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중국의 기술 추격 등으로 한국의 주력 산업과 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치싸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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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28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아울러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낮췄다. 10월 금융통화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의견이 우세했고, 시장도 동결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는 점에서 '깜짝 금리인하'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현 경제 상황이 나쁜 데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줄줄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및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한은과 골드만삭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노동ㆍ자본 등 생산요소를 동원해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2.0%)에도 못 미친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ㆍ미 간 금리 차이는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해온 외국인 자금이 더 빠져나갈 수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원자재와 농산물 등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위험도 있다.
중국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자 전통적 중간재인 철강ㆍ정유ㆍ화학 등에서 자체 생산능력을 구축하며 자급률ㆍ기술력을 높이고 세계시장에도 내다팔았다. 그러다가 중국 경제가 침체하며 공급이 넘치자 덤핑 수출 공세에 나섰다. 그 여파로 한국 석유화학ㆍ철강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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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의 대중對中 무역수지는 181억 달러 적자였다. 대중 무역적자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주력 품목은 이미 7~8년 전부터 무역역조가 굳어졌다. 반도체 흑자액이 큰 탓에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이런 판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 미국의 3대 교역국인 중국ㆍ멕시코ㆍ캐나다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물리고,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붙이겠다고 했다. 게다가 반도체지원법상 보조금 지급에 대한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는 아름다운 단어"라고 언급한 인물이다. 멕시코ㆍ캐나다는 미국과 무역협정(USMCA)을 맺은 국가다. 최우방국과 동맹국도 미국 우선주의의 예외일 수 없다는 신호다. 혈맹국이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도 관세 폭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현지에 생산기지를 둔 기아와 삼성ㆍLG전자 등 자동차ㆍ가전 업체의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에 공장을 지으며 보조금을 받기로 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사업계획도 위태로워졌다.
당장 미국과의 협력 채널을 풀가동해 조 바이든 정부 임기 내 반도체 보조금 지급이 마무리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는 것에 대비해 미국의 핵심 이해와 맞춰 협상하는 전략을 시나리오별로 치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력 채널을 풀가동해 조 바이든 정부 임기 내 반도체 보조금 지급이 마무리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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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려면 협상에서 밀고 당길 지렛대가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의 미국 투자 규모는 215억 달러로 대미 투자국 1위다. 한국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최대 기여국이란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거론할 정도로 미국이 취약한 조선ㆍ방위산업을 지원할 최적 파트너가 한국이라는 점도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기술 추격 및 밀어내기 저가 수출 공세 등 거센 다중 파고에 내몰리며 한국의 주력 산업과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수출전선과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압박과 파고를 함께 막아내는 방파제 및 파트너가 돼야 할 정부와 대통령실, 여당은 자화자찬과 집안싸움, 일본 편향 외교 등으로 허송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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