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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가을이 무색한 세계 날씨…유럽 ‘열대야’ 미국 ‘폭설’ 스페인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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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6일(현지시각) 유럽 최북단 라플란드의 핀란드 로바니에미 인근 관광객들이 비를 맞으며 산타클로스 마을을 방문하고 있다.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을 남겨둔 산타클로스는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북극 고향의 따뜻한 기후와 눈 부족으로 인해 걱정이 많다. 라플란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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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는 117년 만에 역대 최고 적설량을 기록한 한국뿐이 아니다. 세계 날씨도 평년 모습과 다르다. 온난했던 바다와 호수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고 저기압을 형성한 뒤 많은 양의 비나 눈을 뿌리거나, 때늦은 열대야가 발생하기도 했다.





유럽은 가을 열대야





프랑스 남서부 도시들은 지난 26일(현지시각) 새벽 기온이 26.9도였다. 마티유 소렐 프랑스 기후학자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11월 말 야간 시간으로는 매우 예외적인 기온”이며 “놀랍고”고 묘사했다. 그는 “이 시기 밤 시간에 그런 기온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남서부 누벨아키텐 지역의 포 마을 근처는 26일 오전 26.9도를 기록했고, 비아리츠와 타르브 지역에서는 24도에 달했다. 프랑스 기상청은 1970년 11월27일 26.2도였던 11월 역대 최고 기온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단, 이 기록은 바다에서 차가운 공기가 들어와 기온이 떨어지면서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되지 않았다. 프랑스의 높은 기온은, 북아프리카와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공기가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을 따라 솟은 피레네 산맥을 타고 오르며 수분을 잃은 뒤 프랑스 남부로 내려오면서 공기가 더욱 뜨거워지는 ‘푄’ 현상의 일종이라는 설명이다. 나바렝스는 28.1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덴마크도 24~25일(현지시각)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밤시간에 유틀란트 반도(독일과 이어진 반도) 대부분 지역이 14~15도를 기록했다고 덴마크 언론 디케이(DK)가 전했다. 북유럽인 덴마크는 7월과 8월의 평균 야간 기온이 각각 12.7도와 12.8도로, 이날 밤은 여름보다도 기온이 높았다. 유틀란트 반도 스크리드스트룹 공항은 밤에도 15.8도를 기록했다. 기상학자인 토마스 뫼크 공영방송 디알(DR)에 “기후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온도가 높은 직접적 원인은 유럽 남쪽에 위치한 저기압이 일종의 ‘히트 펌프’ 역할을 하면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머물고 있는 따뜻한 공기를 덴마크까지 밀어 올리면서 북쪽 차가운 공기를 밀어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아이슬란드 북쪽 끝 사우다네스 근처 올라프스피외르뒤르는 기온이 22.9도에 달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위도 60도 이상 지역에서 가장 따뜻한 11월 야간 시간대 세계 기록이었다. 이 기온은 일반적으로 7월 평균 기온보다 10~15도 더 높은 기온이다. 이 지역의 다른 기상 관측소도 20도 초반까지 기온이 올랐다. 지난 7일 일본 도쿄 도심 기온도 27.5도까지 올라 1923년 27도를 기록한 뒤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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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낮 시간 폭염으로 열대야가 이어지자 사람들이 밤에도 거리에서 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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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폭설과 폭우 예보





29일(현지시각) 추수감사절을 맞아 전국적 이동이 많은 미국에서는 폭설과 비가 예보됐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주간 예보를 통해 북극에서 불어오는 찬 공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지며 북동부 내륙 일부 지역에서 많은 양의 눈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보했다. 뉴욕주 동부와 중부, 북부 뉴잉글랜드(매사추세츠주, 코네티컷주, 로드아일랜드주, 버몬트주, 메인주, 뉴햄프셔주의 6개 주)까지 겨울 폭풍 경고가 발령됐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계인 중북부 노스코타주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보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11월의 기록적으로 따뜻했던 오대호(Grate Lake) 기온의 영향으로 열대성 저기압 생성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전역에 비가 더 많이 오며, 남동부 지역에서는 심한 폭풍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이 오는 날은 대기 중 수증기가 얼면서 열을 방출(승화열)하기 때문에 강추위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코리 배겟 국립해양대기청(NOAA) 기후예측센터 기상학자는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에 “이례적으로 추운 기온이지만 기록적 추위를 예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장 추운 기온일 가능성이 높다. 밤새 영하의 기온이 남부 플로리다까지 도달한다면 감귤 재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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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각) 유럽 최북단 라플란드의 핀란드 로바니에미 인근 비를 맞으며 관광객들이 산타클로스 마을을 방문하고 있다.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을 남겨둔 산타클로스는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북극 고향의 따뜻한 기후와 눈 부족으로 인해 걱정이 많다. 라플란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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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홍수로 4일 유급휴가





스페인 정부는 ‘기후휴가’를 승인했다고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11월 초 남부 발렌시아 일대 홍수로 224명이 숨진 스페인에서는 이상기후로 직장에 출근할 수 없을 경우 최대 4일의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는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요란다 디아즈 노동부 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이 조치의 목적은 기후 비상 상황에 따른 대피라고 밝히며, 어떤 노동자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상황에는 “노동자는 출근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여러 주에서도 이와 관련한 제도 마련이 논의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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