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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봉호의 세계명반산책] '킹 오브 팝' 탄생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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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마이클 잭슨의 히트 앨범 'Thriller'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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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 떨어졌다. 지구를 뒤흔든 미사일의 정체는 앨범 '스릴러(Thriller)'였다. 1982년 11월 29일에 발표한 마이클 잭슨의 6번째 음반 'Thriller'는 사그라드는 디스코 열풍의 대안이자 본격적인 팝의 시대를 여는 초음속 신호탄이었다. 그는 이미 5번째 앨범 '오프 더 월(Off The Wall)'을 통해 소년에서 성인 뮤지션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무난히 소화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5집의 반응은 그리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Thriller' 열풍을 이끈 쌍두마차는 마이클 잭슨이 직접 작사한 '비트 잇(Beat It)'과 '빌리 진(Billie Jean)'이었다. 우선 'Beat It'은 당시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록을 팝이라는 굴레에 포함시킨 문제작이었다. 여기에 50여 회에 걸친 기타 솔로 연주를 담당한 에디 반 헤일런이 곡의 완성도를 더해줬다. 'Beat It'에서는 전작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마이클 잭슨의 열정 넘치는 보컬을 감상할 수 있다.

'Billie Jean'의 신화는 해당 뮤직비디오와 함께 마이클 잭슨을 댄스 팝의 선두주자로 끌어올린다. 발꿈치를 무대 바닥에 붙이고 발가락으로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문워크(Moon Walk)'는 노래와 함께 1980년대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다. 1983년 해당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 위해 제작진은 로스앤젤레스 라이벌 갱스터 멤버들을 모은다. 마이클 잭슨은 영상에서 환상적인 춤과 노래로 2개의 갱단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담당한다.

비틀스의 리더였던 폴 매카트니와 함께 부른 '더 걸 이즈 마인(The Girl Is Mine)'은 당시 외로운 섬과 같았던 흑인음악이 크로스오버의 물결에 합류했음을 증명해주는 곡이다. 다음은 앨범 타이틀 곡 'Thriller'다.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은 파격적인 뮤직비디오를 내세운 'Thriller'는 위에 소개한 곡에 비해 음악적인 반응은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노래다. 하지만 백인 가수 위주의 뮤직비디오가 주류였던 MTV 시장을 뒤흔든 3곡의 마스터피스가 'Beat It'과 'Billie Jean' 그리고 'Thriller'였다.

마이클 잭슨은 본인 1집 앨범의 프로듀서였던 퀸시 존스를 6집에 투입한다. 노래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에서 지휘자로 활약했던 퀸시 존스의 영입은 신의 한 수였다. 앨범 전곡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그는 팝이라는 거대시장에 흑인음악이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해낸다. 6집에서는 빌보드 톱 10위 안에 무려 7곡이 선정되는 기염을 토한다. 1983년을 통틀어 미국 최고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했음은 물론이다.

'Thriller' 음반에 참여한 뮤지션은 다음과 같다. 키보드는 데이비드 포스터와 스티브 포캐로, 배킹 보컬에 제임스 잉그럼과 마이클 잭슨의 형제인 재닛 잭슨, 기타에 그룹 토토 출신의 스티브 루캐서, 드럼의 제프 포캐로 등 10명이 넘는 뮤지션이 본 앨범의 탄생을 축하해줬다. 여기에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마이클 잭슨의 카리스마가 더해져 전무후무한 팝 역사상 최고의 앨범이 만들어진다.

마이클 잭슨의 어머니는 음반 'Thriller' 열풍을 "달을 향해 쏘아 올리는 로켓" 같았다고 인터뷰한다. 하지만 그는 보통사람의 일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감수해야만 했다. '킹 오브 팝' 마이클 잭슨은 대저택 네버랜드에 입주하지만 아동 성추행과 관련한 기소에 계속 휘말린다. 이 과정에서 그는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 부족과 체중 감소를 겪는다. 1980년대 당시 필자의 학급에서는 문워크를 연습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엉성한 폼으로 뒷걸음질을 치던 그 시절 교실의 풍경이 문득 그리워진다. 그는 마취제 과다 투여로 2009년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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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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