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닉스·스톰 대박냈던 70대 디자이너...창업한다니 30억 목돈 몰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이코노미

본인이 직접 기획생산한 ‘리사이클드 레더’ 점퍼를 착용하고 카메라 앞에 선 홍선표 디자이너(히어로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92513?

1995년 출시된 ‘292513 스톰’의 대표 로고다. 4050세대라면 기억할 추억의 청바지 브랜드다. 장동건, 송승헌 등 당시 초대형 스타만 광고모델로 썼을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더불어 함께 내놓은 닉스 역시 당시 10대들에게 명품 대접을 받았던 브랜드다. 당시 닉스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리바이스를 따돌리고 토종 브랜드로 데님 브랜드 매출 1위를 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청바지 한 벌에 20만원대로 가격대가 있다 보니 ‘청바지 구매 목적 10대 알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는 말도 돌았다.

이후에도 그는 클럽 모나코, 닥터 마틴, 카파 등을 잇따라 출시, 국내 패션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해외에도 그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중국에서 ‘러브콜’이 왔다. 제일모직 차이나의 총괄 CP로 재직 후 카파 차이나, 엄브로차이나, 아비아(Avia) 차이나 등에서 총괄 기획자로 맹활약했다.

‘영원한 현역’ 홍선표 패션디자이너 얘기다. 어느덧 70대에 접어든 그는 올해 초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독자 브랜드 ‘헤베츠(Hevets)’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해외에서 주로 스포츠, 에슬레저 쪽으로 방점을 찍었던 그는 한국에서 전개하는 독자 사업으로 데님 브랜드를 낙점했다. 그가 창업한다고 하자 제품 출시도 전에 30억원의 투자금이 들어왔다. 그를 신뢰하는 엔젤 투자자는 물론 과거 닉스 시절 생산 파트너인 홍콩의 ‘제이드 니팅 앤드 가먼츠 팩토리(이하 제이드, Jade Kintting & Garments Factory)’도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제이드는 발렌시아가, 알렉산더왕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매경이코노미

국내 유일 심리스 기법이 적용된 데님 브랜드 ‘헤비츠’(히어로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신사서 바로 ‘러브콜’
이를 기반으로 올해 11월 서울 한남동에 복합 매장을 냈는가 하면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무신사에서 입점을 제안, 곧바로 입점할 수 있었다.

“사실 좀 얼떨떨해요. ‘70대에 접어들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호응이 뜨거울 지는 몰랐어요. 특히 한국은 물론 홍콩, 중국에서도 물질적으로 혹은 유통채널 지원으로 도와주려고 하는데 ‘그래도 헛살지는 않았구나’ 싶네요. 평생을 현역으로, 또 다르게 생각하며 살자라고 다짐했는데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참고로 헤베츠는 그의 ‘청개구리 정신’을 고스란히 담았다. 홍선표 디자이너의 영문 이름은 ‘스티브 홍’, 일명 ‘SteveH’로 불렸다. 이를 거꾸로 쓴 이름이 ‘헤비츠’다. 그는 “천편일률적인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의미한다”라며 심볼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함,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청개구리’로 삼았다.

“글로벌 시장 조사를 해보니 여타 카테고리 대비 데님 브랜드 시장은 큰 변화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대부분 SPA(패스트패션) 브랜드에 잠식당한 거죠. 그런데 환경 측면에서나 안 입고 버려지는 데님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깊이 있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품질을 추구함으로써, 시즌 지나면 입고 버리는 저가 브랜드가 아닌, 한 벌의 옷을 시간이 지난 후에 꺼내 입어도 만족하며 입을 수 있는 스테디셀러 제품을 만들겠다고 나섰죠. ‘잘 만들어 안 버리게 만들자’가 모토입니다.”

매경이코노미

디자이너의 ‘청개구리’ 정신을 상징하는 ‘헤비츠’ 로고(히어로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리사이클드 레더’로 차별화
이를 위해 해비츠는 ‘심실링(Seam Sealing) 기법’으로 생산한 ‘엔지니어드 데님(Engineered Denim)’과 ‘리사이클(재생·재활용)’을 대표 키워드로 내세운다. 심실링이란 데님에 솔기 부분을 봉제가 아니라 접착식으로 붙이는 방식을 뜻한다. 주로 고가 아웃도어 제품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데님 분야에서는 국내 브랜드 중 유일한 시도다. 더불어 친환경 가죽점퍼도 눈길 끈다.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가죽의 짜투리 조각을 녹여 다시 원단에 도포하는 방식인 ‘리사이클드 레더(Recycled Leather)’로 만들었다. 해당 원단은 세계적인 인증기관인 인터텍(Intertek)으로부터 인증(Recycled)도 받았다. 이렇게 출시한 점퍼는 내놓을 때마다 ‘완판’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 홍 디자이너는 본인의 아이디어를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려 한다고.

“오랜 기간 중국에서 활동하다 보니 중화권에 통할 만한 브랜드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캐주얼 브랜드 ‘노드그린(Nordgreen)’과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브랜드 ‘블루스코그(Blueskog)’를 추가로 출시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너무 벌리는 거 아닌가’라는 세간의 우려도 있지만 벌써 중국 일부 매장에 제품이 깔리기 시작하는 등 반응이 나쁘지 않아요. 한남동 매장도 열자말자 내국인보다 외국인 구매 비중이 더 높을 정도라 중국은 물론 일본, 동남아 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나이란?
끝으로 그에게 ‘나이란?’이라고 물었다.

“그 숫자를 인식하는 순간 ‘늙었다’라고 이해하면 되는 말”이란 답이 돌아왔다. ‘영원한 현역’다운 말이었다.

매경이코노미

헤비츠 외 신규 브랜드를 한데 모아 전개하고 있는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히어로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경이코노미

헤비츠 외 신규 브랜드를 한데 모아 전개하고 있는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히어로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취재후기
대학 시절 그가 디자인한 스톰 청바지를 입었던 기자에게 한가지 궁금증이 있었다. ‘292513’의 뜻은 ‘뭘까?’였다.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옷일세’를 음차했다는 설도 돌았다. 홍 디자이너는 “아들의 생년월일”이라고 간단히 답했다. 그럼 첫 ‘2’는? 브랜드 만들 당시 아이가 2살이었다고. 그는 “당시엔 사람들이 물어봐도 딱히 대답하지 않고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했는데 그래서인지 더 궁금해하면서 사 입었던 듯하다”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