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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사설] 북미 직접 대화해도 한국 패싱·北비핵화 포기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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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조기 추진 가능성을 시사하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같은 새로운 외교적 노력이 무력 충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리에겐 북미정상회담이 고조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긍정적 계기가 될 수도, ‘한국 패싱’과 ‘북한 비핵화 노선 포기’가 현실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안보 이익과 발언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

트럼프 당선 후 북미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은 일찍부터 예견돼 왔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줄곧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세에선 김 위원장에게 “미국에 와서 야구 경기를 보자”고 제안했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집권 1기 당시 대북 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알렉스 웡을 발탁한 것도 북미 직접 거래 관측에 힘을 실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정권인수팀 내 일부 인사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에 직접 접근하는 것이 북미관계 단절 상태를 깰 방안으로 보고 있다.

당장 북미정상회담엔 여러 걸림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북한이 파병까지 불사하며 러시아와 군사적·외교적으로 밀착하고 있는 것이 트럼프 1기 때와는 180도 달라진 상황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과 미사일 기술을 더욱 고도화면서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무력 도발을 계속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대내외 각종 공약 이행을 서둘러야 하는 것도 미국이 대북 문제에만 매달릴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정권인수팀 내부의 북미정상 직접 대화 논의는 유동적이며 트럼프 당선인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우리로선 정세 예측이 더욱 힘들어지고 안보 변수가 커진 상황이다.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을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라고 표현했듯, 차기 미 행정부가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같은 대미 위협만 동결하는 수준에서 대북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다.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이 추진되더라도 우리와의 정교한 사전조율 속에서 이뤄져 북한 비핵화라는 원칙이 엄중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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