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장부이자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아가는 도시 뉴욕!

거리를 수놓은 화려한 간판들 사이 걸린 한글 간판이 뉴요커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한국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식당이 뉴욕 한가운데에 그대로 재현된 건데요,

이곳은 바로 뉴욕 [기사식당]입니다.

[매트 / 미국 뉴욕 : 저희는 여기 처음 와보는데요. 정말 기대됩니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이곳을 알게 됐는데 소셜 미디어에서 정말 인기더라고요. 전 오징어 볶음을 먹을 생각입니다.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선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요.]

한국식 달력과 추억 속 벽걸이 선풍기까지 옛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이곳,

마치 서울의 한 모퉁이처럼 고소한 음식 냄새와 정겨운 한국 노래가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비한국계 손님들의 눈길을 끄는 건 바로 한식만이 가진 독특한 식사 문화입니다.

은쟁반에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

한식 백반 정식을 마주한 손님들의 표정엔 신기함과 기쁨이 묻어납니다.

[피닉스 / 메인 : 한국 음식의 특징 중 하나를 꼽자면 다양한 반찬이 있다는 것 같아요. 미국 음식이나 이탈리아 등 유럽의 요리에서는 이런 걸 느끼지 못하죠. 한국 음식은 다양한 맛을 내는 요리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반찬도 정말 맛있어서 식사 자체가 확실히 완성된 느낌을 준다고 할까요. 그리고 먹고 나면 아주 든든하죠.]

[맥스 / 뉴욕 : 여기는 마치 인기 있는 반찬들만 모아놓은 베스트 컬렉션 같아요. 분위기도 정말 좋고 말이죠.]

이곳은 사실 개업 전부터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미국 주요 매체에 정통 한식을 보여주는 특별한 음식점으로 소개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뉴욕에서 알아주는 소위 가장 '핫'한 맛집으로 꼽힐 정도인데요.

식당 제일의 인기 메뉴는 의외로 제육볶음.

매콤달콤한 양념에 불맛이 어우러져 뉴요커의 입맛을 단단히 사로잡고 있습니다.

[윤준우 / 뉴욕 [기사식당] 대표 : 제육볶음이 가장 인기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호불호가 없는 맛이거든요. 이게 매콤하기도 하지만 달콤하기도 하고 그리고 저희는 이제 불맛을 좀 내기 때문에 그런 스모키한 맛까지 더해졌을 때 사실 호불호가 크게 안 갈리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워낙 제육볶음은 미국 손님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뭔가 난이도도 좀 쉽고 해서 제육볶음이 제일 잘 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뉴욕에서 한국식 기사식당이라는 특별한 도전을 하는 윤준우 대표,

그런데 사업 시작부터 한국적인 맛을 고집한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윤준우 / 뉴욕 [기사식당] 대표 : 네 저는 일단 먼저 뉴욕에 와서 쭉 요식업에 종사를 했고요. 거기는 한국식 미국 남부 음식을 하는 퓨전 요리 집이에요. 많은 손님이 가시면서 '한식을 너희 가게 통해서 처음 접했는데 정말 맛있었어'란 말을 들었을 때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 있더라고요. 왜냐하면, 그 가게는 퓨전이고 정말 한국적이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아 무조건 다음 가게를 할 때는 제일 우리나라 것 같은 것을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고….]

한국인으로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우리 맛을 선보여야겠다는 생각,

그렇게 윤준우 대표는 세계의 중심, 뉴욕에 기사식당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대표 대중식당인 기사식당을 떠올리게 된 건 어릴 적 아버지와의 추억 덕분이었습니다.

[윤준우 / 뉴욕 [기사식당] 대표 : 이민 오기 전에 아버지랑 많이 다니던 뭐 오래된 식당이나 기사식당이 다 사라지고 없더라고요. 그 이유를 좀 찾아보니까 전 세대에 이런 (기사)식당을 운영하시던 사장님들이 은퇴하시고 더는 제 또래의 레스토랑 운영자들은 그런 가게를 하고 싶지 않아 하고 이탈리안이나 미국 음식이나 조금 더 수익성이 좋고 멋있는 음식을 하고 싶어하는 걸 보고서 '아 이 문화가 어쩌면은 내 자식 대에서는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 그러면 이거를 세계의 중심지인 뉴욕에 가지고 와서 만약에 성공을 시킨다면 다음 세대도 이걸 되게 멋있다고 생각하고 이 문화가, 뿌리가 좀 더 이어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가지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우리 전통 백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뉴욕에 선보이는 일,

분명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반드시 백반이 가진 친근한 정서와 맛을 알아주리라 믿었다는데요.

윤준우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정통 한식의 맛과 감성을 온전히 재현하는 일입니다.

이런 노력 덕에 그의 가게에는 소중한 고국의 정을 느끼기 위해 찾아오는 한인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기사식당은 고향의 맛과 그리운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윤준우 / 뉴욕 [기사식당] 대표 : 처음 저희가 오픈을 하고 한국 손님들이 굉장히 많이 오셨었어요. 그중에서 한 나이 드신 저기 노부부께서 오셨는데 줄을 1시간 반 정도 서서 기다리셔서 들어오셨어요. 근데 제가 이제 여쭤보면서 어디서 오셨냐니까 2시간을 운전해서 롱아일랜드 안쪽에서 여기까지 오셨다고 그러더라고요. 여기 계시면서 이런 노포 식당이나 기사식당이 너무너무 그리우셨고 여기서는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저희가 이걸 열었다고 하셨을 때 너무 궁금해서 너무 그리워서 여기 오셨다고 했을 때 좀 되게 마음이 터칭하고 따뜻하더라고요.]

재료부터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한식의 본질을 깊이 고민하고 음식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윤준우 대표.

그는 세계인의 입맛에 타협하는 게 아닌, 우리 입맛 그대로의 정통성을 지켜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윤준우 / 뉴욕 [기사식당] 대표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식을 하시는 분들이 저희를 포함해서 어떻게 하면 미국 사람들이 좋아할까, 어떻게 하면 한국 음식을 입에 맞게 드실까, 어떻게 하면 이렇게 사랑을 받을까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사실 이제는 그 질문이 잘못된 것 같아요. 어쩌면 저희 한국인들이 우리나라 음식을 더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일본이나 프랑스나 다른 데에 비해서 전혀 뒤처지지 않는 고급 요리고 정말 많은 정성과 기교가 들어가는 음식인데 저희조차 오히려 이것을 너무 낮게 평가하고 '그래봤자 제육인데', '그래봤자 불고기인데'라는 것이 사실 좀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세계로 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저희의 자부심을 가감 없이 보여줘야 되고 저희부터 자랑스러워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우리 음식의 매력을 제대로 알리고, 한식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윤준우 대표.

단순히 사업 그 이상으로, 한국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세계에 알리는 길잡이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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