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9일 국회 중의원에서 소신표명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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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9일 집권 2기 첫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는 국회 소신표명연설에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일·한(한·일) 관계를 크게 비약시키는 해로 만들자는 데 일치했다”고 말했다. 미국을 상대로는 “미국에는 미국의 국익이, 우리나라에는 우리나라의 국익이 있는 만큼 솔직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며 대등한 동맹 관계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국회 중의원에서 열린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윤 대통령과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정상회담을 자주 열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이렇게 보고했다. 이날 외교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 국가로 언급됐다. 다만 한국과 관련된 언급은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개최했다”는 정도만 추가됐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1일 취임 한 달여 만에 중의원 해산 뒤 총선거를 치렀고 지난 11일 2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일본 총리는 취임 뒤 소신표명연설로 향후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전반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번에는 두 달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성과와 향후 추진할 정책을 중심으로 연설이 진행됐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1기 내각 출범 당시 소신표명연설에서 한국을 ‘중요한 이웃 나라’로 언급하며 “지금의 전략적 환경에서 일·한이 긴밀히 연계해 가는 것은 두 나라 모두의 이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한 사이에 어려운 문제도 있었지만, 내년 국교 정상화 60년을 맞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구축해온 신뢰를 강화해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내년 1월 새 정부가 출범하는 미국과 관련해서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앞으로도 굳건한 일·미 동맹을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일·미 안보조약에서 ‘대등한 관계’를 주장해온 이시바 총리는 이날도 “일·미 안보체제는 우리나라 외교안전보장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도 주일 미군시설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다”며 “당연히 미국에는 미국의 국익이, 우리나라에는 우리나라의 국익이 있는 만큼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두 나라 국익이 상승효과를 낼 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도 실현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그는 “내년 1월 제2기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차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솔직한 논의를 통해 동맹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위기감도 드러냈다. 그는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을 이례적으로 높은 빈도로 발사를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금도 이어지는 데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맞서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중국이 일본 주변에 전투기와 함공모함 등을 잇따라 위협적으로 오가는 점도 꼬집었다. 이시바 총리는 “동맹에 기반한 억지력과 대처능력을 유지·강화하고, 각국과 대화를 통해 바람직한 안보환경을 조성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국내 문제로는 최근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103만엔의 벽’을 내년 중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른바 ‘103만엔의 벽에 관해서는 2025년 세제 개정을 하는 과정에 논의를 통해 (소득세가 부과되는 연소득 최저선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연소득 103만엔부터 소득세가 발생해, 애매한 소득을 얻는 이들은 아예 세금을 내지 않을 만큼만 일하는 이른바 ‘103만엔의 벽’이 존재했다. 개인들은 소득이 줄고, 사회 전체로는 가용 노동력이 줄어드는 등 손해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밖에 휘발세 감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대책에도 힘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부가 이런 경제대책이 최대한 빨리 마련될 수 있도록 조속히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며 “국회 심의를 거쳐 조속한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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