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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외교의 힘 이정도일 줄이야”…이 나라가 중동 포성 멈추게 한 방법,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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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의한 평화 구축한 ‘이스라엘 파워 (上)


매일경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안 승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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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휴전에 합의하며 13개월 만에 포성이 멈췄다. 이로써 ‘저항의 축(이란·하마스·헤즈볼라)’가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7개 전선에서 진전을 이뤘으며 중동 전역에서 힘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안을 승인했다. 이어 “헤즈볼라를 수십년 뒤로 후퇴시켰다”며 “하마스 소탕을 완수하고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고자 휴전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힘을 통한 평화’를 구축했다. 지난해 10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 13개월 만이다. 이스라엘군(IDF)이 레바논 지상전에 돌입한 시점을 기준으로는 2개월 만에 군사·외교적 승리를 거뒀다. 휴전안에는 △60일 과도기 △리타니강(江) 이북으로 헤즈볼라 철수 △레바논 남부에서 IDF 철군 △완충 지역에 레바논군 배치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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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자유 보장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이해를 바탕으로 IDF 군사행동 자유를 유지한다”며 “헤즈볼라가 합의를 위반하고 무장을 시도하면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철군하지만 언제든지 국경선을 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제 이스라엘은 가자전쟁에 집중할 방침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선에서 헤즈볼라가 사라지면서 하마스는 홀로 고립됐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가자지구에 고립시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교 정상화를 위한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적국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이 승리를 거둔 배경으로는 △유대 네트워크 △공공외교 △민군(民軍) 협력이 꼽힌다. 경제수도 텔아비브에 몰려든 하이테크 스타트업과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도 이스라엘 안보·경제를 지키는 보루다.

유대 네트워크는 국경 바깥인 미국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복귀를 앞두고 전 세계가 긴장했으나 이스라엘만 미소를 지었다. 지난 13일 트럼프 당선인은 주이스라엘대사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지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처음으로 이뤄진 해외 주재 대사 인사다. 그만큼 이스라엘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중동 특사에는 유대계 사업가 스티브 위트코프를 지명했다. 주유엔 대사에는 반유대주의 시위를 맹렬히 비판했던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을 점찍었다.

유대계·친이스라엘 성향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버락 샤인 주한 이스라엘 부대사는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며 “미국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스라엘 편을 들고 있다. 지난 22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하자 “근본적으로 거부한다”고 논평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시온주의자가 되고자 유대인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11월 5일 미국 상·하원 선거에서도 유대계가 대거 선출됐다. AP통신과 유대인저널 등에 따르면 유대계는 하원의원 21명, 상원의원 7명을 배출했다. 유대계는 미국 내 인구 비중이 2.4%에 그치지만 금융·테크산업에서 거둔 부(富)를 바탕으로 공화당·민주당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아시아총괄대표는 “이스라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한국보다 높은데도 트럼프 당선인이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긴커녕 전폭 지원하고 있다”며 “이게 바로 이스라엘 안보를 지키는 네트워크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에서 반유대주의 시위가 잇따르자 적극적인 공공외교도 펼치고 있다. 각국 유대인협회와 손잡고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테러 단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물밑에선 상대국을 압박하며 친이스라엘 노선을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가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불참한 데에도 이스라엘의 ‘숨은 힘’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스라엘 축구팬을 향한 테러가 벌어지자 스호프 총리는 출장을 포기하며 “반유대주의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테러 직후 열린 프랑스·이스라엘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관람석에 나타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반유대주의에 대응해 형제애·연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줬다.

민군 협력도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스라엘 하늘을 지키는 방공망 ‘아이언 돔’도 민·군 협력의 열매다. 샤인 부대사는 “전직 군인·공무원들은 방산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자주국방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애국심을 바탕으로 나라 안팎에서 끈끈한 네트워크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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