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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기자의눈]한강이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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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의 책이 진열돼 있는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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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문화부 부장


소설가 한강이 다음 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 한국어 소개를 들으며 무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상자를 소개하는 연설의 마지막 문장을 작가의 모국어로 하는 노벨 문학상 시상식의 관례 때문이다. 그야말로 가슴 뭉클한 순간이 될 듯하다.

한강의 수상으로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내 서점가에서는 한강의 책 판매량이 급증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한강 책 인증 챌린지' 행렬이 이어졌다. 비록 '반짝'하는 현상이라 할지라도 스마트폰에 중독된 우리 사회에 이러한 변화는 매우 반갑다. 사실 지난해 국민 독서 실태를 보면 성인 60%가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다. 책 읽는 사람은 10년 전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최근 1년간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었느냐는 질문에 10년 전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72%가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43%에 그쳤다. 국민 1인당 독서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우리나라가 올해는 그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도 같다.

한강의 수상으로 인해 그간 많은 이들이 잊고 있었던 독서의 소중함, 인문학의 가치 등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한강의 책에는 작가가 오랜 시간 겹겹이 쌓아올린 인문학적 깊이가 녹아 있다. 이는 작가 내면에서 발현된 '인문학의 승리'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인문학은 '위기'를 넘어서 '소멸' 상태로 가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불문과, 독문과를 폐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의대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학생들은 책을 읽지 않고 유튜브 숏츠와 인스타그램 릴스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미래 인공지능(AI) 시대에 인문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길을 잃지 않으려면, 인간 사회의 질서와 윤리를 알게 해 주는 인문학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학문의 뿌리가 되는 인문학은 인간의 언어·문학·예술·철학·역사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과 사회에 관한 깊은 이해를 촉진하고,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워주며,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인문학을 경시하는 풍조 속에서는 제2의 한강이 나올 수 없다. 인문학을 배제하는 나라는 정신적으로 빈곤한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 미래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인문학의 부흥은 시급하다.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작은 공'은 '희망'과 '꿈'을 의미하며, 아무리 작은 꿈이라도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한강의 성취가 잠자고 있던 인문학의 가치를 일깨우는 그러한 '작은 공'이 되길 바란다. 정부는 인문학의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펴고, 인문학 인프라 투자를 확대돼야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책을 읽는 습관을 갖는다면 어떨까. 시와 문학을 가까이 하는 '낭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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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0월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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