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취재수첩] ‘고영향AI’ 긍정철학 구체화 되려면…규제·혁신 균형 집중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인공지능(AI) 기본법이 국회 7부능선을 넘기며 입법이 코앞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를 통과하며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22대 국회와 정부부처 모두 연내 입법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통과까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방위 내에서는 이번 AI기본법 제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시민단체와 업계 간 이견, 총선으로 인한 상임위 활동 둔화 등 여러 요인으로 입법이 무산된 전적이 있던 탓이다. 이 때문인지 AI기본법 제정에 탄력이 붙은 것 자체에 의미부여하는 데 집중했다.

법률안 심사 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쟁점 사안 중 하나는 바로 ‘고영향AI’ 용어 도입이다. 당초 대부분 의원들은 발의안에 규제 대상 AI를 지칭하는 용어로 ‘고위험AI’를 명시한 바 있다. 고위험AI는 국민 신체·생명·재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AI를 지칭한다.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이 해당 용어 도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부정적인 ‘위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AI 기술 가능성과 중요성·영향력에 초점을 맞추자는 의미로 고영향AI를 정의로 채택하자는 취지다. 심사 과정에서 이 의원 의견을 받아들여, 최종 결의안에서는 고위험AI 대신 고영향AI가 명시됐다.

법률상 철학과 제도 향방을 결정하는 바탕법을 정하는 만큼, 용어가 지니는 의미에 부정적 느낌을 덜어낼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AI에서 파생 가능한 딥페이크 성범죄나 저작권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자칫 부정적인 인식과 더불어 규제 마련에만 매몰될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술 본질이 지니는 긍정적인 측면도 살펴보자는 국회 의지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업계에서는 고영향AI의 철학이나 의미적인 측면보다는 해당 정의에 따른 향후 규제 전망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입장에서 고위험AI나 고영향AI나 크게 보면 규제 대상을 지칭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더구나 고영향AI라는 단어가 고위험AI보다 더 넓은 범위 AI모델을 규제 대상으로 지칭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당장의 규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는 것이 업계 전반 평가다. 빠른 성장을 요하는 AI 스타트업에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 확대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한된 자산규모와 인력, 제도적 인프라 등 갑작스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고영향AI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AI 산업 성장을 지나치게 위축시키지 않도록 혁신·규제 저울의 영점을 맞추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스타트업 고충을 듣기 위한 창구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고영향AI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를 지정하는 과정에서는 물론, 다양한 혁신 지원책 마련 협의체에도 스타트업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국내 AI 산업 성장을 위한 필수 동력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폭발적인 지원을 지목하고 나섰다. 2000년대 인터넷 보급 속도가 빨라지는 과정에서 탄생한 스타트업들이 네이버나 카카오 등 유력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한 역사를 기억하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직접적인 금전 지원 정책도 중요하지만,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간접 지원도 필요하다.

AI는 산업 전반 지형을 뒤엎을 만큼 영향력이 높은 기술로써, 안정적인 성장 발전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혁신을 전제로 한 균형 잡힌 규제는 중장기적으로도 건전한 산업 성장을 돕는다. AI기본법 제정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AI기본법 제정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혁신·규제 균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논의도 함께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