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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스타트업 리포트] "개인도 온실가스 감축 참여하자" 온실가스 배출권 장터 만든 박성훈 윈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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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온실가스 배출권 판매하는 온라인 장터 개설
배출권 이월 제한한 정부 정책 개선 필요

내년 2월부터 국내 온실가스 감축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정부가 내년 2월 7일부터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중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동안 허가받은 중개회사만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중개할 수 있었으나 여기에 금융기관을 포함해 배출권 거래를 넓힌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 거래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개인 참여가 허용되면 주식처럼 만든 탄소 배출권을 증권사를 통해 사고팔 수 있다.

2015년 국내 도입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에서 기업에 할당한 온실가스, 즉 탄소 배출권을 사고파는 제도다. 기업은 정부에서 할당받은 배출권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데 모자라면 배출권을 더 사야 하고 남으면 배출권을 팔 수 있다.

정부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확대하는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할당한 배출권 거래만으로는 국가의 감축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다. 이를 확대하기 위해 등장한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윈클이다. 박성훈(53) 대표가 2022년 창업한 윈클은 기업과 개인이 온실가스 감축에 일조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를 제공한다.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박 대표를 만나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들어 봤다.
한국일보

박성훈 윈클 대표가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도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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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장 보듯 온실가스 배출권 구입


박 대표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인하고 감축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컨설팅 서비스 '윈클 모니터링'과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 '윈클 탄소 크레딧 마켓'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인터넷에서 월 이용료를 내는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윈클 모니터링이다. 윈클 모니터링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연료, 전력 소모량 등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 준다. "기업에 필요한 것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에요.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아요. 윈클 모니터링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인하고 감축 프로그램 운영과 보고서까지 만들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돕죠."

온라인 장터는 기업에 자율 배출권을 판매한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권은 할당 배출권과 자율 배출권 두 가지로 나뉜다. 할당 배출권은 정부에서 감축량을 정해주는 것이고 자율 배출권은 기업이 알아서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주도하기 위해 자율 배출권을 국가 감축목표에 포함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바람에 국가의 감축 목표에서 자율 배출권이 제외됐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서는 기업 간 자율적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위한 장터가 활성화됐으나 국내는 그렇지 못하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할당 배출권에 한해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자를 법으로 정해 놓았으나 자율 배출권은 누구나 거래를 중개할 수 있다. 이를 눈여겨본 박 대표가 자율 배출권 거래를 위해 온라인 장터를 만들었다.

배출권 사업에도 직접 투자


박 대표는 해외 기후기술 업체들이 갖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해 기업에 판매한다. "해외 기후기술 업체들은 나무를 심고 풍력 발전을 하는 등 환경사업을 벌여 온실가스 배출권을 비축해요. 이를 사들여서 판매해요. 기업은 가격이 각기 다른 배출권 목록을 보고 기업 정체성에 맞는 상품을 고르면 돼요. 앞으로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권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개방형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배출권의 품질이다. 배출권에도 불량품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증기관의 품질 보증 문서가 있는 배출권을 구입해야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호주의 베라, 골드 스탠더드 등 세계적 인증기관에서 인정한 온실가스 배출권을 판매해요. 이런 곳들의 인증 문서를 함께 공개하죠."

이를 위해 박 대표는 오대균 서울대 에너지신산업 객원교수를 최고탄소배출권책임자(CCO)로 영입했다. 창업 멤버인 오 교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탄소시장 감독기구의 아시아 대표를 맡고 있는 전문가다.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방법을 연구하는 오 교수 등 전문가들이 배출권 품질을 확인하고 각 기업의 정체성에 맞는 배출권 연결 프로그램을 개발해요."

현재 윈클이 보유한 온실가스 배출권은 수천 톤 규모다. 이 가운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000톤 규모의 배출권을 세계적 제약회사 HLB와 정보기술(IT) 기업 NHN 등에 판매했다. "수천 톤 규모의 자율 배출권을 판매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입니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직접 참여한다. "직접 30개 배출권 개발 사업에 투자해 3메가톤의 배출권을 확보했어요. 대기업들이 배출권 개발 방법을 많이 문의해 컨설팅도 해줘요. 같은 나무를 심어도 유칼립투스와 대마가 빨리 자라 배출권 확보에 유리한데 기업들은 이런 내용을 몰라요."

의미 있는 것은 내년에 도입하는 개인의 온실가스 배출권 참여 사업이다. 박 대표는 '윈클 리워드' 제도를 통해 개인이 온실가스 배출권에 참여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윈클 리워드란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권과 연결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개인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게임과 함께 실시한 '지구지키미 포커베어'가 대표 상품이다. 한게임 이용자가 온실가스 배출권과 연결된 게임 아바타를 구입하면 한게임에서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임 아바타 구입자들은 1인당 게임을 5,000시간 하면 발생하는 분량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어요. 한게임은 윈클 리워드를 통해 1,500톤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했죠."

이를 통해 박 대표는 기후 위기가 개인도 관련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릴 생각이다. "기후 위기는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금방 바로잡을 수 없어요. 지금의 노력이 20, 30년 뒤 결실을 보는 것이어서 그만큼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결국 개인과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로 연결된 셈이죠."
한국일보

박성훈 윈클 대표는 기후기술업체들이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 확보한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들여 기업들에게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이를 통해 세계적 제약회사 HLB와 NHN 등 여러 기업이 수천 톤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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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온실가스 배출권도 확보


박 대표가 기존 통념을 뒤집은 것은 해외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7월 캄보디아에 출장을 다녀왔다.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타는 툭툭이라는 택시형 삼륜 오토바이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캄보디아 1위 보험업체 포르테, 내연기관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바꿔주는 블루윙모터스와 손잡고 온실가스 배출권 협력을 맺었어요. 국내 기술로 해외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죠."

툭툭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내연기관을 전기 오토바이로 바꿔야 한다. 문제는 전기 오토바이 교체비를 할인받으려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증명해야 한다. 개인이 이를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연기관 오토바이에 주행 거리로 연료 소모량, 곧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OBD라는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보험사 포르테는 관련 보험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블루윙모터스는 전기 오토바이 교체를 진행하며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관리해요."

박 대표는 일련의 사업을 통해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는 미국 벤처투자업체 500글로벌에서 초기 투자에 필요한 비용 8억 원을 받았다. "아직까지 매출을 공개하기 이르지만 내년 10억 원의 매출 목표를 갖고 있고 후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계획입니다."
한국일보

윈클의 온라인 장터에 올라온 각종 온실가스 배출권 상품들. 윈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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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 바꿔야 한다


원래 박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23년간 휴대폰을 개발했다. 광운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삼성전자 통신연구소에 입사한 그는 일반폰 개발부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나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전자공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며 1999년 그래피딕스라는 일종의 컴퓨터 그래픽 업체를 창업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물의 움직임처럼 컴퓨터로 유체역학을 표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회사였어요. 기술은 좋았지만 시장을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돈을 벌지 못했죠."

2년 만에 회사를 매각하고 돌아와 다시 삼성전자에 들어갔다. 그때 휴대폰을 개발한 무선사업부에서 블록체인 등 신사업을 개발하는 일을 맡았다. 이후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알아보던 중 오 박사를 만나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박 대표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 유도하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이월을 제한한 것을 문제로 짚었다. 배출권 가격에만 집중해 이월을 제한하면서 기업들이 남은 배출권을 팔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 바람에 배출권 가격이 폭락한다. 정부가 발표한 배출권의 톤당 평균 거래가격은 2020년 3만411원에서 2022년 2만2,370원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자발적 저감 노력보다 값싼 배출권 구입에 관심을 갖는다. "해외는 배출권이 남으면 내년으로 이월해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배출권 이월을 제한해 가격이 폭락해요. 이에 환경부에서 최저가격 거래제를 또 만들었죠. 이런 방향으로는 국가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요."

이런 폐해를 막으려면 정부가 할당 배출권과 자율 배출권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시각이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자율 배출권까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포함시켜야 해요.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할당 배출권과 자체 시장 기능을 하나로 합쳐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것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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