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16세 미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이 28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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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이 제정됐다. SNS 중독 등의 위험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으로, 부모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이 마련된 것은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28일(현지시간) 호주 상원은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SNS에 계정을 만들어 이용할 경우 해당 플랫폼에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34표, 반대 19표로 통과시켰다. 전날 하원에서 찬성 102표, 반대 13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상원 문턱도 넘으며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1년간 유예 기간을 거친 후 법이 발효된다. 유예 기간 동안 규제 대상이 된 SNS 플랫폼들은 미성년자의 이용을 막을 기술적인 장치를 마련해 적용해야 한다.
규제 대상이 되는 SNS 플랫폼은 법률로 명시되지 않으며, 호주 통신부 장관의 행정 명령으로 결정된다. 미셸 로랜드 통신부 장관은 금지 대상 SNS 플랫폼에 틱톡과 페이스북, 스냅챗, 인스타그램, 레딧, 엑스(옛 트위터)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유튜브와 왓츠앱은 교육 및 창작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 제외됐다. 게임 및 메시징 플랫폼도 제외됐다.
16세 미만이 계정을 생성하고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한 플랫폼 기업에는 최대 5000만 호주달러(약 450억원) 벌금이 부과된다.
이 법은 세계 각국이 도입한 각종 미성년자 SNS 사용 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다. 앞서 프랑스와 미국 일부 주에서 아동·청소년이 부모 동의 없이 SNS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법을 통과시킨 바 있으나, 부모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특정 연령 이하 모든 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일괄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세 미만’이란 연령도 이제껏 각국에서 마련한 관련 규제 중 가장 높은 연령이다.
이달 초 이 법안을 발의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법안 통과 후 기자회견에서 “SNS 플랫폼들은 이제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주 국민의 77%가 이 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 단체와 일부 학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도 나온다. 성소수자나 이민자 등 네트워크가 취약한 집단의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를 박탈당해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인권위원회도 해당 법이 아동·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막아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정상적인 경로로 SNS 이용이 막히면 가상사설망(VPN) 등 결국 다른 우회로를 찾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프랑스도 15세 미만 아동이 부모 동의 없이 SNS에 접속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도입했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이르는 15세 미만 사용자들이 VPN을 통해 SNS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에 대해 “사용 규제가 항상 완벽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18세 미만에 대한 주류 판매 금지가 늘 완벽하게 시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런 규제 자체가 옳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대상이 된 SNS 플랫폼 기업들은 미성년자 이용을 막기 위한 실질적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입법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플랫폼 기업 메타 대변인은 호주법을 존중한다면서도 “SNS 산업이 연령대에 적절한 경험을 보장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적절히 고려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입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플랫폼 엑스(X)는 해당 법률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 법안이 호주가 서명한 국제 규정 및 인권 조약과 양립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냅챗 모회사 스냅은 “이 법이 실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많은 질문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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