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기 파주시의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을 놓고 갈등이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주시가 불법 건축물에 대한 강제 철거에 나서면서 격한 대치가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이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검은 옷을 입은 용역 회사 직원과 경찰 수십명이 골목으로 들어옵니다.
업소 종사 여성들은 바깥에서 문을 못 열게 문과 문 사이를 꽉 붙잡습니다.
[파주시청 관계자 : 이 상태로 있는 게 더 위험해요. 유리 깨져요.]
[업소 종사자 : 살려주세요.]
얼마 못 가 대문이 뜯겨나가고 철거 작업자들이 진입합니다.
[업소 종사자 : 어휴 추워라. 눈도 오는데. 문짝 다 떼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한 때 국내 최대 규모 성매매 집결지로 꼽혔던 파주 용주골.
파주시가 이 용주골 완전 폐쇄를 목표로 불법 건축물부터 철거하는 7차 행정 대집행을 벌였습니다.
집행 기간 나흘 내내 극심한 대치가 이어졌습니다.
[파주시청 관계자 : 저희가 대집행을 계속함으로써 사람들이 '아, 이거를 시가 그냥 대충 넘어갈 게 아니구나' 라는 걸 인식한 거고…]
[업소 종사자 지지하는 시민 : 여기 그냥 건물이 아니라 집입니다. 집이라는 게 여러분들 사시는 데 있잖아요.]
한 업주가 흉기를 갖고 나오자 이를 제지하던 경찰이 손을 베여 병원에 이송되는가 하면, 한 업소 관계자는 대치 과정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119! 119!]
철거 집행 3일차, 한 업주는 철거를 막기 위해 아예 건물 앞에 차를 줄지어 세워놨습니다.
옥상에 올라가 대치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철거 전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파주시.
[파주시청 관계자 : 불법에 대해서 자진 시정하려는 계획이나 의지를 좀 보여주시면 저희가 이렇게 행정력, 공권력 다 투입해서 (할 리가 없죠.)]
'철거 이전에 종사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했어야 했다'는 시민단체.
[주홍빛연대 '차차' 관계자 : 작년부터 계속 저희가 요구한 건 제대로 된 이주 보상 대책입니다. 조례 지원 전에 단속으로 내쫓고 면담도 한번 안 하고…이 여성(종사자)들이 그게(조례 지원) 어떻게 고마울까요?]
이렇게, '법대로 하자'는 논리와 '생존권 보장하라'는 논리가, 토론회장이 아닌 이곳에서도 극명하게 부딪혔습니다.
예정된 철거 집행 마지막날, 파주시는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이번 집행 대상 중 한 곳은 철거를 보류했습니다.
용주골에 남아있는 업소 종사자 별이 씨를 만나,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별이(가명) : 처음부터 시간 주셨으면 저희 지금쯤은 나가 있을 아가씨(종사자)가 반 이상 넘을 거예요. (이미) 자립을 준비하고 계셨던 분들이 있어요. 애견 미용 배우고…지금은 다 올 스톱이에요]
파주시가 탈성매매 여성들의 주거, 직업 교육 등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어 이미 시행중이지만, 자신들의 현실과 맞지 않는 대책이라는 게 별이씨 입장입니다.
[별이(가명) : 본인 일도 해야 되고 상담도 받아야 하고 직업 훈련도 받아야 하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죠.]
과거 여섯 차례 철거 집행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용주골은 '영업중' 입니다.
이번 7번째 집행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할 걸로 보입니다.
[성매매 업소 운영자 : (저희는) 버티고 부수면 다시 짓고 또 부수고 단속 때리면 맞고 그래야죠.]
그래서 파주시가 '단기적 처방'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파주시는 '곧바로 다음 절차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영도/파주시청 언론팀장 : (영업을 재개한다고 해서) 가만히 그러면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부분은 아닌 거잖아요. (집결지 폐쇄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차근차근 지금 저희는 절차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불법 성매매가 사라져야 한다'는 명제는 단순합니다.
하지만 종사 여성과 업주, 지자체와 지역 주민까지 아우를 수 있는 조건은 복잡해 보입니다.
적어도 이곳에서 벌어지는 지난한 대치와 몸싸움의 끝이 '도돌이표'가 되어선 안됩니다.
밀착카메라 정희윤입니다.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영상편집 김영선 / 취재지원 박찬영]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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