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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尹 거부권'을 거부한다"…주말 빗속 촛불집회 나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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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광화문 일대 운집

'김건희 특검법' 3번째 거부권 행사 직후 첫 주말집회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李, 별도 발언 없이 조용히 참가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트럼프 취임 전, 판 바꾸자" 외쳐

여당 향해 "유권자 위임한 입법권 포기 말라" 촉구

노컷뉴스

토요일인 30일 저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 앞 도로(사직로)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은지 기자



"김건희 특검 수용하라! 채상병 특검 추진하라!"
"국정농단 규명하라! 윤석열을 거부한다!"

11월의 마지막 날이자 토요일인 30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듭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규탄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초겨울 날씨에도 우비와 패딩을 뒤집어쓴 시민들은 광화문 일대에 모여들어 촛불을 들고 대통령실을 향해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은 야당이 지난 14일 단독처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세 번째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이후 맞은 첫 주말이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처음 열린 장외집회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국민중행동 등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5시 반쯤부터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 집회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오후 5시 사전행사 격인 '제5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통해 열기를 끌어올렸다. 사회를 본 백승아 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으로만 윤 대통령 임기 2년 반 동안 세 번째이자, 25번째 거부권(행사)"이라며 "증거가 차고 넘쳐도,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제대로 된 수사는 없었다. 이런 뻔뻔한 정부를 본 적 있나"라고 반문했다.

연이어 무대 위에 오른 같은 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김 여사가 한 명리학자에게 '저 감옥 가나요'라며 조언을 구했다는 언론 보도를 겨냥해 "그 쉬운 걸 왜 묻나. (김 여사는) 당연히 감옥 가지"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50일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판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재명, 조국(조국혁신당 대표)은 털고, 김건희와 한동훈(국민의힘 대표)은 덮는 게 법치가 아니다. 민주당도 반성하고 이 대표도 더 연마할 것"이라며 "우리가 집단지성이고 주인이기에 '주술의 이단왕국'을 멸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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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5차 국민행동의 날'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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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사법리스크' 고비를 한 차례 넘긴 이 대표는 이날 연단 위에 올라 직접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시민들에게 따로 인사하는 순서도 없었다. 참가자들 사이에 조용히 앉아 집회를 지켜봤는데, 민주당 측은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국비상행동 집회 초반 세찬 비가 10여분 넘게 계속됐지만, 참석자들은 '김건희를 특검하라', '윤석열을 거부한다'가 양면에 적힌 붉은 피켓을 든 채 사직로 대로를 빼곡하게 채웠다.

집회에서는 윤 대통령과 당정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며, 김 여사 특검 수용이 곧 '국민의 뜻'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대한민국 헌법 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는 조문이 국회에 관한 헌법규정 중에서도 가장 앞에 배치된 이유는 입법권이 유권자가 위임한 가장 본질적인 권한이자 국회의 존재 이유이고, '책임정치'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여당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요구했고 윤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여당 의원들에게 요구한다. 유권자가 위임한 대표의 권한을 포기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광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민심'을 외면하지 말라며, "대통령의 권력에 의존하는 정치 활동을 당장 중단하라"고도 했다.

마찬가지로 좌초된 채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무죄를 주장하는 발언들도 나왔다.

아들이 군 복무 중이라고 밝힌 '아말다말(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부모연대'의 이밀씨는 "아군에 의해 수시로 군인이 죽어나가는 군대에 우리 아들·딸들을 어느 부모가 보내고 싶겠나"라며 "여기 있는 많은 부모님들도 같은 마음이실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원칙대로 수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소중하고 당연한 가치"라며 "거짓과 불의에 맞서 온 박 대령의 편에서 이 나라가 정의와 진실의 방위를 엄숙히 선언할 수 있도록 마음을 한데 모아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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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5차 국민행동의 날'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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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집회가 마무리된 오후 6시 30분 전후로 안국동사거리와 종각역 방면을 향해 행진을 이어갔다. 주최 측이 추산한 이날 집회 참여인원은 약 10만 명이다.

경찰은 집회가 이뤄진 세종대로와 사직로 일대 반대편을 가변차로로 운영하는 한편, 행진 시 우정국로와 남대문로 일부 도로의 차량 통행을 조절했다. 교통경찰 140여 명을 배치해 통행을 관리하고 광역버스 차량 운행도 지도했다.

한편 이날 전국비상행동 등의 집회보다 한발 앞서 보수성향 단체들도 광화문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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