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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40도, 버티고 이겼다"…'하얼빈'이 그린 안중근 (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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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김다은기자] "'우리의 몸이 편하면 안 된다'가 이 영화의 전제조건이었습니다." (우민호 감독)

영하 40도, 지구 2바퀴 반. 영화 '하얼빈'이 견뎌온, 또 걸어온 날씨와 거리다. 안중근과 독립투사들의 신념과 역사를 제대로 담기 위함이었다. 그들과 함께 떨고 굶주렸다.

"안중근과 독립투사들의 여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저희의 여정이 힘들어야 그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스크린에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우 감독)

현빈은 안중근의 고통을 체험했다. 꽁꽁 언 몽골 홉스굴 호수 위에서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그는 "혼자 덩그러니 있을 때의 광경과 상황들에 몰입했다"고만 했다.

배우들과 감독의 심장을 뜨겁게 만든 우리의 역사다. 우 감독은 "찍는 과정에서 가슴 속에 뜨거움을 느꼈다. (관객들도) 올겨울 그 뜨거움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측이 2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배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이동욱, 우민호 감독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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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얼빈, 시작의 각오

영화 '하얼빈'은 시대극이다.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과 독립군, 그리고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다.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약 5년 만의 작품이다. 지난 2020년 '남산의 부장들' 이후 첫 복귀작이다. 우 감독은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자신했다.

우 감독의 굳건한 다짐을 바꾼 시나리오였다.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 이후 다시는 시대극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 감독은 "우연히 안중근 서적과 시나리오를 함께 봤다"면서 "안중근과 독립 투사들의 마음이 저를 움직이게 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민족과 시대의 영웅 안중근 장군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남다른 각오로 임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힘들 것이라는 걸 직감하며 각오하고 시작했다"고 했다.

"안중근을 새롭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영웅 이미지 너머의 두려움, 동지애에 중점을 뒀죠. 광활한 땅과 대자연 속에서 장군의 마음을 숭고하게 담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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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 현빈이었다

현빈이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옷을 입었다. 조국을 빼앗긴 시대, 목숨을 건 작전에 나선 역사적 인물. 장군의 외로움과 결단력을 치열하게 완수했다.

우 감독은 "현빈을 보는 순간 곧 안중근이었다"며 "힘듦을 견딜 체력을 가진 배우가 필요했다. 현빈은 버티고 이길 것이라 직감했다"고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현빈은 우 감독과의 첫 미팅을 떠올렸다. "작품에 대한 진심과 의지, 열정이 뿜어져 나오셨다.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안중근 역할이 주는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현빈은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내적인 고통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장군도 한 인간으로서 고뇌와 좌절을 느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걸어가, 지키려고 했던 신념과 의지가 잘 표현되길 바랐죠."

차근차근 안중근에게 다가갔다. 먼저 역사 자료를 끝없이 탐독했다. "장군이 쓰신 글과 서적, 기념관도 가며 흔적을 공부했다. 계속 찾아보고 고민하고 상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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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투사, 길라성 배우들

'하얼빈'은 안중근의 두려움과 용기, 그리고 동지애를 다룬 영화다. 그만큼 독립군 캐스팅이 중요했다.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유재명, 이동욱이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했다.

박정민과 조우진, 유재명은 실존했던 독립군을 맡았다. 각각 우덕순, 김상현, 최재형을 연기했다. 수많은 역사 기록을 공부하며 연기 투혼을 펼쳤다.

특히 조우진은 깡마르고 예민한 지식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하루에 한 끼를 먹거나 제대로 안 먹었다. 그분들이 겪었을 결핍의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고 이입했다.

이동욱은 독립군 이창섭으로, 안중근과 끝없이 대립한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우정도 나눈다. 창섭은 독립을 위해 무력투쟁까지 주장한다"고 귀띔했다.

전여빈은 공부인으로 분했다. 당대의 독립여성 사료를 모아 재창조한 인물이다. 박훈은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할을 위해 삭발까지 임했다.

이토 히로부미는 실제 일본 배우 릴리 프랭키가 맡았다. 감독은 "흔쾌히 이 작품의 진정성을 알아주시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셨다"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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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케이션, 처절했다

'하얼빈'은 올로케이션 촬영으로 찍었다. 몽골, 라트비아, 대한민국 지역 곳곳을 돌았다. 우 감독은 "현장에 간 거리를 계산하니 지구 2바퀴 반이었다"고 했다.

우 감독은 "비포장도로의 연속이었다. 몽골도 공항에서 촬영지까지 3일을 가야 했다"면서 "가는 것만으로 녹다운이 되버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사실 우 감독은 처음부터 배우들에 주문한 출사표가 있었다. "블루 매트 앞에서 찍지 않을 것이니, 각오하고 현장에서 찍자"고 했던 것. '하얼빈'의 전제 조건이었다.

우 감독은 "독립투사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는데, 우리의 몸이 편하면 안 됐다"며 "조금이나마 그들의 노고와 힘듦과 마음을 느끼려면 오지에서 고생해야 했다"고 답했다.

현빈은 영하 40도, 한파의 빙판길 위에서 넘어지고 뛰고 굴렀다. 그는 "빙판 위에 혼자 덩그러니 있었을 때 광경과 상황들이 몰입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여빈은 "고생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며 "정말 만주벌판을 달리신 독립군들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이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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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도운, 팀 하얼빈

하늘이 도운 촬영 현장이었다. 하루는 전라도 광주에 보름간 녹지 않는 눈이 내렸다. 80년 만의 이상기후였다. 박정민은 "또 한번의 동지애를 다졌다"고 했다.

이동욱은 "자연환경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눈이 허리까지 찼고, 헤집고 나아갔다. 실제 전투를 겪었던 이들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언급했다.

한파도 막을 수 없는 열정이었다. 이동욱은 "하지만 춥지 않았다. 열정 가득하게 찍었다"며 "진흙투성이가 돼서 그 땅을 구르며 찍었다"고 했다.

'하얼빈'은 약 30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 흥행 부담은 없을까. 우 감독은 "당연히 있다"며 "비주얼, 사운드, 음악 모두 최선을 다했다"고 힘을 줬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은 영화의 의의를 짚었다. 현빈은 "우리나라를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동욱은 "영화 찍는 내내 끊임없이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 질문했다. 저희가 누를 끼치면 안 된다고 여기며 열심히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다음 달 25일 개봉한다.

<사진=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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