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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저항의 축' 헤즈볼라 휴전, 이란에 숨돌릴 틈? 순망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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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교관 "저항군은 지지 않으면 이긴 것" 환영 속내 내비쳐

네타냐후 휴전 제1 목적으로 "이란 위협에 집중" 천명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 국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휴전에 들어감에 따라 그간 이른바 '저항의 축'을 이끌어온 이스라엘의 '숙적' 이란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스라엘과 장기간 대립을 지속 중인 이란은 그간 헤즈볼라에게 무기와 돈을 지원해주면서 '1차 방어선'을 맡겨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무기를 놓기로 함에 따라 1차 방어선을 잃은 이란의 안보가 한층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한편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반대로 이번 휴전이 이스라엘과의 1년 넘는 직·간접적인 충돌 속에 힘이 빠진 헤즈볼라와 이란에 숨통을 틔워주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상반된 시각도 존재한다.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에서 테러 공격을 감행,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한 바로 다음날인 작년 10월 8일,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에 연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로켓 등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은 현저히 저하된 상태다.

최근 몇 달간 이스라엘의 공습 등으로 하산 나스랄라 등 헤즈볼라 지도부 인사 다수가 제거된 데다 지난달 1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말살을 목표로 내걸고 레바논을 전격 침공해 무자비한 지상 작전을 벌인 여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6일 저녁 영상 연설에서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헤즈볼라를 수십년 전으로 퇴보시켜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성사된 휴전은 고사 직전의 헤즈볼라 입장에서는 궤멸 위기를 모면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헤즈볼라를 '대리 세력'로 내세워 온 이란 입장에서도 단기적으로 '숨돌릴 틈'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란 국영 뉴스통신사 IRNA은 이번 휴전 타결 소식이 나온 후 "네타냐후조차도 헤즈볼라가 패배했다고 주장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영문 기사를 송고해 이런 시각을 내비쳤다.

IRNA 보도에 따르면 레자 자비브 주스페인 이란 대사는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정규군은 이기지 못하면 진 것이다. 게릴라는 지지 않으면 이긴 것이다"라는 헨리 키신저(1923∼2023) 전 미국 국무장관의 경구를 인용하며 사실상 헤즈볼라가 승자라고 주장했다.

비록 헤즈볼라가 대규모 손실을 겪었고, 레바논도 파괴됐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조차도 헤즈볼라가 실패했다고 똑부러지게 주장하지는 못했으며, 따라서 '저항 세력'인 헤즈볼라가 승자라는 논리이다.

이란 공직자가 '헤즈볼라가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면서 휴전을 환영하는 듯한 속내를 드러냈고, 국영 뉴스통신은 이를 곧바로 전달한 셈이다.

연합뉴스

이스라엘 - 헤즈볼라 충돌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단기적으로는 이란이 이번 휴전을 반길 만한 이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란은 최근 수개월간 이스라엘과 공습을 주고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방공망과 군수시설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지난달 26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전쟁 수행 역량에 피해가 컸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고체연료 혼합 시설이 파괴되면서 탄도미사일 생산 능력이 마비됐고, 러시아에서 들여온 시스템으로 구축했던 수도 테헤란의 방공망도 복구 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처럼 군사 대비 태세가 망가진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계속 긴장을 고조시키기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격을 한 것은 하마스 수장 이스마엘 하니예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의 죽음에 보복하겠다며 지난달 1일 미사일 약 200기를 쏜 것이 마지막이다.

이후 지난달 26일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을 받은 후 재보복을 다짐했으나, 1개월이 넘도록 실행에는 옮기지 않고 있다.

보복을 못 하고 있는 것은 이란 입장에서는 굴욕적일 수 있으나, 확전만은 피하고 싶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에 취임할 예정이라는 점도 이란에게 일단 '숨고르기'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집권시 이란의 파산을 목표로 원유 수출 제재 강화 등 '최대 압박'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때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타결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3년 만에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이란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산유국인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정조준해 강력한 제재를 단행했고, 이에 따라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급감했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다시 회복됐다.

반면, 헤즈볼라가 휴전에 응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한 것이 이란에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6일 저녁 영상 연설에서 "레바논에서의 휴전은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고, 우리 군을 쉬게 하고,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휴전 목표로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는 것을 첫손에 꼽았다.

휴전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도 미지수다.

이번 휴전 조건은 2006년 여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36일간 전쟁을 벌이다가 유엔 안보리 결의 제1701호 채택을 계기로 휴전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얼마 가지 않아 양측 모두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다시 충돌할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006년의 경우 휴전합의 타결 1주일도 안 돼 유혈 충돌이 벌어졌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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