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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무탄소에너지 원전’ 띄우는 한국…기후총회 현장에선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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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1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국제 시민단체들이 원자력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바쿠/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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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등이 나서 원전(핵발전)을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동력으로 띄우고 있지만,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에 대한 국제 사회의 호응은 그리 크지 않았다. 최근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현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국제 시민단체들은 “원전은 해결책이 아니”며 “재생에너지 확대가 핵심”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지난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막한 기후총회 행사장 안에선 각종 기후·환경 관련 기구·단체들뿐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세계원자력협회(WNA) 같은 원전 관련 기구·단체들의 부스들도 눈에 띄었다. 16일(현지시각) ‘기후를 위한 원자력’이란 주제로 ‘원전 확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 유럽원자력협회(ENS) 관계자는 “원자력 에너지는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청정에너지인데, 이를 잘 모르는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기후총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기후총회 무대에서 원전 관련해 그 누구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 정부다. 15일 우리나라 정부 등은 한국관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솔루션’이라는 제목으로 행사를 열고, 국제사회가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행사를 열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50년까지 전세계 원전 발전량을 3배로 늘린다는 선언인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를 주도해왔고, 지난해 총회에선 관련 내용이 최종합의문에도 들어갔다. 선언 참가국은 한국·미국·프랑스 등 기존 22개국에서 올해 9개국이 늘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를 언급하며 이번 총회에서 “원전을 대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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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군기지에서 귀국하며 공군 1호기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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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총회 현장에서 전반적으로 원전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관련 행사에 참여한 것은 주로 국내 관계자들이었다. 되레 시민사회에선 ‘반대’ 목소리가 컸다. 유럽원자력협회가 ‘원전 확대’ 집회를 열자, 총회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활동가·언론인 580여명이 모인 가장 큰 채팅방에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서 원전 산업 관련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내용의) ‘가짜 뉴스’를 뿌릴 수 있도록 허락한 데 대해 항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큰 호응을 얻은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네트워크인 ‘REN21’의 사무총장인 라나 아디브는 ‘무탄소 이니셔티브’가 “한국의 산업계(원전계) 상황을 많이 반영한 이니셔티브”라며, “(한국에선) 산업계 로비와 영토의 제약 때문에 원자력에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폐기물 처리 등 원전의 전체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그는 “이미 전 세계에 원전을 도입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원전이 전세계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데, 원전은 기후 재난과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비탄력적인 기술”이라며 “가령 프랑스는 근래 가뭄으로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원전의 냉각 시스템을 충분히 가동할 수 없어 원전을 닫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주한덴마크대사관에서 이노베이션센터장을 역임한 뒤 재생에너지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피터 뱅스보는 “한국이 추진하는 무탄소 이니셔티브는 잘못된 방향이다. 이는 한국 사회에 큰 위험을 초래할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원전은 안전성과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데, 작은 땅에 인구 밀집도까지 높은 한국 같은 나라에서 이는 더욱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원전을 늘리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핀란드,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 크고 확실한 흐름이라고 밝혔다. 또 원전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한국의 제11차 전기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대해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줄이는 대신 원전을 늘리는 모양새인데, 가스 비중이 일시적으로 늘더라도 원전 비중을 줄이는 것이 더 낫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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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공개된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주요내용. 산업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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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한겨레에 “한국에는 이미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기 때문에 새로 짓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피터 뱅스보 전 주한덴마크대사관 이노베이션센터장. 바쿠/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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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석열 정부는 기후총회 기간이던 지난 18~19일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주요 20개국이 함께 내놓은 공동선언문에 “우리나라가 강조·제시했던, 무탄소에너지를 확대해 나가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적 연대를 심화해야 한다는 의미가 잘 반영됐다”고 밝혔다. 다만 공동선언문을 보면, “무탄소 에너지” 또는 “원자력” 같은 에너지원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다. 핵심인 42항을 보면,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마다 다른 환경과 공로 및 접근 방식으로” 한다는 등 두루뭉술한 내용이 담겼을 뿐이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겨레에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담긴 건 아니지만 여러 조항에 해당 추진방향과 같은 취지의 내용들이 담겨 있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며 “‘제로-로우 에너지 기술 이행’(49항), ‘기술 중립적 접근방식의 중요한 역할 강조’(51항), ‘각국 형편에 맞게 접근한다’(42항)가 무탄소에너지를 지칭한 대목”이라고 밝혔다.



바쿠/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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