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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퓨리오사AI, 日 AI 엑스포서 2세대 반도체 선봬··· '다각적 판로 개척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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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이 새로운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30년까지 7년 간 10조 엔(약 91조 7000억 원) 이상의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AI·반도체 산업 기반 강화 프레임’ 방안을 발표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원책을 계기로 향후 10년 간 50조 엔 이상의 민관 투자가 발생하고, 일본 경제 전반에 약 160조 엔(약 1467조 원) 규모의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한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 강화 방안은 지난 22일 약 39조 엔(약 357조 7000억 원) 규모의 신 종합경제 대책에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39조 엔 중 비과세 가구를 대상으로 직접 지원하고, 이외 금액을 반도체 및 인공지능 산업 육성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시바 총리는 “모든 세대의 현재, 그리고 장래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반도체 산업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금 내겠다는 일본 정부, 못 따라가는 일본 시장

일본 정부가 막대한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일본 내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실질적인 수혜 기업이 많진 않을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매체들은 토요타, 소니 그룹 등 8개 기업이 출자해 설립한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에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라피더스는 최근 몇 년 간 정부 지원을 통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데 성공했고, 2027년 10월에 2나노미터 칩 양산, 2030년에 1조 엔 규모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라피더스는 반도체 수탁 생산 기업이어서 글로벌 AI 시장 흐름에 주축이 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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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AI 반도체 기업은 소시오넥스트다. 하지만 소시오넥스트 역시 주문형 반도체에 집중하는 기업이어서 AI 가속기 등과는 결이 다르다 / 출처=소시오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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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AI 반도체 테마로 엮을만한 기업들은 후지쯔, 파나소닉의 합작 회사인 소시오넥스트, 차량용 반도체 및 IoT 칩 반도체 기업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AI 반도체 유니콘 기업 프리퍼드 네트웍스가 있다. 소시오넥스트는 기업 주문형 시스템온칩(SoC) 전문 제조 기업으로, 자동차와 데이터센터, 산업용 사물인터넷, AI 및 미디어 처리용 반도체 솔루션을 특화 개발한다. 다만 자체 개발 반도체가 아닌 주문형 반도체, 칩 커스터마이징에 집중하는 사업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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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사스는 AI 반도체 기업이긴 하나, 차량 및 산업용 제품에 집중한다 / 출처=르네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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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사스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 전문 기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데, 지난해 11월부터는 RISC-V를 기반으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도 발을 디딘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32비트 RISC-V CPU 코어는 사물인터넷, 의료 및 산업 시스템용 제품인데, 사실 AI 반도체보다는 음성제어 및 모터 제어 장치 등의 대체제로 쓰일 상황이다. 이외에도 공장, 물류 시설 등에 쓰이는 로봇용 AI 기술 개발 등을 진행하나, LLM, AI 모델 학습 등 글로벌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와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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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퍼드 네트웍스의 2세대 AI 가속기, MN-코어 2 / 출처=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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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장 수요에 가장 근접한 제품은 프리퍼드 네트웍스의 MN-코어 딥러닝 프로세스 가속기다. 프리퍼드 네트웍스는 AI 솔루션 및 생성형 AI 기반 모델용 칩부터 슈퍼컴퓨터용 제품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2세대 제품인 MN-코어 2는 1세대 대비 칩 크기를 5분의 1로 줄이면서, FP16은 393 테라플롭스로 엔비디아 A100보다 칩 크기와 전력 소모량은 작은데 성능은 더 높다. 다만 22년 개발된 7나노미터 공정 제품이어서 성능이나 효율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프리퍼드 네트웍스는 지난 11월 15일, 대규모 언어모델 및 생성형 AI 처리를 위한 새로운 프로세서 MN-코어 L1000 개발을 발표했다. 문제는 2026년에야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일본산 AI 가속기의 공백은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AI 반도체 빈 자리, 국내 기업이 메울 수 있을까?

일본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수요와 다른 방향으로 주력하면서,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는 지난 8월 출시한 2세대 NPU(신경망 처리 장치) RNGD를 제5회 AI 엑스포 도쿄(추계)에서 정식 공개했다. 퓨리오사AI는 지난 9월, 일본 내 IT 영업망을 갖춘 팬스타엔터프라이즈와 사업협력계약을 맺고 일본 내 AI 가속기 판매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으며, AI 엑스포에서 부스를 열고 데이터센터 및 AI 서비스를 운용하는 일본 내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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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직접 박람회장에서 방문객들에게 RNGD를 설명 중이다 / 출처=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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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AI가 참가한 AI 엑스포 도쿄는 크게 하드웨어와 응용프로그램 및 서비스 분야로 나뉜다 하드웨어는 기계학습, 이미지 인식, 자연어 처리, 빅데이터, 신경망 사운드, 인식, 하드웨어 부문으로 분류되고, 응용프로그램 및 서비스는 생성AI, 추천, 컨설팅, 창의적 AI, 콜센터, 예측 유지 관리, 마케팅 부문으로 나뉜다. 올해 행사는 3일간 총 2만 4077명이 참가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리드포인트시스템, 엠클라우드OC, 오렌지스텝, 퓨리오사AI 다섯 개 회사가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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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엑스포 도쿄에서 퓨리오사AI 임직원들이 2세대 반도체 RNGD 및 1세대 반도체 워보이의 성능 시연, 설명 등을 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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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AI는 2세대 반도체 RNGD를 활용해 메타 라마 3.1 70B 모델을 시연하는 라이브 데모를 선보였으며, 1세대 반도체 워보이(WARBOY) 1장으로 25채널 스트리밍 영상에 대한 개체 인식 및 포즈 추정을 수행하는 데모도 선보였다. 또한 협력 업체인 두다지도 함께 부스에 참여해 퓨리오사AI 제품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퓨리오사 이지 컨버터’를 소개 및 시연했으며, 독자 개발한 ‘소형 객체 감지’ 모델을 워보이로 실행했다.

엔비디아 H100 이상의 고성능 GPU를 추론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본 내 업계 관계자들은 고효율과 높은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측면에서 RNGD에 큰 관심을 가졌고, 내년 출시를 앞둔 후속작이자 2개의 RNGD 칩을 하나의 카드에 장착한 파생형 제품, RNGD-MAX에 대해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성장동력 고심하는 일본, 우리나라에도 가능성 커

퓨리오사AI의 엑스포 참가, 그리고 일본 주요 AI 반도체 기업들을 살펴봤을 때 크게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일본의 AI 반도체 생태계가 산업용 제품, 맞춤형 반도체 등에 집중돼 AI 모델 개발을 위한 제품은 다소 외면받는 상황이다. 둘째, 일본 역시 AI 가속기로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높은 상황이지만, 추론 측면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거의 없어 한국 제품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일본 정부와 민간 모두 약점을 보완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과 더불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AI 펀드로 일본 중심의 AI 시장 구축에 나서고 있어서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가 지분을 가진 Arm은 2025년 서버용 AI 반도체 출시를 목표로 조직 개편에 나섰다고 알려졌고, 지난 7월에도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AI 반도체 기업 그래프코어를 인수했다. 10월에는 오픈AI에 5억 달러(약 6970억 원) 투자를 약속했고, 앞서 중국 바이트댄스나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등에도 투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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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AI의 2세대 반도체 RNGD 파생형인 RNGD-MAX, 2개의 칩과 96GB HBM3 메모리로 엔비디아 H100과 경쟁한다 / 출처=퓨리오사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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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동반 성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 가치사슬 특성상 일본 역시 한국의 AI 기술 및 반도체 역량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메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퓨리오사AI는 비교적 빠르게 이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의 수많은 AI 반도체 기업들도 퓨리오사AI와 같은 전략 마련에 고심할 시점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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