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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위기의 韓 석유화학… 사업 재편·지분 매각 등 탈출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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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재무 위기를 초래한 국내 석유화학 산업 불황이 심화하고 있다. 중국 저가 공세, 수요 부진 속에 기초 소재 등 주력 사업 수익성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고부가 소재 생산과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는 경쟁력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2022년 이후 손익분기점인 톤(t)당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지난달 t당 평균 148.42달러로, 3분기 전체로 보면 186.47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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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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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기반으로 이른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생산에 주력해 왔다. 나프타를 수입한 후 열분해를 거쳐 만들어지는 에틸렌은 플라스틱, 비닐, 고무 같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때 기초 소재로 쓰인다.

최근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공장을 돌려 에틸렌을 생산해도 사실상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 NCC 증설에 속도를 내며 에틸렌 생산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값싼 중국산 에틸렌이 대규모로 쏟아지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수요 부진은 심화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은 지난달 이미 95%를 넘어섰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에틸렌 생산 능력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4%에 해당하는 1700만톤(t)을 목표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당분간 과거처럼 높은 성장세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본래 석유화학은 경기 상황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순환 주기)이 존재하는 대표적인 업종이지만, 중국발 리스크 때문에 과거 같은 업황 반전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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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석유화학 수출 및 생산 전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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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주 삼일PwC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유례없는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며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 둔화, 높은 원재료비나 중동의 대규모 투자 등도 부진을 야기하는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구조적인 변화가 계속되는 만큼, 과거 같은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보다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했다

국내외에서 강화하는 환경 규제가 석유화학 산업 수요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30년 국내 석유화학 수출은 지난해보다 29.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서도 일회용품 규제로 수요 감소가 이어지면서, 2030년 국내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한계 사업 재편을 비롯한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기초 소재 비중은 줄이고, 중국산 제품보다 경쟁력이 있는 고부가 소재 위주로 사업을 전환하는 추세다. 합작법인(JV) 설립 등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3월 스티로폼 원료 스틸렌모노머(SM)를 생산하던 여수 SM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여수 NCC 2공장 매각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했고, 여수 공장 가동률 조정 등을 고려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공장이나 시설 등 자산을 완전 매각하기보다는 외부에 일부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며 “납사, 정유 사업을 하는 쪽과 JV 설립 등 협업을 통해 전반적인 산업 구조를 효율화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이나 내년 초 국내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정책금융 지원, 중장기 사업 재편 인센티브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업체들 간의 이른바 ‘빅딜’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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