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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받아도 박수 받지 못할 것 같은데…" 박찬호가 '2년 연속 수비상' 수상에도 웃지 못한 이유 [KBO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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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의 'V12에 기여한 박찬호(KIA 타이거즈)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KBO 수비상 유격수 부문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의미 있는 상을 받고도 활짝 웃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박찬호는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시상식에 참석해 수비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KBO 수비상은 지난해 신설됐으며,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수비 지표(25%)와 구단별 투표인단(감독 1명, 코치 9명, 단장 1명)의 선정 투표(75%)를 거쳐 각 포지션별 1명, 총 9명의 수상자가 결정됐다. 수비상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200만원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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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오지환(LG 트윈스)과 함께 이 부문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박찬호는 올해 투표 점수 67.5점, 수비 점수 22.5점으로 총점 90점을 기록하면서 오지환(82.5점)과 박성한(SSG 랜더스·89.75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단상에 오른 박찬호는 "다른 팀 구단 관계자들께서 투표해 주시는 상이니까 다른 팀 관계자들께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뜻깊게 생각한다. 투표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한 시즌 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떤 상황에도 끊임없이 믿고 기용해 주신 감독님, 코칭스태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족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박찬호는 "어떤 힘든 일에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날 건강하게 낳아주신 어머니, 아버지께도 감사드린다. 또 집에서 보고 있을 아내, 예쁜 딸들 덕분에 힘을 내고 끝까지 힘을 내서 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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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도(1042⅔이닝)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박찬호의 2024시즌 수비이닝은 1120⅓이닝으로, 박해민(LG·1127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내야수로 범위를 좁히면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진 박찬호였다.

시상식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난 박찬호는 "(수상자가 결정됐다고) 미리 이야기를 듣는데, 수비상을 받는다고 들었을 때 '됐다' 싶었다. 내심 기대했다. 지난해보다 높은 점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인정받고 싶었다. 투표 점수가 잘 나온 게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또 박찬호는 "개인 지표는 만족한다. 이 성적에 만족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지난해보다는 발전했으니까 만족하는 것 같다"며 "솔직히 wRC+(조정 득점 생산력)처럼 상대적인 지표 같은 걸 신경 쓰면서 야구할 순 없다. 내가 올릴 수 있는 지표들이 있는데, 그런 지표가 지난해나 재작년보다 훨씬 더 올라서 만족할 수 있는 것"이라고 2024시즌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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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팀 모두 얻은 게 많은 시즌이었고, 만족도도 높다. 그런데 박찬호의 마음이 편치 않은 건 바로 골든글러브 때문이다. 골든글러브에 관한 질문을 받은 박찬호는 "난 가만히 있고, 골든글러브에 대한 인터뷰를 한 적도 없다"며 "솔직히 잘 모르겠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개최되는 가운데, 올해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포지션은 바로 유격수다. 박찬호와 박성한의 2파전이다. 박성한이 박찬호보다 더 많은 홈런과 높은 OPS(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두 선수 모두 타격이나 수비 성적에서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만약 투표인단이 팀 성적에 무게를 두고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박성한보다 박찬호의 수상 가능성이 좀 더 높다. 그동안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우승 프리미엄'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꽤 있었다. 지난해 유격수 부문이 그랬다. 오지환과 경쟁을 펼친 박찬호는 120표를 획득하면서 선전했지만, 오지환(154표)에 밀려 골든글러브 수상에 실패했다.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오지환이 좀 더 많은 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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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는 지난해 자신이 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들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모았고, 2위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박찬호는 "솔직히 (상을) 받지 못할 걸 알았다. 박수 받을 수 있는 2등이었으니까 구단에서 처음에 (시상식 참석을) 제의했을 때 흔쾌히 받아들였고, (오지환을) 축하해주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제는 정반대의 입장이 된 박찬호다. '우승팀 유격수'로 데뷔 첫 골든글러브 수상을 바라본다. 시상식이 다가올수록 팬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박찬호 입장에서는 기대보다 걱정이 더 크다. 박찬호는 "올해는 상을 받더라도 박수를 받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라며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관심을 받는 건 사실이다. 내 이야기에 대해서 반감을 가진 사람도 많고, 이해한다"고 전했다.

자신도, 자신의 가족도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박찬호의 이야기다. 그는 "난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 게 화제가 되는데, 그러다 보면 상처를 받는 건 나와 내 가족들"이라며 "시즌 중에 인터뷰를 하다가 골든글러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받으면 좋은데, 아직 시즌 중이니 시즌 끝나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 정도로만 이야기했다. 확실하게 해주셨으면 한다. 난 단 한 번도 뭔가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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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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