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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트렁크', 오묘한 분위기만 남은 빈껍데기[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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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와 미스터리의 만남…빌드업만 가득
총 8부작으로 29일 전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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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가 지난달 29일 전편 공개됐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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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사건의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지도 않을뿐더러 미스터리와 멜로의 만남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이혼한 아내가 요구한 기간제 결혼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끌리지 않는다. 배우 공유와 서현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빈껍데기만 남았다.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극본 박은영, 연출 김규태)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다. 총 8부작으로 지난달 29일 전편 공개됐다.

작품은 기간제 결혼을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기간제 결혼 매칭 업체 NM 소속 노인지(서현진 분)는 네 번째 결혼을 마치고 다섯 번째 결혼을 준비한다. 상대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과 외로움에 잠식된 음악 프로듀서 한정원(공유 분)이다.

한정원은 아내 이서연(정윤하 분)과 이혼했지만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모든 걸 함께한 사이다. 한정원에게 이서연은 세상이었으며 자신의 전부였다. 하지만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흐트러지게 된다. 한정원은 그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그녀가 요구한 기간제 결혼 서비스에 마지못해 응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이 기간제 결혼이라는 게 고가의 메이드 서비스인 건지 아니면 단순한 정략결혼 시스템인 건지 혼란스러워한다. 사람들이 왜 이 서비스를 애용하는 것인지 이해도 못 한다. 노인지는 그러한 한정원의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밥상을 차리고 그의 집에서 진짜 와이프인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감정을 주고받지는 않는다. 노인지 또한 한정원에게 "나는 당신을 꼬실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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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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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정원은 노인지와 결혼 생활을 하면서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다. 약이 없으면 잠들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노인지와 얘기를 나누던 중 소파에서 깊은 잠에 들기도 한다. 은은한 향 냄새와 함께 잠든 한정원은 "정말 오랜만에 푹 잤다"고 말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서연은 "약 많이 먹었냐"고 묻지만 한정원은 "약 없이 잤다"고 답한다. 이서연은 자신과 있을 때와 완전히 달라진 한정원의 모습에 묘한 감정을 느낀다.

노인지 또한 마찬가지다. 네 번째 남편이 죽던 때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과감하게 반지를 버리던 과거와는 달리 한정원을 조금씩 신경 쓰기 시작한다. 특히 그가 먹는 약의 정체를 조사하는가 하면 점점 자신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한정원을 받아들인다. 노인지가 왜 기간제 결혼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털어놓는다.

반면 이서연 또한 새로운 남편 윤지오(조이건 분)와의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서연은 윤지오와 몸을 섞는 와중에도 한정원과 노인지를 신경 쓴다. 노인지에게 더블데이트 식사를 제안하는가 하면 한정원에게 계속 전화를 걸며 그의 행방을 살피기도 한다. 또한 집 안에 미리 설치해 둔 CCTV를 통해 한정원과 노인지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본다.

아무런 연관도 없을 것 같던 노인지와 이서연 사이에도 연결고리가 있었다. 이서연이 "기간제 결혼 상태로 노인지 씨를 선택한 게 바로 나다"라고 한 것. 또한 두 사람은 과거 어떠한 인연으로 얽혀 있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어느 날 호숫가에 정체 모를 트렁크 하나가 떠오른다. 이 트렁크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네 사람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품은 멜로와 미스터리 두 장르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결혼에 상처받아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쉽게 잘 털어놓지 않았던 노인지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불안과 외로움에 잠식돼 살아가는 한정원의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며 점차 마음을 키워간다.

또한 기간제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하게 된 한정원과 이서연 사이에는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또 노인지는 왜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건지,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 정체는 무엇인지, 우연처럼 보이는 이 관계는 어떠한 연결고리로 얽혀 있는 건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러나 총 8부작 중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5화까지만 봤을 때는 이 모든 게 그저 빌드업 과정에 불과하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노인지와 한정원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이상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데 이 과정 자체가 루즈하게 느껴진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하고 나른하며 물 흐르듯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의문점이 해결되기는 커녕 계속 빌드업만 쌓이고 있어 몰입감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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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현진(왼쪽)과 공유가 '트렁크'에서 호흡을 맞춘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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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을 통해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계속 형성되기는 하는데 그게 끝이다. 이 분위기 속에서 어떠한 걸 말하고자 하는 지는 잘 다가오지 않는다. 그 분위기에 불을 지필 인물로 노인지의 곁을 맴도는 수상한 남자 엄태성(김동원 분)이 등장하긴 하는데 이 또한 빌드업 과정에 불과하다. 무언가 일이 발생할 것만 같은 느낌만 계속 반복된다.

연령대가 19세 이상인 만큼 수위 높은 장면들이 초반 다소 연출된다. 아름답게 포장되긴 했으나 주인공의 시선에서 따라가다 보면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물들이 그러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던,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한 전사가 나오지도 않아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다만 이러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배우들의 열연은 빛난다. 특히 작품 초반부터 끝까지 오묘하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서현진의 나른한 표정 연기가 압도적이다.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서현진의 연기력 덕분에 노인지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불안감에 잠식당한 공유의 연기력 또한 극의 몰입감을 더한다. 서현진과의 결혼 생활로 점차 변화하기 시작하는 캐릭터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한 기간제 결혼이라는 전혀 알 수 없는 형태의 결혼 생활을 시작해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의 모습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나른하면서도 차분하다. 미스터리 멜로가 어떠한 느낌인지 잘 모르는 시청자들에게도 이러한 장르라는 걸 한 번에 알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그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에 그쳤다. 남은 회차에서 이 모든 떡밥을 다 수거한 결말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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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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