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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제주 아닌 ‘충주산’ 감귤···기후위기에 뒤바뀐 대형마트 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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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8일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 충주에서 재배된 감귤류 ‘탄금향’이 진열돼 있다. 롯데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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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는 최근 충북 충주에서 재배된 감귤 ‘충주 레드 탄금향’을 대량으로 매장에 들여놨다. 탄금향은 충주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육성한 대체작물로 제주 이외의 중부 내륙지역에서 최초로 재배에 성공한 감귤 품종이다.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접해 만든 감평(레드향)의 일종이다. 과즙과 향이 풍부하고 일반 귤보다 더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롯데마트가 탄금향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는 수년이 지났지만, 올해 판매 물량은 전년 대비 60% 이상 늘어난 50여t에 달한다. 올해 이례적 폭염이 찾아오면서 제주도에서 감귤류 농사가 잘 되지 않아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대형마트에 진열된 농수산물 구성과 산지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렵던 바나나, 망고 등 ‘국산 열대과일’이 늘어났고, 수산물 매대에서는 외국산이 국내산을 밀어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과일 원산지는 뚜렷하게 북상하는 추세다. 롯데마트는 지난 1월 강원 양구 고지대 분지에서 재배한 ‘양구 펀치볼 사과’를 판매했다. 사과의 주산지는 원래 일교차가 큰 청송·영주·대구 등 경북 산간 내륙지방이었는데 최근 기온이 상승하면서 재배지도 양구와 정선 등 강원 산간지방으로 올라갔다.

대신 남부지방과 제주는 ‘열대과일 산지’로 변신했다. 이마트는 올해 전북 고창에서 재배한 유기농 바나나를 점포별로 소량씩 선보였다. 겨울을 나기 위해 하우스 재배를 해야 하기는 하지만 아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바나나를 국내에서도 대형마트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하게 됐다는 뜻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8월 제주산 패션프루트 3만5000팩을 선보였고, 내년부터는 전남산 패션프루트까지 공급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여름 제주산 망고와 패션프루트, 용과를 판매했다.

과일의 ‘제철’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겨울 과일의 대표주자인 딸기는 원래 10월 말부터 제철이 시작됐지만, 2021년부터 매년 일주일가량씩 출하 시기가 늦어져 올해는 이달 하순에야 대형마트들이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초기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도 전년 대비 20% 이상 올랐다.

장기화된 폭염으로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국내산 수산물 수급이 어려워지자 대형마트에서는 수입 수산물 판매량이 늘었다. 이마트에서는 올해 수산물 매출에서 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10월 기준 50.3%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롯데마트는 70%, 홈플러스는 48% 수준이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국내산 수산물 조업량이 줄고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외국산 연어와 새우, 고등어 등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올해 이마트에서 판매된 수산물 중 ‘국민 밥반찬’인 고등어는 58%가, 오징어는 46%가 외국산이었다. 홈플러스는 올해 처음으로 중국산 건오징어와 베트남산 반건조 오징어, 브라질산 문어를 선보이는 등 수산물 산지를 다변화하고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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