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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논설위원의 단도직입]“과거와는 다른 김정은, 다른 트럼프…북·미 직접대화 당장은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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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향신문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지난 20일 서울 연세대학교 연희관에서 트럼프 정부의 외교 정책과 한국 정부의 상황과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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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를,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1차관을 역임한 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복직했다. <평화의 힘: 문재인 정부의 용기와 평화 프로세스에 관한 기록> 등의 저서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펴낸 외교안보 분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 대담자로 참여했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무를 담당했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재당선돼 미국은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롤러코스터를 타던 시기 1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해본 최 교수는 트럼프 체제의 속성을 외교 최일선에서 직접 경험한 학자이다.

최 교수는 “트럼프가 1기 때처럼 당장 북한과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속히 성과를 낼 수 있는 우크라이나전 종전에 집중할 거고, 한반도 주변 정세도 북·미 대화가 쉽지 않은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국에는 북한 문제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을 바란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북·미 대화가 급물살 탔던) 2017·2018년의 잔상을 걷어내야 된다”면서 “그때와는 다른 김정은이고, 다른 트럼프”라고 했다.

최 교수 역시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인상 등 각종 청구서를 내밀 것이고, 통상 문제도 한국을 거세게 압박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과도한 분담금 인상 요구 등에는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확실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통상 압력에는 “한국이 미국에 엄청난 투자를 해서 많은 고용효과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확실히 부각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주지사나 지역 의원, 주민들을 상대로 다층적인 외교를 벌여 미국 내 지역 정치에 적극 관여하고, 미국과 협상할 때는 서로 다른 이슈를 섞어 거래하려 들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얼마 전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를 지연시키려고 경북 성주 사드 포대의 미사일 교체 관련 정보를 지역 주민들과 중국 측에 유출했다며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4명의 수사를 대검찰청에 의뢰했다. 최 교수는 “중국 측에 정보를 유출했다는 건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것들을 외교적으로 소위 면피하기 위해 알려준 경우였던 걸로 보이고,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도 현장에서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당연히 해야 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0일 연세대 사회과학대 교수연구실에서 최 교수를 만났다.

트럼프, 조속한 성과 낼 수 있는 우크라이나전 종전에 집중 예상
한반도 주변 정세 요동…김정은의 전략적 선택도 푸틴에게 가 있어

방위비분담금 더 주면 통상적으로 잘해주겠지라는 생각은 금물
미국이 강하게 압박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확실하게 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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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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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차분하고 생각 매우 빨라

- 정상외교 현장에서 본 트럼프는 어떻던가요.

“차분하고 생각이 매우 빠릅니다. 방위비 분담금, 통상 협상, 북핵 문제를 오가며 한국을 압박할 때와 협조를 구할 때를 명확하게 알죠. 그의 템포에 말려들면 우리의 이익을 지킬 수 없어요. 때로는 무례하지만 원칙과 국익을 지키려는 상대방 정상에게는 예의를 지켜요. 그는 정상회담 현장에서 자신의 통상·외교·국방 각료에게 발언을 유도하는 질문을 흔히 합니다. 충성심을 테스트하려는 의도도 있죠. 질문받은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보다 상대방을 더 세게 압박해요. 우리 장관들도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겁니다. 환심을 사려고 기교 부리는 것보다 우리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는 게 좋아요. 트럼프는 환심을 구하려는 자에게 환대로 보답하지만 반드시 자기 요구를 관철하려고 해요. 그의 외교적 환대는 그것대로 즐기되, 우리 국익을 지키려면 바짝 정신 차려야 해요.”

- 2기 트럼프 행정부 등장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당장은 큰 임팩트가 없을 거라고 봐요. 트럼프 1기와 2기를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본적인 구조가 달라요. 1기 때는 재임을 고려해 8년 타임 프레임이었다면 이젠 4년 타임 프레임이고, 2026년 11월 중간선거가 있으니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려고 할 거란 말이죠.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우크라이나전의 정치적 해결에 집중할 걸로 봅니다. 작년에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복귀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얘기해봤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북한 관련 브리핑은 직접 꼼꼼히 챙겼다고 해요. 북한에 관심은 있다는 거죠. 그러나 1기 때처럼 당장 북한과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봐요.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발발했고 북·러, 한·러 관계도 달라졌고,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도 지금은 푸틴에게 가 있죠. 다만 트럼프가 SNS를 통해 김정은과 교신하는 일은 있을 수 있겠죠. 미국의 대북 레토릭도 좀 완화될 거고요.”

- 한국에 대해선 어떻게 나올까요.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관은 국익을 확대하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동맹을 보는 것인데, 트럼프는 동맹을 부담으로 보고 비용 정산을 요구할 거예요.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 한·미 연합훈련 비용 같은 것을 많이 요구할 겁니다.”

- 주한미군 철수 문제도 거론할까요.

“블러핑 카드로는 사용할지도 모르겠어요. 문재인 정부 때도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흔들긴 했으나 실효성이 없었어요. 당장 미국 내부의 반대가 상당히 강할 거란 말이죠. 또 그렇게 하기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시간이 별로 없기도 하고요.”

- 대북정책 기조는 어떻게 전망합니까.

“톱다운식 접근은 유효할 거라고 봐요. 트럼프 자신의 강점을 나타낼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또 김 위원장과 세 번 만났고 10여차례 친서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김 위원장과의 친소관계를 얼마나 활용할지는 두고 봐야죠. 중재자나 거간꾼이 없는 상황에서 북·미가 얼마나 직접적으로 대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국엔 북한 문제 때문에 트럼프의 귀환을 바란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2017·2018년의 잔상을 좀 걷어내야 돼요. 그때와는 다른 김정은이고, 다른 트럼프예요.”

- 북·미 정상회담을 말하는 건 매우 이른 얘기겠군요.

“그 얘기를 하는 건 한국 사람들밖에 없는 것 같아요.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 해도 김영삼 정부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 거예요. 통미봉남은 절대 안 된다고 북·미 회담을 뜯어말렸잖아요. 지금 김 위원장은 죽었다 깨어나도 윤석열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거 아닙니까.”

워싱턴 입장에선 서울은 전략적 가치 없어

- 정부를 패싱하고 북한과 대화할까요.

“베이징과 대화하지 못하는 서울, 남북 대화가 없는 서울은 워싱턴 입장에서 전략적 가치가 별로 없어요. 한국은 지금 러시아와는 거의 절교 상태고, 한·중관계는 살얼음판이고,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됐잖아요. 이건 워싱턴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에게 들을 얘기가 없다는 뜻이에요.”

- 북·미 대화 전제조건은 무엇일까요.

“군축을 논의할 거다, 핵 감축을 논의할 거다, 핵 동결을 논의할 거다, 이런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그런 거 안 할 거예요. 김 위원장 입장에선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핵의) 바겐세일을 세게 했는데 팔리지가 않았어요. 트럼프에 대한 불신의 벽이 상당히 높을 거예요. 북측은 그걸 녹이기 위한 미국의 선제적 행동을 기대할 겁니다. 경제제재 해제라든가 한·미·일, 한·미 간 진행되는 연합훈련 중단, 이런 것들이겠죠.”

- 북·미 핵협상의 쟁점은 뭘까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은 없어요. 북한이 하노이 회담 때 논의됐던 ‘영변 핵시설+알파’에서 영변보다 더 큰 알파를 줄 수 있을지가 중요해요. 강선 핵시설은 하노이 회담 때 문제가 크게 됐던 건데, 북한이 그걸 이번에 공개해버렸어요. 이제는 북한이 영변·강선 등 미래 핵(핵시설)에 더해 현재 핵(핵탄두·핵물질) 같은 그 이상의 알파를 내놓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협상이 될 겁니다.”

- 혹여 딜이 된다면 빅딜이 될 거라는 얘기로군요.

“그래야 트럼프도 ‘나쁜 거래보다 거래 안 하는 편이 낫다’고 했던 자국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겠어요? 북핵 협상은 북한이 부동산과 동산을 내놓고 상대는 약속어음을 지불하는 구조예요. 한·미 연합훈련 안 할게, 경제제재에서 빼줄게, 북·미관계 개선해줄게 이런 건데, 이건 다 가역적인 거란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하노이 협상 때보다 (북핵 가격이) 더 비싸져서 트럼프가 소위 얼마나 담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느냐,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가 변수겠죠.”

-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남북 대화를 터야죠. 대북 제재 구조가 워낙 강해 경협은 쉽지 않고, 문화교류 이런 건 북한이 원하지도 않아요. 접경지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남북군사합의서 복원과 대남·대북 방송, 쓰레기·전단 풍선 부양의 상호 중단을 위한 군사 분야 대화를 제안해야겠죠.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다 우발적으로 소규모 교전과 같은 충돌이 나면 미국이 우리 정부를 뜯어말릴 거예요. 그건 우리에게 상당히 굴욕적일 수 있는 건데, 그러기 전에 선제적으로 방지해야죠. 또 그런 것이 미국에 팔려요. ‘너희들이 북한과 큰 얘기를 할 수 있게 재래식 군비통제는 우리가 잡아주고 있다’고 하면 우리 역할론이 부상하죠. 우리가 9·19 남북군사합의로 지향한 것도 그런 것이었고요.”

- 주한미군 비용 분담금을 과도하게 올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은 그냥 행정명령 체계이고, 우리는 국회 비준 사안이에요. 방위비 분담금 최종 결재자는 국회라는 뜻이죠. 이런 점을 들어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확실히 얘기해야 돼요. 원칙적으로 나가야 합니다.”

- 문재인 정부 때는 어땠습니까.

“문 대통령과 트럼프가 북한 문제는 세게 협력했고 역할도 분담했어요.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우리가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고, 협상이 깨지기도 했죠. 트럼프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낙선한 것을 가장 좋아했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이라고 얘기할 정도였어요. 우리는 분담금을 충분히 주고 있어요. 그런데도 전략자산 전개 비용, 한·미 연합훈련에 소요될 이런저런 인건비를 달라고 하면 주한미군 정체성은 용병이 돼 버리는 거예요.”

파병 북한군, 결국 러시아에 복속된 용병

-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거래주의적 외교를 표방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가치외교’ 노선이 유효할까요.

“처음부터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면 안 되는 거였어요. 트럼프나 그 주변 사람들은 국제정치를 양자관계 중심으로 봐요. 이들이 양자관계 질을 따지는 기준은 미국에서 돈을 얼마나 벌어 가느냐는 거예요. 우리가 미국 상대로 돈을 많이 벌고 있으니까 통상 영역도 엄청난 압박이 들어올 거예요. 거기에 대고 한·미는 민주주의 동맹이다, 혈맹이다, 이런 얘기해도 먹혀들지 않죠.”

-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결을 공언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즉각 달려들 거예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내줘야 할 군수물자가 70조원이 좀 넘어요. 미국 경제도 안 좋은 상황에서 왜 저렇게 도와줘야 하느냐는 미국 내 여론이 강해요. 젤렌스키의 메시지가 변화하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얼마 전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트럼프만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냈고, 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내년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죽어라 전투하는 걸 보면 6·25 전쟁의 마지막 한 해를 보는 것 같아요. 결국 트럼프가 내놓을 평화안이 중요하겠죠.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 좀 떼어주고, 향후 20년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허용하지 않되 우크라이나가 자체 무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정도의 절충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북한은 왜 파병했을까요.

“파병된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을 입고 있어요. 작전 통제 체계가 러시아에 복속돼 있는 걸로 보입니다. 결국 용병이라고 봐요. 그걸 통해 북한이 전투 경험을 쌓는 게 잠재적 위협일 수 있지만 그 위협이 현실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테고, 러시아도 첨단 군사기술의 방어기제가 강해 그걸 함부로 북한에 주지는 않을 거예요.”

-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신중히 관망해야죠. 그러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해 이런저런 정치적 노력을 할 때 우리가 지지 성명 내고 그러면 되는 거죠. 한·미 동맹에 입각해 그렇게 하면 트럼프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중요한 플러스 포인트가 될 거예요.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해주고 러시아와의 관계도 개선해야 하고요.”

-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규정합니까.

“문재인 정부와의 무조건적인 차별화, ‘Anything But Moon’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모든 걸 ‘기승전-검찰’의 잣대로 보죠. 대북정책에 소위 사법적 잣대를 계속 들이대면 한반도 현상 변경을 누가 추진할 수 있을까요. 한때는 종전선언을 꿈꿨고 남북이 비핵화를 논의했는데, 지금은 오물 풍선 같은 것들을 걱정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어요. 개탄할 노릇이죠.”

임종석 ‘평화적 두 국가론’은 실용적 화두

- 얼마 전 감사원이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4명의 수사를 대검에 의뢰했습니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지연시키기 위해 사드 포대 미사일 교체 정보를 성주 주민들과 중국에 유출했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를 철회한 적 있습니까? 중국 측에 정보를 유출했다는 건 정황상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것들을 외교적으로 소위 면피하기 위해 알려준 경우였던 걸로 보여요. 그게 문제가 되나요? 박근혜 정부에서 성주 사드 배치 문제를 물려받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현장에서의 사고 방지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지역 주민들과 실무적으로 협의하고 논의해야 했고요. 미국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적도 없는 걸로 알아요.”

- 문재인 정부는 북·미 대화의 중재자·촉진자를 자임했지만 북·미 협상은 깨졌고 남북관계도 얼어붙었습니다.

“우리가 7부 능선까지 올라갔다고 봅니다. 그 정도 실력밖에 없었던 거죠. 몇가지 후회스러운 부분은 있어요. 하나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었을 때 (북측의 정확한 의중 파악을 위해) 김 위원장에게 왜 남북정상회담 정도의 제안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거예요. 또 북한은 핵 협상을 통한 안전보장 같은 큰 그림을 원했어요. 그러나 우리는 남북 경협이나 문화교류 쪽에 상대적으로 많은 자원을 투입했죠.”

그의 말이 이어졌다.

“2018년 고속도로에서 고속 주행하는 것처럼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건 그전에 아무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에요. 거기에 대한 지식이 우리에게 생긴 거죠. 그리고 진보진영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게, 정부 안에 들어가서 보니 미국의 협력과 협조 없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분명해요. 결국 미국의 협조를 받거나 아이디어를 우리가 얼마나 주입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거예요. 24시간 북한 문제 생각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잖아요.”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평화적 두 국가론’을 제기했어요.

“임 실장 주장은 세 가지로 압축돼요. 첫째, 평화가 우선이다. 둘째, 지금 젊은 세대가 통일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셋째, 헌법상 문제가 있는 건 개헌해서 고치자. 저는 임 실장이 실용적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해요. 통일에 대한 강박관념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는 거죠.”

- 끝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해본 경험자로서 윤석열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첫째, 우리의 가치가 미국의 가치라고 이야기해야 해요. 한국이 미국에 엄청난 투자를 해서 많은 고용효과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확실히 부각시켜야 해요. 둘째, 미국 주지사나 지역 의원, 주민들을 상대로 다층적인 외교를 해야 해요. 워싱턴도 워싱턴이지만 지역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는 거죠. 셋째, 원칙은 원칙대로 지켜야 해요. 상대가 거래주의적으로 나간다고 우리도 그래선 안 돼요. 방위비 분담금을 과도하게 올려달라고 하면 ‘너희들 그러면 용병 된다’는 식으로 대응해야 해요. 넷째, 이슈를 섞으면 안 돼요. 우리가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주면 미국이 통상적으로는 잘해주겠지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라는 거죠. 미국 사람들은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예요. 이슈를 분리해서 대응해야 해요.”

경향신문

정제혁 논설위원


정제혁 논설위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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