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이 29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 앞서 기자들의 탄핵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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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해 감사원장이 29일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대해 “헌법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정치적 탄핵”이라고 비난했다. 헌법질서의 근간을 훼손한 장본인이 이런 말을 하니 기가 막힌다.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직무상으로는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 이것이 ‘헌법질서’다. 최 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라고 버젓이 말하더니, 임기 내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스스로 감사원의 헌법적 의무인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내팽개치다시피 해놓고 어디에다 대고 헌법질서를 말하나.
민주당은 다음달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 원장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고 한다. 대통령 관저 ‘봐주기’ 감사와 국정감사 자료 미제출 등이 그 사유다. 최근에는 대통령 관저 내 70㎡짜리 ‘유령건물’이 감사원 감사에서 빠진 사실도 드러났다. 경호처가 ‘스크린 골프장’으로 검토했었다는 이 건물의 존재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경호처의 감사 방해나 감사원 내부의 증거 은폐 가능성이 제기되는데도, 최 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 감사였다”고 주장한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의 출퇴근 시간까지 시시콜콜 따졌던 감사원이 대통령 관저 증축 시설 중 가장 큰 건물을 빠뜨려 놓고 무슨 궤변인가. 이런 ‘부실 감사’가 드러날까봐 국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회의 회의록 공개를 거부한 게 아닌가.
최 원장은 전 정권 관련 감사 때마다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해왔다. 최근에도 문재인 정권의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수사 요청했다. 헌법과 감사원법에는 감사원을 ‘감사원장을 포함한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다. 감사원을 감사위원회의 합의를 통해 운영하는 게 헌법정신이다. 감사원은 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헌법정신 위반”이라고 비난한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감사원은 “감사원장이 탄핵된다면 감사원의 헌법적 기능이 마비되고, 국민 세금 낭비와 부정·부패 예방 기능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해 결국 국민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권 때 최재형 감사원장이 임기를 6개월이나 남겨 놓고 대선에 출마한답시고 중도 사퇴하는 바람에 4개월 동안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그때도 감사원 기능이 마비됐었나.
감사원이 29일 최 원장 탄핵 추진에 반발해 과장급 이상 모든 직원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마치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탄핵 추진에 집단 반발하는 검찰을 따라 하는 것 같다. 두 기관 모두 다른 기관의 견제를 받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잘못을 돌아보기는커녕 궤변과 세 과시로 조직 지키기에만 몰두하는 행태야말로 국회가 나서서 제대로 견제해야 할 필요성을 입증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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