 흡연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에 비해 냄새도 적고, 어른들 몰래 휴대하기도 편하다. 특히 다양한 가향 물질로 원하는 맛과 향을 선택할 수 있어 청소년들을 더욱 유혹한다.

2023년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연초 흡연율은 4.3%, 전자담배는 5.2%로 전자담배를 더 많이 사용했다. 또 청소년 흡연의 약 70%가 가향 담배로 시작했는데, 가향 담배 종류별로는 ‘액상형’이 무려 85%를 차지했다. 결국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 흡연을 부추긴다고 볼 수 있다.

또 14~18세 청소년 흡연 경험자 2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담배 선택 시 맛과 냄새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담배 구매 경로는 주로 친구나 편의점이었지만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경우 온라인 구매 비율이 높았다. 이들은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자신과 타인의 건강에 덜 해롭고, 사회적 이미지도 더 나은” 것으로 평가했다.

청소년 흡연은 친구나 부모 등 사회적 관계와 개인의 심리 건강과도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었다. 연초 흡연자의 경우 주변 친구의 영향이 컸지만,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불안, 우울 등 부정적 심리 상태와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또 금연 광고 캠페인은 실효성이 여전히 낮았다. 청소년 흡연자의 40% 이상이 금연 캠페인을 기억하고 질병의 위험을 느꼈지만 실제 금연을 계획하거나 실천한 비율은 25% 안팎에 그쳤다. 이는 금연 캠페인이 청소년 금연을 유도하는 데 충분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청소년 흡연자는 “담배의 유해성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답하면서도 정작 담배 정보를 얻는 출처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흡연을 하는 주변 친구였다. 정확하지 않은 출처를 통해 얻은 정보를 상당히 신뢰하는 것이다.

결국 청소년 흡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보다 실효성 있는 규제 정책과 금연 캠페인이 필요하다.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라는 확실한 메시지와 함께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캠페인을 고민할 때다.
한국일보

성용준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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