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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폰만 보는 아이들? 어른들도 다르지 않은데”…불붙는 미성년자 SNS 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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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16세미만 SNS이용 전면금지
틱톡·페북·인스타그램·엑스 등 포함
‘교육 목적’ 유튜브·왓츠앱은 제외
英·佛도 규제 도입·확대 움직임
“청소년 보호”에 “권리 침해” 갈등
머스크 “인터넷 접속 다 통제” 반발
한국도 SNS 규제 관련 입법 이어져


매일경제

전 세계적으로 미성년자들의 소셜미디어(SNS) 중독 문제가 이슈가 된 가운데, 호주에서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28일 의회를 통과하며 미성년자의 SNS 사용 규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사진은 챗GPT로 ‘청소년 SNS 사용 규제’를 키워드로만든 것.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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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미성년자들의 소셜미디어(SNS) 중독 문제가 이슈가 된 가운데, 호주에서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28일(현지시간)의회를 통과됐다. 부모 동의와 상관 없이 모든 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이 마련된 것은 세계 최초로, 청소년 보호와 과잉규제 간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호주 상원은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 틱톡과 페이스북, 스냅챗, 인스타그램, 레딧, 엑스 등 SNS에 계정을 만들 경우 해당 플랫폼에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34대 반대 19표로 통과시켰다.

당국의 점검 결과 조치가 불충분하다면 플랫폼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유튜브와 왓츠앱은 교육 등 창작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에서 제외됐다. 이 정책은 내년 1월 도입기를 거쳐 내년 말부터 본격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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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규제법 통과 후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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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이같은 강경책을 내놓은 것은 SNS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SNS 상에서 괴롭힘을 당한 청소년들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청소년들의 SNS 사용을 규제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SNS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들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X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인터넷 접속을 통제할 것인가”라며 강력 반발했다. 틱톡과 X는 법안이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되고 있으며 아동의 인권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청소년들이 규제를 피해 몰래 SNS를 할 방법을 찾다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메타와 구글은 호주 정부에 해당 법안의 시행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기업은 법안의 영향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필요하며, 연령 확인을 위한 생체 인식이나 정부 발급 신분증의 사용은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외에도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피터 카일 영국 기술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BBC 라디오에 출연해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기술 기업들이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관련 규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프랑스는 현재 일부 학교에 시범도입한 ‘디지털 쉼표’ 조치를 내년 9월부터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9월 도입된 이 조치는 중학교 200여곳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정책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국회를 중심으로 비슷한 규제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고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허용 여부에 대해 친권자의 확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NS 사업자가 14세 미만 아동의 회원가입을 거부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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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머스크는 자신의 X에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청소년들의 SNS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입법하겠다고 발표한 소식을 전하며 “모든 호주인들의 인터넷 접속을 통제하는 백도어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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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원의 규제 뿐 아니라 관련 기업들의 자발적인 제한까지 이어지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

최근 국내 인스타그램 이용자 사이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일상사진을 올리는 계정 뿐 아니라 반려동물 관련 계정까지 잇따라 정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스타그램이 도입한 인공지능(AI) 연령확인 도구가 해당 계정에 주로 올라온 아기 사진을 보고 계정 운영 주체를 인스타그램 이용이 불가능한 만 14세 미만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계정의 경우 반려견이나 반려묘 나이를 ‘2023년생’ 같은 식으로 적어넣은 것이 AI의 연령확인때 미성년자 소유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법으로 막는 것은 과거 논란 끝에 폐지된 셧다운제 처럼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막은 셧다운제는 2011년 도입됐지만, 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근본적인 비판과 더불어 모바일게임은 막을 수 없고 가상사설망(VPN)을 쓰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허점까지 노출되면서 결국 실효성 논란 끝에 2022년 폐지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미성년자 SNS 규제법도 비슷한 논란만 일으키고 실효성은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원천적으로 청소년들의 SNS 접근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SNS 기업에 아동 보호 의무를 부여하고 미성년자 개인정보 보호법 대상을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확대하는 온라인 안전법(KOSA)과 개인정보 보호법(COPPA 2.0)이 지난 7월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는 갖가지 우려 탓에 좀처럼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해당 법안이 기업들로 하여금 SNS 콘텐츠를 검열하고, 부모가 자녀의 인터넷 접속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한다며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맥락으로 호주에서도 허위 정보 확산을 막지 못한 온라인 플랫폼에 전세계 매출의 최대 5%를 벌금으로 매기려던 법안 적용이 무산됐다. 정부가 나서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벌금을 피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들이 게시물 내용을 단속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국회에서의 통과 가능성이 낮아지자 정부 차원에서 법안을 철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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