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계약 4년 넘게 남았는데…"지금은 뉴진스 독립 못 막는다"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오른쪽 두번째)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공동취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룹 뉴진스는 자유의 몸이라는데, 어도어는 아니라고 말한다. 뉴진스는 어도어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어도어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소송은 불가피해 보인다.



떠난다는 뉴진스, 안 된다는 어도어



뉴진스는 지난 2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와 하이브 잘못으로 위약금 없이 계약이 해지됐다”며 29일부터 계약 해지 상태로 활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도어가 가지고 있는 뉴진스의 상표권도 “데뷔부터 이뤄온 모든 것이 들어있는 이름이니 계속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가요계에서의 상표권 소송,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절차를 건너뛴 계약 해지 발표 및 상표권 권리 주장이라 관계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뉴진스 사건을 관심 있게 봐온 이현곤 변호사는 소셜미디어(SNS)에 “전례 없는 방법이다. 가처분 소송을 하면 결론이 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소송은 어도어가 하길 기다리면 된다. 지금은 뉴진스 독립을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적었다.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활동에 법적인 제약은 없으며, 이제 공은 어도어 측으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다. 이 변호사는 하이브가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에 주주간 계약이 해지됐다고 알려온 것도 이와 같은 통보 방식이었다고 부연했다.

중앙일보

'어텐션' 뮤직 비디오 촬영이 진행된 스페인의 한 해변에서 뉴진스 멤버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해린, 민지, 혜인, 하니, 다니엘, 민 대표. 사진 민희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도어는 뉴진스와의 계약은 기존 서류대로 2029년 7월 31일까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28일 발송한 내용증명에서는 “어도어의 노력이 아티스트가 원하는 특정한 방식이 아니었거나 주관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 이를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 또 아티스트가 주장하는 상당수의 사안들은 어도어가 아닌 제3자의 언행이 문제된 것들”이라고 답변했다. 제3자로는 ‘뉴(뉴진스) 버리고 새 판’ 표현을 쓴 하이브 문건, 하니를 무시했다는 의혹이 있는 빌리프랩 매니저, 어도어 및 어도어 임원진을 음해한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 등을 지목했다.

어도어는 또 뉴진스가 요구한 시정 사항에 대한 답변들과 함께 내년 3월 팬미팅, 6~7월 정규앨범 발매 및 8월 이후 월드투어 준비를 위해 협조해 달라는 내용을 적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뉴진스는 우리와의 내년도 활동계획 논의를 계속 거절하고 있다. 뉴진스가 내년 활동이 불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에 대해 매우 당황스러운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위약금, 상표권 소송 불가피



지금까지 나온 양쪽 입장이 모든 부분에서 달라 결국은 합의 혹은 소송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박성우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합의는 사실상 어려운 단계로 보인다. 자세한 건 계약서를 봐야 알겠으나, 뉴진스가 위약금이 없다고 주장한 부분은 법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소송이 벌어진다면 뉴진스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가능성 있는 향후 시나리오를 보면 어도어는 뉴진스가 내년 음반 발매 및 투어 논의에 비협조적으로 나온다고 판단, 귀책사유가 뉴진스에게 있다며 위약금을 요구하는 소송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뉴진스는 소송 결과에 따라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뉴진스가 원하는 자유로운 활동에 대해 어도어가 ‘방송 출연 및 연예 활동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는 방식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또 뉴진스의 자유로운 활동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상표권 침해로까지 소송할 수도 있다. 상표권 침해가 고의적이었다고 판단되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뉴진스가 자유로운 활동을 하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템퍼링(계약기간 중 제3자 접촉)’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뉴진스 방식’ 선례로 남나



선 계약 해지 발표, 후 소송 방어 전략의 뉴진스 방식을 다른 가수들이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중문화예술인(가수 중심) 표준계약서에는 뉴진스가 주장하고 있는 ‘일방이 이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그 상대방은 유책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 14일의 기간 동안 위반사항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아니하거나 혹은 시정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박 변호사는 이번 뉴진스의 계약 해지 발표에 대해 “소송으로 갈 경우 뉴진스에게 유리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거나, 어도어가 소속 아티스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하여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의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도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악산업 전문가는 “K팝 산업의 중요한 자산인 뉴진스가 어른들의 싸움 속에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뉴진스가 일방적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하는 것은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