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기강 무너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 우려
대통령실 “헌법 질서 근간 훼손” 강력 비판
과반 다수 의석을 ‘힘자랑’에 남용해선 곤란
최 원장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 11월 감사원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한 임명 동의 요청서에서 최 후보자를 일컬어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하고 신뢰받는 공직 사회를 구현해야 할 감사원장 적임자”라고 극찬했다. 국회는 재적 의원 300명 중 252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23표의 압도적 지지로 최 후보자의 감사원장 취임에 동의했다. 당시 원내 1당이자 과반 다수당인 민주당은 인사청문 보고서에서 “감사원장 직무를 무난히 수행할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3년 만에 최 원장을 퇴출해야 할 공직자 명단에 올린 민주당의 처사는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최 원장이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수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 탄핵해야 한다면 먼저 그런 인사를 앉힌 점에 대한 반성과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재해 감사원장이 29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 입장하며 탄핵 관련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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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왜 최 원장을 탄핵소추 표적으로 삼았는지 이유는 뻔하다. 현 정부가 대통령 관저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용산구 옛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옮기는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야권은 김 여사의 부당한 관여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감사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원장은 “최대한 조사를 했는데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꺼내 든 탄핵 사유에 대해 “잘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원내 과반인 22대 국회 들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탄핵소추를 당하거나 탄핵 대상에 올랐는데, 그들의 생각도 최 원장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170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당론을 바꾸지 않는 한 최 원장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된다. 최 원장의 직무 수행이 중지되는 경우 문재인정부 시절 임명된 조은석(2025년 1월 임기 종료 예정), 김인회(2025년 12월 〃) 감사위원이 차례로 원장 권한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민주당의 궁극적 목표가 감사원 장악이 아니라면 최 원장 탄핵소추 시도를 즉각 중단하는 것이 옳다. 대통령실이 “감사원의 헌법적 기능을 마비시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간다”고 밝힌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공직 사회 직무감찰이 주된 업무인 감사원이 수장 공백으로 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여소야대 정국에서 가뜩이나 해이해진 공직 기강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감사원장 탄핵 추진은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비판을 새겨듣길 바란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거대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거나 탄핵 추진을 예고한 이들만 더해도 18명에 이른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응해야 할 김용현 국방부 장관조차 해당 명단에 포함돼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야당이 정권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탄핵을 남용하는 행태는 한국 정치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이 만들어준 다수 의석의 힘을 민생 입법이 아닌 정부 마비, 국가기관 마비에 악용한다면 민심의 역풍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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