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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오늘부터 어도어 아냐' 뉴진스의 아슬한 계약해지 선언 [ST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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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사진=한국온라인사진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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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그룹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와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현 소속사를 떠난 후에는 어도어 민희진 전 대표와 함께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하이브, 민희진 전 대표의 전쟁에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가 참전했다. 이들은 28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뉴진스는 지난 11월 13일 멤버 다섯 명의 본명으로 어도어에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멤버들은 어도어가 14일 이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어도어가 전속계약을 위반한 것임으로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자정은 멤버들이 답변 기한으로 지정한 마지막 날이다. 뉴진스는 기자회견에서 "어도어의 답변이 면피식이었으며,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은 전속계약 해지와 관련한 멤버들의 입장에 있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내용증명에는 민희진 전 대표의 복귀를 비롯해 여러 요구 사항이 담겼다. 하이브, 민희진 전 대표의 갈등이 워낙 첨예한 만큼 업계는 어도어와 뉴진스의 갈등이 내용증명에 담긴 시정 요구, 답변 등의 형식적 절차로는 좁혀지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고, 실로 그러했다. 뉴진스가 내용증명을 보낸 날부터 계약해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다.

때문에 기자회견은 그 이후에 대한 답변도 필요했다. 이날 뉴진스는 기자회견 2시간 30분 전인 오후 6시, 입장을 밝히겠다며 다수의 언론에 메일을 발송했다. 급히 마련된 자리였지만 뉴진스가 '계약해지를 공식화 하는 날'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관건은 멤버들이 계약해지 선언에 따른 후폭풍, 향후 법적 절차 대비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에 있었고, 그에 따른 질문들이 예상됐다.

멤버들은 "어도어를 떠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고 말문을 연 뒤 "뉴진스는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고 어도어는 뉴진스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회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데 현재의 어도어는 뉴진스를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저희는 여기에 계속 남기에는 시간 아까운 것과 정신적인 고통도 계속될 것이다. 얻을 수 있는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어도어에 남아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지의 입을 통해 계약해지 입장이 공식화 됐다. 그는 "뉴진스와 어도어 간의 전속계약은 29일 자정부터 해지될 것을 말씀 드린다"며 이날 자정 이후로 자신들은 더 이상 어도어의 소속 아티스트가 아니라고 밝혔다. 다른 멤버들 역시 같은 입장. 멤버들의 주장에 따르면 어도어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고,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서도 의견을 전달했지만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다섯 멤버들은 어떤 시정 요구도 반영하지 않은 어도어를 떠날 것이며, 계약 파기의 원인은 오로지 어도어에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자정 후 계약이 해지된다"는 멤버들의 선언에 취재진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남은 계약 기간은 5년여 고, 전속계약은 한 측의 해지 선언으로 종료되지 않는 법적 구속력을 지니고 있어서다. 멤버들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취재진은 계약 해지를 위한 어떤 절차를 준비하고 있냐고 물었다. 뉴진스가 남은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어도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문에 마이크를 든 민지의 답은 다소 의아했다.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해서 계약이 해지되는 것이다. 해지되면 그 효력은 없어진다. 때문에 앞으로 저희의 활동에는 장애가 없을 것이다. 저희가 굳이 먼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필요는 없다."

멤버들은 서둘러 계약해지를 선언하면서도 빠른 법적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절차는 먼저 제기할 필요는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어도어는 뉴진스와 계약을 해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에 뉴진스 원하는 대로 하루라도 빨리 어도어를 떠나고 싶다면 계약 해지를 위한 법적 절차를 서두르는 건 멤버들이어야 한다. '떠날 거지만 소송은 안 한다'는 말이 아리송한 이유다.

취재진은 다시 "계약이라는 것은 쌍방이 도장을 찍고 문서를 나누는 일인데, 한 측이 상대의 무엇이 맘에 들지 않아서 법적 절차도 없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히는 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되물었다.

돌아오는 민지의 대답은, 똑같았다.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해지되는 것이고, 해지되면 더 이상 계약의 효력은 없어진다. 앞으로 우리의 활동에는 장애가 없을 것이며, 가처분 신청도 굳이 제기할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

오히려 민지는 "이해하셨을까요?"라고 취재진에 되물었다.

답변에 만족하지 못한 또 다른 취재진이 같은 질문을 하자 뉴진스 측 대리인이 나섰다. "계약해지에 대한 법적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추후에 밝히겠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인 법적 절차에 대한 질문의 맥을 끊었다. 게다가 "법적 검토 중"이라는 답변은 "먼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필요는 없다"는 멤버들의 입장과 결이 다르다.

이날 기자회견은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선언'으로 시작해 그것으로 끝났다. 멤버들은 향후 거쳐야 할 과정들에 대한 질문에 사실상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기자회견 다음 날인 금일(29일) 오전 어도어는 뉴진스가 발송한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의 전문을 공개했다.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갈등을 빚은 사례는 많지만 그 전문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도어는 여전히 뉴진스와 대화하고 싶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뉴진스의 강경한 태도는 이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 갈등은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계약 파기 책임을 묻는 소송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뉴진스 역시 어도어가 계약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뉴진스는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거나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대 6천억 원의 위약금을 두고 다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경우의 가능성을 제대로 검토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이 자유라고 일컫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을 겪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날 기자회견은 멤버들이 향후 발생할 리스크에 적절한 대비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같은 대답을 내놓는 멤버들이 모습이 이를 말해준다.

뉴진스는 최대 K팝 걸그룹 기대주였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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