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선진유치원 유치원생과 학부모 40여 명이 용남중 미래교육관 피움라운지에서 제빵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용남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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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없앤 사천 용남중학교
급식실·체육관 등 마을에 개방
폐교 위기 넘고 학생 수 6배 쑥
화성 다원중은 동네쉼터 조성
시민들의 아지트로 자리매김
교육부 “학교 확장 적극 지원”
급식실·체육관 등 마을에 개방
폐교 위기 넘고 학생 수 6배 쑥
화성 다원중은 동네쉼터 조성
시민들의 아지트로 자리매김
교육부 “학교 확장 적극 지원”
경남 사천의 용남중에는 교문이 없다. 학교 건물과 건물 사이로 난 길이 마을로 이어진다. 어느 길에서 들어오든 그 길은 학교 중정으로 통한다. 마을로 난 길을 따라 주민과 학부모, 인근 학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주변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용남중 체육관에서 학예회를 연다. 학부모를 위한 주말 목공 수업은 금세 정원이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학교는 마을의 큰 행사에 급식실을 개방할 계획이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학교복합시설 ‘다원이음터’는 다원중 주차장 용지에 화성시가 건물을 쌓아 올려 주민에게 개방한 공간이다. 화성시 거주민이라면 누구나 사진, 악기, 요리, 컴퓨터 등 다양한 강좌를 들을 수 있다. 중학생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마을 동아리가 체육관을 빌려 쓰고, 연말에는 소극장에서 공연을 한다. 학교와 마을을 잇는 화성시의 실험은 7개 이음터로 구현됐다.
교사와 학생만의 공간이었던 학교가 지역사회에 교문을 활짝 열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위기를 학교와 지역이 함께 극복하고 교육·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학생과 주민이 함께 쓸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학교를 ‘평생 교육의 장’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폐교 직전까지 갔던 용남중은 이 같은 변신 덕분에 학생들 사이에서 ‘가고 싶은 학교’ 1순위로 꼽힌다. 용남중에 가기 위한 ‘위장전입’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처음부터 주민을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2011년 전교생이 120명으로 쪼그라들면서 폐교 위기에 처하자 학교는 살아남기 위해 뭐든 해야 했다.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로 만들기 위해 학교에서 가장 폐쇄적인 교무실부터 뜯어고쳤고 교사를 중심으로 수업 방식을 개선했다. 학교에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등 프로그램도 다양화했다. 흡사 카페와 같은 교무실을 학생들이 부담 없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고 학교는 ‘공간의 힘’을 확신했다. 학생들 얼굴이 밝아졌고 학교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2015년 교육부 지정 농어촌 거점별 우수중학교로 선정돼 3년간 12억원을 지원받으며 공간혁신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그 결과 10년 만에 전체 학급이 6개에서 26개로 늘었고 학생은 현재 700명에 육박한다.
용남중의 변신을 주도한 최연진 용남고등학교장(전 용남중 미래교육부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학교를 지역사회에 개방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학교 분위기가 좋아지니 이런 분위기가 학교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지역으로 뻗쳐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달라지는 게 눈에 보였거든요. 5년 전부터 다른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수업 등 마을 배움터를 운영하고 마을 교사를 초빙해 학교에서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체육관과 250석 규모의 콘서트홀은 주민에게 상시 개방하는데, 최근에는 학교에서 500명 규모의 전당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학교에서 관리하죠.”
그는 “학교가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 각종 지원사업에 신청하며 여러 시도를 해보는 것”이라면서 “보안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 개념은 통제에 있지 않고 항상 어떻게 하면 개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용남중은 최근 지역 공동체 중심시설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마을 교실과 체육관, 콘서트홀, 급식소로 구성된 1400여 평의 미래교육관인 ‘미래피움’을 개관했다. 최신식 과학실과 메이커실 등 미래형 교육 환경을 갖췄다. 학교 용지에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 예산 총 83억원이 합쳐져 완성된 복합시설이다.
주민 만족도도 높다. 지난 23일 선진유치원에 다니는 7세 딸과 함께 용남중에서 제빵 수업을 들은 학부모 김홍미 씨는 “집 근처 중학교에 제빵시설이 있어서 놀랐고 주말에도 중학생들이 학교에 나와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면서 “아이들이 커서 용남중에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성 다원이음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이음터를 ‘우리 동네 아지트’라고 부른다. 장미 다원이음터 본부장은 “이음터 건물 3·4층이 다원중과 다리로 연결돼 있어 학생들은 일과 시간에 이음터의 체육관과 강의실을 쓰고 그 외 시간에는 마을 동아리가 대관해 사용한다”면서 “이음터는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편안히 쉴 수 있는 쉼터이자 놀이터”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용남중, 다원이음터와 같은 학교복합시설이 더 많이 나오도록 지난해부터 학교복합시설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23년부터 5년간 복합시설 활성화를 위해 총사업비의 최대 50%까지 지원한다. 지금까지 80곳이 학교복합시설로 지정됐다. 지난 8월 선정된 20개 공모사업은 총사업비 4620억원 중 2075억원을 교육부가 지원한다. 이 사업을 통해 서울 도봉구의 신창초등학교에는 수영장과 다목적 체육관, 돌봄교실이 들어선다. 강원도 속초에 있는 한 폐교는 복합교육체육센터로 탈바꿈돼 생존수영센터와 북카페가 건립된다.
사천·화성 권한울 기자
매일경제·한국교육개발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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