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막판 5분을 버티지 못하고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페널티킥으로 시즌 4호골을 쐈던 손흥민도 박한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2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AS로마(이탈리아)와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5차전 홈 맞대결서 2-2로 비겼다.
전반 5분만에 손흥민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간 토트넘은 에반 은디카에게 헤더 실점을 내주며 동점이 됐으나 브레넌 존슨의 추가골이 터지며 승리를 눈 앞에 뒀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독일 출신 센터백 마츠 훔멜스에게 재차 실점을 허용하며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토트넘은 3승1무1패, 승점 10으로 9위에 위치했다. 로마는 1승3무1패, 승점 6으로 21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부터는 1위부터 8위까지 16강 토너먼트에 직행하고, 9위부터 24위까지 16개팀 중에서 나머지 8팀을 가린다. 토트넘이 승리했다면 최대 4위까지 오를 수 있었으나 비기면서 토너먼트 직행 순위권에 안착하진 못했다.
손흥민도 시즌 4호골을 터뜨렸으나 팀이 비기면서 빛이 바랬다. 영국 현지에서도 손흥민에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최근 수비진에 부상자가 많은 토트넘은 4-3-3 전형으로 나섰다. 발목 골절 부상을 당한 굴리엘모 비카리오 대신 프레이저 포스터가 골문을 지켰다. 센터백에는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판 더 펜 대신 라두 드라구신, 벤 데이비스 조합이 가동됐다. 좌우 푸백에는 아치 그레이와 페드로 포로가 나섰다. 로드리고 벤탄쿠르, 파페 사르,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손흥민, 도미닉 솔란케, 브레넌 존슨이 스리톱을 구성했다.
로마는 3-4-2-1 전형으로 맞섰다. 밀레 스빌라르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에반 은디카, 마츠 후멜스, 잔루카 만치니가 백3를 이뤘다. 앙헬리뇨, 레안드로 파레데스, 마누 코네, 제키 첼리크가 허리를 받쳤다. 스테판 엘 샤라위, 파울로 디발라가 2선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아르템 도우비크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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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 부상을 두 차례 당하면서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손흥민은 경기 전 선발 제외될 거란 전망에도 불구하고 존슨, 솔란케와 함께 스리톱을 이뤄 로마의 골문을 정조준했다.
손흥민은 5분만에 페널티킥으로 로마의 골망을 갈랐다. 전반 3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돌파하던 파페 사르가 상대 수비수 마츠 훔멜스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처음에 주심은 파울이 아니라며 경기를 그대로 진행시켰으나 VAR(비디오판독)을 거친 후 온필드 리뷰를 통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상대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고 반대편으로 차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이자 손흥민의 시즌 4호골이었다. 또 유로파리그에서 통산 8호골을 기록하게 됐다.
손흥민은 지난 8월 에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홈 경기서 멀티골을 기록했고, 지난 달 중순 부상 복귀전이었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3호골을 기록했다. 이후 한 달 열흘 만에 유로파리그에서 시즌 4호골을 페널티킥으로 성공시켰다.
손흥민이 UEFA 클럽대항전에서 득점한 건 2022년 10월 UEFA 쳄피언스리그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크와의 홈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어 3-2 승리를 이끈 후 2년 1개월 만이다. 유로파리그 득점은 2021년 2월 볼프스베르거와의 2라운드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전반 13분 득점한 이후 3년 9개월 만이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골이 터진 뒤 동점을 허용했다. 전반 20분 파울로 디발라의 프리킥을 에반 은디카가 헤더로 마무리 해 실점했다. 2분 뒤에는 디발라의 원터치 패스에 이은 엘 샤라위의 오른발 발리슛이 골망을 흔들었으나 VAR을 통해 엘 샤라위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다행히 전반 32분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올려준 크로스를 브레넌 존슨이 왼발 다이렉트 슈팅으로 마무리하면서 다시 앞서나갔다. 손흥민은 전반 35분 쿨루세브스키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골문 앞에 흐르자 재차 오른발 슛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크게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40분에는 페드로 포로의 슈팅이 수비수 맞고 굴절된 뒤 손흥민이 공을 잡아 골 지역 왼쪽에서 오른발로 감아 찼으나 골키퍼 손끝에 걸려 추가 득점 기회를 놓쳤다. 추가 득점 없이 토트넘이 2-1로 앞선 채 전반전을 마쳤다.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게 결국 독이 됐다. 후반 들어 AS로마가 두 차례 골망을 흔들었으나 모두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앙헬리뇨의 슈팅은 골대까지 맞았다. 토트넘도 솔란케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면서 땅을 쳤다.
결국 로마가 후반 추가시간 극장 동점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추가시간 5분이 주어졌고, 로마의 코너킥 찬스에 이은 공격 때 앙헬리뇨의 페널티지역 왼쪽 낮은 크로스를 문전에 있던 훔멜스가 방향을 바꾸는 오른발 슛으로 차 넣었다. 훔멜스는 전반에 내준 페널티킥을 값진 동점포로 갚았다.
토트넘은 마지막 5분을 버티지 못하고 승점 3점 대신 1점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손흥민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통계 매체는 팀 내 최고점을 준 반면, 현지 언론은 팀에서 두 번째로 낮은 평점을 매겼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78분 동안 패스 성공률 81%, 기회 창출 2회, 슈팅 3회 중 2회 성공, 드리블 성공률 100%를 기록하면서 평점 8.2점을 받았다. 양 팀 최고점은 로마 골키퍼 스빌라르가 가져갔으나 토트넘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였다.
그러나 영국 현지 언론의 평가는 박했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6점을 줬다. 선발 선수 중 5점을 받은 페드로 포로 다음으로 낮은 평점이었다. 페널티킥 득점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평가였다.
매체는 "손흥민은 경기 초반 골키퍼 반대 방향으로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쿨루세브스키가 골대 때린 후 흐른 공을 골대 밖으로 넘겼다. 때때로 위협적이긴 했으나 아직 완전한 리듬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최고 평점은 7개의 세이브를 기록한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8점)였다.
UEFA는 이번 시즌부터 주관하는 클럽대항전 방식을 변경했다. 이전처럼 그룹을 나눠 조별리그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아닌 본선 진출 36개 팀을 포트로 분류한 뒤 무작위로 추첨해 8개팀과 홈앤드어웨이 승부를 통해 토너먼트에 직행하는 팀들을 나눈다. 36개팀들 중 1위부터 8위까지만 토너먼트로 직행한다. 9위부터 24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고, 그 아래 12팀은 탈락한다.
토트넘은 8위 안에 들어 16강 직행을 노릴 수 있지만 당장은 9위에 그쳐 승리가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 로마는 1승 3무 1패(승점 6)를 기록하면서 21위까지 순위가 밀렸다.
UEFA는 지난 시즌까지 상위리그였던 챔피언스리그에서 각 조 3위 차지한 팀이 유로파리그로 내려와서 막판 우승 경쟁에 합류하도록 했으나 이번 시즌부터는 이를 없앴다.
이에 따라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팀인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강력한 이 대회 우승 후보로 지목받고 있다. 이날 토트넘과 겨룬 로마를 비롯해 라치오(이탈리아), 아틀레틱 빌바오(스페인), 아약스(네덜란드),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 FC 포르투(포르투갈) 등도 토트넘과 경쟁할 팀으로 지목받는다.
하지만 직전 라운드 갈라타사라이 원정에서 2-3으로 패하더니 이번엔 로마와의 홈 경기에서 다 잡은 승리를 놓치는 등 전력이 불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토트넘은 일단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에선 1.5군을 투입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상위 단계로 올라가면 주전이 총동원되고 비카리오나 미키 판 더 펜,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 부상 선수들이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이 때 승부를 걸어야 우승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리그 페이즈에서 보여준 전력은 우승후보 1순위 면모와는 거리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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