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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드라마 흥행 공식 된 '황금 조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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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채·현봉식 등… 드라마 주연 못지 않은 존재감 과시
OTT 등으로 조연·단역 배우들의 조명과 발굴 더 쉬워져
배우 몸값 양극화 현상 하나의 해결 방안 될까
한국일보

배우 정은채는 드라마 '정년이'에서조연 문옥경으로 분했다.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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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의 주연 캐스팅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좋은 조연 배우는 드라마의 '킥'이 된다. 각자 신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황금 조연들의 활약은 늘 중요한 포인트다. '정년이' '열혈사제2' '나의 해리에게' 등 주연급 조연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호연들이 드라마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들에서 활약하는 조연들을 보면 작품을 이끄는 주역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다. 분량과 관계없이 해내야 하는 역할 이상을 하면서 신을 촘촘하게 채운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한 장면이라도 허투루 흘리지 않도록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조연들의 몫이다. 지금은 흔한 수식어인 '명품 감초'라는 말은 사전적 어미 그대로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을 한껏 드러낸 배우들에게 붙는 최상의 극찬이다. 주인공이 서사를 이끌면서 무게감을 불어넣는다면 조연들은 이야기의 완급 조절, 나아가 톤과 분위기 밸런스까지 잡는 역할을 한다. 요즘 흥행하는 드라마들에는 모두 '명품 감초'들이 존재한다.

가령 극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인 빌런이나 주인공을 든든히 서포트하는 조력자가 빠진다면 이야기의 만듦새는 허술해진다. 건물의 골격에 살을 보태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웰메이드 드라마들이 탄생할 수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열혈사제2'의 서현우는 남부지청 부장검사 남두헌으로 분해 김홍식(성준)과 손을 잡으며 악인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짜는 남두헌으로 인해 김해일(김남길) 구대영(김성균) 등 구담즈에게 위기가 도래한다. 악인이 더욱 비열하고 치밀해질수록 히어로의 활약이 부각되기 때문에 앞으로의 서사는 더욱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한국일보

현봉식이 출연하는 티빙 오리지널 '좋거나 나쁜 동재'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스폰검사라는 오명과 지난 날의 과오로 앞날이 깜깜해진 청주지검 서동재(이준혁) 검사가 재개발, 여고생 살인 등의 사건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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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는 현봉식이 서동재(이준혁)와의 미묘한 공조로 보는 재미를 끌어올렸다. 극중 조병건(현봉식)은 서동재의 대립각에 서 있다가도 같은 편이 되곤 해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했다. 앞서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이준혁은 "극중 서동재의 주변이 빛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송 후 현봉식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은 것이 뿌듯했다. 사실 조병건은 초엘리트에 멋진 설정인데 현봉식은 스테레오를 깼다. 그의 연기를 보며 존경심이 생겼다. 현장에서 배우라는 존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번에 느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지금은 조연으로도 충분히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정호연은 강렬한 활약을 펼치면서 단숨에 세계적인 배우가 됐다. '오징어 게임' 공개 당시 신인 배우였던 정호연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 '누군가 알고 있다'에서 케이트 블란쳇과 함께 호흡하는 글로벌 스타가 됐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배우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이다.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다시 보기 기능 등이 활성화되면서 주연에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꽉 채우는 연출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더 좋은 호평을 받고 있다. 단역이어도 임팩트만 남긴다면 온라인 상에서 재평가되며 시청자들에게 발굴된다. 배우들에겐 스스로를 증명할 기회는 더욱 늘었다. 이에 기성 배우들도 특별 출연 등으로 존재감을 피력하는 방식을 찾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배우들의 출연료 부익부 빈인빈 현상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연들의 활발한 움직임은 이러한 양극화 현상을 낮출 수 있는 해결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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