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화산, 인간’ 4K로 담아낸 지구의 심장 박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타투데이

‘화산, 인간’ 사진|KBS방송화면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BS가 야심차게 만들어낸 ‘화산’과의 세상에서 뜨거운 공존 이야기, 다큐 인사이트 ‘화산, 인간’ 3부작이 1부 ‘야수르 할아버지’로 그 시작을 알렸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친숙한 배우 김남희의 따스하고 차분한 내레이션이 함께한 1부에서는 화산과 함께 살아가는 바누아투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이곳의 삶에도 찾아온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까지 전했다.

28일 방송된 KBS1 다큐 인사이트 ‘화산, 인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불리는 남태평양 바누아투의 위험천만한 화산 아래 살아가고 있는 이쿠룹족과 나락족을 찾아갔다.

‘화산, 인간’ 1부의 제목이기도 한 ‘야수르 할아버지’는 바누아투의 타나섬에서 10분마다 용암을 분출하며 살아 숨쉬고 있는 활화산 ‘야수르 화산’이다. 모든 것을 순식간에 앗아갈 듯이 시뻘건 불꽃을 뿜어내는 야수르지만,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대자연에서 화산과 공생하고 있는 산악마을 이쿠룹족과 해안마을 나락족에게 야수르는 ‘할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야수르의 전설’ 아래 살아가는 산악마을 이쿠룹족의 바람은?

타나섬의 허파와도 같은 열대우림 속, 야수르의 전설이 깃든 신비로운 동굴에 이쿠룹족 남자 조디와 할례 의식을 마친 소년들이 찾아왔다. 소년들은 어엿한 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한 통과 의례로 가족과 떨어져 독립생활 중이었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 엄마를 포함한 모든 여성과 만날 수 없으며, 아이들은 아빠들이 돌본다. 이들은 자연 속에서 모든 생필품을 얻는 방법들을 아빠들로부터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소년들은 불을 피우고, 나뭇가지와 넝쿨 등 숲의 자원으로 덫을 만들고, 또 활까지 만들어 쏘며 밀림의 생존법을 익혔다. 조디는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모든 것들은 제 아버지에게 배웠다”며 자신의 지식이 아들과 손자에게도 전수되기를 기대했다.

소년들은 독립생활을 마치며 마을로 돌아왔고, 마을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한층 성장한 소년들을 환영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소년들은 첫 행보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화산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는 춤을 췄다. 조디는 “독립생활 후 집에 돌아오면 소년들은 자신들이 자연 속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 위대한 자연 속에서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알게 된다. 먼 훗날까지 우리의 아이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유지하고 전통을 지켜나가길 바란다”라며 야수르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바람을 전했다.

전기는 없지만, ‘화산의 선물’ 온천이 있는 해안마을 나락족의 충만한 삶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천혜의 자연을 선물로 받은 해안마을 나락족 또한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삶의 방식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나락족 남자 단은 “아빠와 수영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는 딸 멜리사를 과거 신성시하던 해안 동굴로 데려갔고, “어릴 적 이곳을 처음 봤을 때 화산이 만든 대자연의 비경에 경외심을 느꼈다. 너에게도 같은 감정을 선물하고 싶다”고 전했다.

화산은 나락족에게 온천을 선물하기도 했다. 멜리사는 “우리 마을에 전기는 없지만, 화산이 준 ‘온천’이라는 선물이 있다”며 “온천에 머리를 감으면 머릿니가 사라진다”고 그 효능을 소개했다. 나락족들은 빨래와 목욕, 조리까지 모든 생활에 도움을 주는 온천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이쿠룹족 소년들이 할례 의식을 치르듯, 나락족의 소녀들은 첫 생리 후 살갗을 베어 부족의 문신을 새기는 과정을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로 치르고 있었다. 아직 9살인 멜리사는 “몸에 칼을 댈 생각을 하면 무섭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 한다. 우리의 의식이니까...”라며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분노한 야수르’...바다에서도 땅에서도 “자연의 균형이 무너졌다”

나락족에게는 ‘화산의 자손’이 되기 위해 또 하나의 관문이 있었다. 화산재로 인해 생물이 자랄 수 없는 불모의 땅이 되어버린 ‘화산재 평원’을 찾은 단은 딸 멜리사에게 “20여 년 전 야수르의 폭발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며 화산 폭발과 함께 호수가 무너져 세상의 종말처럼 모든 걸 휩쓸어갔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는 “두려워하지 말아라. 그냥 계절처럼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다. 야수르는 ‘파괴의 신’이 아니다.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며 야수르의 분화구를 마주했다. 그리고 단과 멜리사는 최초의 조상이자 가족인 ‘야수르 할아버지’에게 춤과 노래를 보내며 자손이 찾아왔음을 알렸다.

그러나 기후 위기로 대자연의 균형이 깨지며 이쿠룹족과 나락족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무엇이든 아낌없이 내어주던 바다는 수온이 오르며 사막화됐다. 물고기를 잡으려 먼 바다까지 나가본 나락족들에게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화산재 속 영양분 덕분에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짓던 이쿠룹족은 야수르가 격렬하게 분화하면서 생긴 화산재로 햇빛이 차단되고 토양이 산성화되며 작황이 예년 같지 않게 됐다.

이쿠룹족의 부족장은 야수르의 정령들이 모여 사는 자이언트 반얀트리를 찾아가 정령들과 소통하는 영적인 존재 ‘야수르미네’에게 도움을 구했다. 야수르미네는 오랜 기다림 끝에 “야수르는 자연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한다. 야수르는 여전히 우리를 보살필 것이지만, 우리도 야수르를 존중하고 인간과 자연은 서로를 지켜줘야 한다고 한다”고 야수르의 뜻을 전했다.

‘화산, 인간’은 초고화질 4K HDR로 화산의 속살은 물론, 더욱 생생한 바누아투 대자연의 생동감을 담아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절로 웅장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부드럽고 다정한 배우 김남희의 내레이션은 바누아투 사람들에게 시청자들 또한 몰입하게 만들며 다음 회를 기대하게 했다.

3부작 ‘화산, 인간’은 12월 5일 2부 ‘위대한 신들의 산’, 12월 12일 3부 ‘잠들지 않는 불의 거인’이 오후 10시 방송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