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에이태큼스 잔해물. 러시아는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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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미국이 사거리 제한을 풀어준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ATACMS) 발사대 5대를 최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대통령실을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28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경계에 배치된 에이태큼스 미사일 발사대 5대를 파괴했다고 공개했다. 구체적으로는 토카리 마을 인근의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2대와 이동식 적재 차량 1대, 말리 보브리크 마을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3대라고 특정했다. 이들 발사대에선 최대사거리 300㎞의 에이태큼스도 쏠 수 있다. 러시아 측은 또 발사대 관련 병력 최대 30명도 사망했다고 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긴장 고조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에이태큼스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불허하다가, 최근 입장을 선회해 사거리 제한을 풀어준 뒤 타격을 허용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지난 19일 새벽 러시아 서부 국경지대인 브랸스크의 군사시설을 에이태큼스로 공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집단안보이사회(CSC)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대한 직접 타격을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에 대응하겠다"며 "군사시설, 방산 기업, 키이우의 의사결정 기지가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키이우의 의사결정 기지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지휘부 시설 등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러시아의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로 키이우의 의사결정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일기예보입니다. 오늘 낮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라는 옛 소련의 농담을 인용하며 사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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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더 나아가 오레시니크의 위력에 대해 "중앙에 있는 모든 것이 재로 변한다. 3∼4층 깊이 지하에 있는 시설, 그보다 아래에 있는 시설도 타격한다"며 "핵무기는 아니지만 한 번에 이런 시스템을 여러 개 사용하면 핵 공격과 똑같은 위력이 발휘된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선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보유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황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획득 시도를 막을 것이며, 그런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모든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은 29일 성명을 내고, 서방이 10만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파견을 명목으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VR은 흑해 연안은 루마니아, 서부는 폴란드, 중부와 동부는 독일,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북부는 영국이 관할하는 식으로 우크라이나 분할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또 나토가 우크라이나 동원 군인 100만명 이상을 훈련할 훈련소를 개설하고 있다고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SVR의 발표에 대해 "평화유지군 배치는 분쟁 당사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러시아와 합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서방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드론(무인기) 공격을 한 데 대해 "우크라이나 지원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25~26일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인 공격용 드론 188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일대가 정전됐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CSTO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의 드론 공격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포크로바(Pokrova·성모의 보호)로 알려진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장치를 운용하고 있어서 러시아의 드론을 러시아나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로 공격 방향을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26일 러시아의 드론 공격 당시에도 95대 이상이 진로를 이탈했고, 5대는 벨라루스로 갔다고 한다.
유럽의회는 이날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한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입장 선회를 요청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EU는 제재로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사용해 우크라이나에 181억 유로(약 27조원)를 제공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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