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강성 지지층, 판사 인신공격 쏟아내
사법부 판결에 불복하며 3권 분립을 흔드는 위협적 언사를 쏟아내고, 판사의 신상을 캐내며 이를 토대로 판결을 왜곡하는 모습이 정치권에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이슈에 대해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정치적 무능까지 더해지고 있다. 정치적 쟁점을 ‘협상과 합의’를 통해 풀지 못하고 그 판단을 사법부에 의지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법부를 공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가 있던 지난 25일 자유통일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이 대표 법정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자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지난 25일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검찰을 규탄하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집회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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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유∙무죄에 따라 반응 ‘극과 극’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재판 결과에 대해 ‘극과 극’ 평가를 내놨다.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된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를 놓고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박찬대 원내대표), “검찰 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하는 정치 판결”, “오죽하면 서울 법대 나온 판사가 맞느냐고 하겠느냐“(김민석 최고위원), “법치 무너뜨린 사법살인”(전현희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의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재판 결과를 부정하며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도 가했다.
반면 이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된 지난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 때는 “진실과 정의가 승리했다”(박찬대 원내대표), “사법 정의가 민주주의를 지켰다”(전현희 최고위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박홍근 의원) 등 180도 다른 반응을 내놨다.
민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했다며 헌법기관장인 감사원장에 대한 초유의 탄핵 소추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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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지지층…판사 향해 인신공격
이 대표의 위증교사 1심 무죄 판결을 놓고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사법부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가, 위증교사 1심은 같은 법원의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가 맡았다.
이 중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판사가 전남 장성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판결을 부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 일부는 이 대표가 무죄 선고를 받은 이후 법원 앞에서 “(판사의) 고향이 전라도가 무죄(를 선고한 것”이라며 목소리 높였다. 일부 보수 커뮤니티에서도 김 판사의 출신과 판결을 연결지으며 원색적인 욕을 쏟아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도 이 대표에게 중형을 선고한 한성진 부장판사에 대해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네이버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선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이후 “반드시 탄핵해야 할 판레기(판사+쓰레기)”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사법부를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가 각 진영 강성 지지층에 고스란히 투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4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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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헌법재판소 심판을 받고 있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사례처럼, ‘대결 정치→與 속전속결 임명→거대야당의 제동→기관장 업무정지→사법부 판단 구하기’라는 ‘기승전 사법부 의존’은 ‘정치 실종’, ‘정치적 무능’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에서 “재판 결과에 따라 양당이 일희일비하고,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정치 동력을 삼으려는 건 정치적 무능”이라며 “이재명 대표 재판이 (대법원까지 최종) 결과가 가까운 시일 내 나올 수 없고, 그걸로 반사이익을 누일 수 없다는 걸 정부여당도 확인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정치를 해야 하는데, 양당 대표가 말로만 민생 이야기를 하지, 지금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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