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아닌 쇄신 변화 택한 KB에 은행권 긴장 감돌아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유임 금융 개편 강도 높여
은행권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면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수장 교체에 이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에도 쇄신의 바람이 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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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정리=오승혁 기자]
◆ 이재근 행장 3연임 실패…예상 밖의 '깜짝' 인사 평가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금융권에는 인사시즌이 찾아왔는데요. 은행권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면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수장 교체에 이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에도 쇄신의 바람이 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네, 각 금융지주사들이 임기 만료를 앞둔 CEO, 임원 인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연말부터 내년 3월까지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요 계열사 CEO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됩니다. KB금융의 자회사 11개사 중 5개사 CEO 임기가 만료되는데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14개사 중 12곳의 자회사 CEO 임기가 종료됩니다. 우리금융은 14개사 중 7곳이, NH농협금융은 9개사 중 5곳의 CEO 임기가 만료될 예정입니다.
특히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의 임기는 모두 올해 만료됩니다.
-이 가운데 KB국민은행의 경우 교체가 확정됐다고요?
-그렇습니다.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7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는데요. 업계에선 이재근 현 행장의 3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KB금융은 조직의 안정보다 변화와 쇄신을 택했는데요. 예상 밖의 '깜짝' 인사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추위 측은 "내실있는 성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자본·비용효율성 중심의 체질개선을 통해 일관된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견인할 수 있는 이환주 후보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어 "이환주 후보 추천은 KB금융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 사례로 조직의 안정 및 내실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습니다.
-우리은행 역시 조병규 행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한 가운데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가 발표됐다고요?
-네, 앞서 조병규 행장은 지난달 26일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했습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는데요.
우리금융그룹 자추위는 "현 조병규 은행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함에 따라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과 '세대 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했습니다. 또한 "정진완 후보는 후보군 중 가장 젊은 68년생으로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판을 갖고 있고 전문가 심층 인터뷰, 경영계획 PT 및 심층면접에서도 호평을 받았다"며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6명의 은행장 후보들 중 가장 젊은 1968년생 정 부행장을 발탁해 '조직 쇄신'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정진완 은행장 후보는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며 "혁신형 조직개편, 성과중심의 인사쇄신을 통해 우리은행만의 핵심 경쟁력을 제고해 신뢰받는 우리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렇군요. 아직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거취는 확정되지 않았는데요.
-네, 시장에선 정상혁 행장과 이승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정상혁 행장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리딩뱅크'를 탈환했고 내부통제에도 앞장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이승열 행장의 경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연임 도전을 앞둔 상황에서 하나은행장을 교체하면서 '새로운 하나금융'을 꾸려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석용 행장은 올해 발생한 금융사고로 거취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네요.
-그렇군요. 올해 인사 시즌에는 내부통제 관리 역량이 주요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요?
-네, 최근 금융당국은 잇따른 금융사고에 은행지주사들에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데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서 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 등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이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내에 아직도 온정주의적 조직문화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이는 구성원의 윤리의식 저하를 통해 금융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반복되는 위규행위에 대한 징계 강화, 귀책직원에 대한 엄정한 양정기준 적용 등 준법의식·신상필벌 강조의 조직문화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내부통제의 실효적 작동을 위해 지주회장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총괄책임자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감시·견제역할을 수행해달라"고 했습니다.
-예상 밖의 '깜짝' 인사가 나오는 등 은행권을 중심으로 쇄신 기류가 이어지면서 타 자회사 인사에도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쇄신 바람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롯데그룹 2025년 정기 임원이사에서 유임됐다. /롯데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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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유임…재무구조 개선 본격화
-롯데그룹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가 유임됐다고요?
-그렇습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롯데지주 포함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대내외 격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반영했는데요. 임원 22%가 퇴임하고 계열사 대표이사 21명이 교체됐습니다.
다만 박 대표를 비롯해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이영구 롯데식품군 총괄 대표 부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단은 모두 유임됐습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올해 중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실행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대표가 유임한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네, 1960년생인 박 대표는 롯데그룹 60대 이상 임원들이 퇴진하며 세대교체를 가속화하는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습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은 롯데건설에 '구원투수'로 나서 재무구조 개선을 이끈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분석됩니다. 2022년 12월 롯데건설 수장에 오른 박 대표는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약 40년간 롯데그룹에서 일한 '롯데맨'입니다. 경북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역임한 박 대표는 '재무통'으로 꼽히죠.
롯데건설 대표로 취임 당시 뛰어난 리스크 관리 및 사업구조 개편 역량을 인정받아 '구원투수'로 등판했습니다. 롯데건설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가 닥쳤습니다. 이때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직접 대여해 줬고 유상증자를 통해 876억원을 출자하며 6000억원가량 지원했죠.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도 롯데건설에 3000억원의 운영자금을 빌려줬습니다.
박 대표는 부임 직후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에 대응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롯데건설의 2022년 11월 말 기준 PF 우발채무 규모는 약 6조9000억원이었죠. 박 대표는 증권사와 시중은행과 함께 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수혈, 만기 도래 PF에 대응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PF 우발채무는 4조8945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부채비율도 2022년 265%에서 올해 상반기 205%까지 낮아졌죠. 롯데건설은 부채비율이 연말까지 100%대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재무적 성과를 기반으로 향후 수익성 확보 등 실적 측면에서도 성과를 기대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란 해석도 나옵니다.
-박 대표의 취임 이후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떤 것들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까요?
-네, 롯데건설은 올해 들어 롯데케미칼 지급보증 없이 회사채 발행해 나서며 '홀로서기' 나섰습니다. 2021년 9월 이후 약 3년 만인데요. 국내 신용평가 3사가 평가한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은 'A+', 등급전망은 '부정적'입니다.
다만 상반기 기준 PF보증 규모가 4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미착공 도급사업(2조6000억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기존 PF우발채무의 본PF 전환 등을 통한 일부 감축에도 PF보증 규모는 여전히 과중한 수준입니다. 박 대표는 PF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또 55.8%에 달하는 주택부문 매출 비중이 높은 점도 개선해야 합니다. 지난 9월 기준 분양률이 90%로 높지만 지방은 다소 저조합니다. 서울의 경우 분양률이 98.1%에 달하지만 지방 광역시는 76.2%로 차이가 크죠.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수혈을 받았지만 당분간 지원사격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롯데지주가 지난 8월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내년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방침입니다.
박 대표는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지속성장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주택사업 위주의 건설사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원가율 증가로 수익성이 감소했는데 롯데건설도 마찬가지죠. 해외 수주도 부진합니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해외 계약 건수는 4건, 금액은 -4561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억1769만달러에서 급감했습니다.
-롯데건설의 미래 먹을거리도 고민할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롯데건설은 모빌리티 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특히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수직이착륙장인 버티포트에 집중하고 있죠. 버티포트는 수직이착륙 항공기의 이착류·충전·정비 및 승객 탑승이 이뤄지는 터미널로 UAM의 핵심 인프라 중 하나인데요. 롯데건설은 그룹이 보유한 유통·관광 인프라시설 주요거점과 연계된 버티포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실증 단계로 당분간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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