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사무라이) 복장으로 수상대에 선 다쓰미 료스케. NPB 유튜브 채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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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텐 골든이글스 외야수 다쓰미 료스케의 요란한 소통에 찬반 엇갈려
[OSEN=백종인 객원기자] 시상식 시즌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 26일이다. 도쿄의 한 고급 호텔에서 성대한 이벤트가 열렸다. 일본야구기구(NPB)가 마련한 자리다. 이름하여 NPB 어워즈(AWARDS) 2024’.
이날은 최우수선수를 비롯해 타자, 투수, 감독 등 각 부문별 최고의 야구인이 선정된다. 팬과 야구계 전체가 참여해 축복하는 유서 깊고,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참가자는 모두 정장 차림으로 격식을 갖추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생긴다. ‘베스트 나인’ 시상 때다. 수상자가 호명되자, 현란한 차림의 인물이 등장한다. 사무라이 복장이다. 순간 무대 위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객석도 술렁인다. 곳곳에서 웃음소리도 들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제의 인물은 이날 2개의 상을 더 받는다. 그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시상대에 선다. 한 번은 전국시대의 쇼군(장군) 분장을 했다. 또 한 번은 외국인 코스프레다. 스스로 ‘잭 더 리퍼’ 캐릭터를 본뜬 것이라고 한다. 영국의 악명 높은 연쇄 살인마다.
라쿠텐 이글스의 중견수 다쓰미 료스케(27)의 얘기다.
작년까지는 유망주 정도였다. 매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포텐이 터진 것은 올시즌이다. 눈부신 타격과 외야 수비로 일약 정상급 레벨로 도약했다. 덕분에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베스트 나인, 최다안타상(158개, 타율 0.294), 그리고 특별상까지 석권했다.
수상 간격은 5분 남짓이다. 그 사이 바쁘게 분장을 바꾼다. 최다안타 때는 무사(사무라이), 베스트나인 때는 장군(쇼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기가 막힌 것은 특별상 때다. 올해 397개의 풋아웃(put out, 刺殺)을 잡아내며, 일본 리그 역대 신기록을 수립해 수상자가 됐다. “내년에는 400개를 채우겠다.” 그런 포부를 펼치며, 연쇄 살인마라는 콘셉트를 떠올린 것이다.
잭 더 리퍼로 분장하고 수상대에 선 다쓰미 료스케. NPB 유튜브 채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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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군 분장으로 베스트 나인을 수상한 다쓰미. NPB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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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말하면 쇼맨십이다. 프로에서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그의 경우는 좀 다르다. ‘너무 튄다’는 비판이 많다. 단적인 예가 얼마 전 프리미어12 대회 때였다.
발군의 성적으로 대표팀에 오른 것까지는 좋다. 주전 중견수로, 대부분 3번 타순에서 활약했다. 팀은 연전연승이다. 그러면서 한껏 흥이 올랐다. 마지막 대만과의 결승전을 하루 앞둔 시기다. 난데없는 코멘트가 보도된다.
“이번 대회는 나를 위한 무대다. 내일이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마지막 결승이다. 내가 주인공이 되겠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한다. 다음 멘트가 선을 넘는다. “만약 내일 대만에 진다면 (타자를 그만두고) 투수로 전향하겠다.”
이 말이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진다. 세상이 시끄러워진다.
경기 당일도 멈추지 않는다. 플레이볼을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는 순간이다. 동료들 앞에서 이렇게 소리친다. “난 미래에서 왔다. 미래라고 하면 오늘밤 12시쯤이다. 알려드릴까? 걱정 말라. 우리가 이미 우승했다.”
한 일본 매체는 당시 선수단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모두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표정이 됐다. 뜬금없다는 얼굴들이었다.’
아무튼. 미래에서 온 자의 예언은 어긋났다. 일본 대표팀의 연승 기록이 산산이 깨졌다. 경솔한 발언을 그냥 넘어갈 리 없다. SNS에서는 질타하는 소리가 봇물을 이룬다.
대만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CNA라는 매체의 보도다.
‘대만 대표팀의 투수 장궈하오가 다쓰미 선수에게 (투수용) 글러브를 선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승이 결정된 직후 지인과 통화에서 “같이 열심히 해서 앞으로 최고의 무대에서 다시 만나자”라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깨끗한 카운터 펀치다. 고급스럽게 한방 먹인 것이다.
28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온통 금빛으로 칠하고 나타났다. 라쿠텐 구단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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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뒷맛이 쓰다. 대만 쪽 분위기를 전하며 언짢은 기분이다. 이런 보도도 나온다. ‘일부 대만 매체가 다쓰미의 아내 얘기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그들 부부는 꽤 유명하다. 주간지에도 몇 차례 소개됐다. 스토리는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에 대한 못마땅함을 폭로하는 인터뷰였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어디까지나 부모 측 일방의 주장임을 밝힌다.
‘아들은 야구 밖에 모르는 성격이다. 그런데 그 여자를 만나며 달라졌다. 둘이 교제를 시작했고, 얼마 후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결혼은 한사코 반대했다. 그런데 강행했다(2023년 3월). 그 뒤로는 아들과 인연이 완전히 끊겼다. 연락도 되지 않는다.’
양측의 갈등은 깊다. 아들 내외는 독친(毒親)이라는 단어를 쓴다. ‘자녀에게 독이 되는 부모’라는 뜻이다. 지나친 간섭으로 자식을 망친다. 그리고 아들이 번 돈을 탕진한다는 의미를 품었다.
이 말에 부모는 노발대발한다. 오히려 세뇌(洗腦)를 주장한다. 착한 아들이 나쁜 여자를 만나고 변했다는 반박이다.
여성의 활동명은 셀리나, 본명은 스즈키 시오리다. 꽤 특이한 전력의 소유자다. 스스로를 ‘긴자의 넘버1 호스티스’라고 밝힌다. 같은 이름의 책도 냈다. 11세 연상으로, 3번의 이혼 경력도 숨기지 않는다. 컨설턴트, 크리에이터 같은 직업을 가졌다는 주장이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소재는 주로 남편의 활약상이다. 간혹 라쿠텐 구단에 대한 비판/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때문에 자주 시끄럽다.
지난 여름에도 사건이 있었다. 상대 팀인 지바 롯데 마린즈의 응원석으로 출동해 라이브를 진행한 것이다. 거기서 응원가도 따라 부른다. 공교롭게도 그 순간 남편의 타구가 날아갔다. 선제 솔로홈런이다. 주변 (롯데) 팬들은 낙담한다. 그걸 보며 희희낙락한다.
이를 본 마린즈 팬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여론이 부글거린다. 라쿠텐 팬조차도 눈살을 찌푸린다. ‘몰상식한 일이다.’ ‘상대에 대한 모욕이다.’ ‘(라쿠텐) 우리가 봐도, 이건 아니다.’ 그런 댓글이 쏟아진다.
다쓰미 부부의 모습. 다쓰미 료스케 SNS 캡처 |
프리미어12 결승전(대만전) 패배 다음 날이다. 모진 각오를 다진다. “다음 시즌을 위해서 내일부터 다시 트레이닝과 배팅 훈련을 시작하겠다.”
그러나 정작 “투수로 전향하겠다”던 말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 대신 화제를 돌린다.
“내년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로 이적할 계획이다. 2~3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아내가 영어 회화에 능통하다. 아이 돌보미 역시 외국인으로 고용했다. 나도 일상적인 대화나 간단한 스피치가 가능한 수준이다.”
스스로를 ‘야구 바보’라고 불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사람이 달라진다. 유난히 퍼포먼스에 집착한다. 갈수록 기상천외한 것을 추구하는 방식이 된다.
올스타전에는 새빨간 정장 차림이다. 점잖은 연말 시상식에는 사무라이, 쇼군, 연쇄살인마로 등장한다. 어제(28일) 골든글러브 때는 온몸에 금칠을 하고 나타났다. 자칭 컨설턴트라는 부인의 연출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나쁘다고 욕하기는 어렵다. 소통하는 특유의 방식이다.
그러나 T.P.O.가 문제다. 시기, 장소, 상황을 잘 가려야 한다. 스스로 소화해 내는 능력도 중요하다. 너무 자주 구설에 시달린다. 주변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NPB 어워드 때의 한 대목이다. 사회자와 다쓰미의 문답이다.
사회자 “이글스의 다쓰미 선수가 틀림없습니까?”
다쓰미 “네” (옆머리를 긁적긁적)
사회자 “오늘 패션의 포인트를 설명해 주시면?”
다쓰미 “(잠시 머뭇거리더니) 아, 예…. 뭐, 타자의, 아니 무사인가? 아니, 에… 타자에게 주는 상이라서, 무사와 함께 왔습니다만….”
어딘지 어리숙해 보인다. 또렷하지 못하고, 실없는 표정이 많다. 인상적인 분장과 괴리감이 큰 어리바리 캐릭터다. 덕분에 객석은 빵 터졌다. 하지만, 왠지 안쓰러운 느낌마저 든다.
라쿠텐 구단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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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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