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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선진국은 이미 가상자산 과세?···"자산성 인정 없는 과세는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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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국, 가상자산 '자산'으로 정의해 과세

채굴·스테이킹 등 새로운 형태 소득 기준도 마련

가상자산 법적성격 불명확한 국내 과세는 '시기상조'

앞선 두 차례 유예기간 동안 당국 정비 미비 지적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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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과세 유예 반대의 핵심 근거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이미 가상자산에 과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와 달리 가상자산의 자산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이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부터 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정비해야 할 과세제도 역시 국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해외 주요국, 가상자산 '자산'으로 정의해 과세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주요국은 가상자산을 투자자산의 일종으로 정의하고, 이를 통해 얻은 소득에 세금을 매기고 있다. 국내에선 개념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채굴과 스테이킹, 에어드롭 등에 대한 과세 기준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일본·영국·독일 등은 채굴로 얻은 가상자산을 채굴 행위의 사업성 여부에 따라 사업소득과 비사업소득으로 나눠 과세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하나의 자산군으로 인정하고 새로운 형태의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적극적 유권해석 과정을 거쳐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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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는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조차 명확히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논의하고 있다. 올해 시행된 국내 최초의 가상자산 관련 법인 이용자보호법에서도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전자적 증표’로 명시했을 뿐 법적 성격은 제시되지 않았다. 자산 해석의 문제로 국내에선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금지됐고,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도 불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가 이뤄지고 있는 해외 주요국은 세금을 매기는 대신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면서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과세만 하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가상자산 법적성격 불명확한 국내 과세는 '시기상조'

한국이 글로벌 흐름과 달리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독자노선을 걷는 데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한국은 해외 주요국과 달리 가상자산을 양도소득이나 금융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한다. 가상자산 성격이 불명확한 탓에 가상자산이 금융투자소득으로 인정되지 못하고 국제회계기준을 따라 기타소득으로 분류된 것이다. 최근 발표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로 주식, 채권 등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은 면제되는 반면 가상자산 과세는 강행된다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성희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학계에선 가상자산 소득이 최소한 기타소득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며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파생 상품이 나오는데, 이에 대한 과세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가상자산은 거래 빈도가 많고 투자 차익을 얻어 오히려 주식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앞선 두 차례 유예기간 동안 당국 정비 미비 지적도

두 번의 과세 유예기간 동안 당국의 정비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2년 1월 도입 예정이었지만 1년 유예됐고, 이후 다시 2년 미뤄졌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 교수는 “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수익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과세를 준비해왔는지 의문"이라면서 “그간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거래 시장에만 치중되며 전반적 산업에 대한 제도 발전이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이미 투자자산 또는 자본자산의 일종으로 가상자산을 과세하고 손익통산 등을 허용하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의 해외 과세 입법례를 감안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해외의 과세제도를 참고해 가상자산의 정의 및 범위를 더욱 구체화하고 운영대책을 면밀히 조사하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정우 기자 wo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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