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3개월 연속 감소…“‘거래 절벽’ 속 강남도 예외 아냐”
악성 미분양 4년만에 최대…“지방 중소도시, 공급 과잉의 덫에 빠지다”
매수자 없는 서울, 미분양 쌓이는 지방…“부동산 시장의 경고등 커져”
정부 부동산대책 효과 미미…서울 거래 절벽·지방 악성 미분양 해법은?
#2. 지방의 한 도시에서 최근 악성 미분양 아파트가 1000가구를 넘어섰다. 이 도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규모 산업단지 유치와 인구 증가로 주택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며 신규 아파트 분양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하지만 경기 둔화와 인구 유입 감소, 고금리 여파로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대부분의 신규 아파트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한 건설사는 2021년 착공한 5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분양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분양률은 30%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6개월 이상 분양되지 않은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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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서울 아파트 거래가 3개월 연속 줄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거래가 움츠러든 사이 지방 거래는 한 달 새 24% 증가했다. 지방 중소도시 악성 미분양은 한 달 새 1000가구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 아파트 매매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를 지목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대에 이르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매수를 포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강남권은 통상적으로 자산가와 투자자 중심의 거래가 많지만, 최근 금리 부담과 추가 가격 하락 우려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거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 감소의 또 다른 이유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가격 괴리감이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매도자들은 지난해의 고점 수준에 근접한 가격을 요구하는 반면, 매수자들은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한 중개업자는 "매도자들은 '강남 불패'라는 믿음으로 호가를 낮추지 않고, 매수자들은 기다리기 전략을 택하고 있어 거래가 아예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남구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매매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개월 연속 감소하며, 11월 기준 거래량은 5년 평균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강북 지역의 일부 중소형 아파트 단지에서는 매매 대신 전세 거래가 늘어나며 매수 심리가 더 약화되고 있다. 강북구의 한 중개업자는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대출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전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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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거래 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기 대책만으로는 시장 침체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거래 부진은 금리와 경기 문제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주택 공급과 수요를 균형 있게 조절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감소는 단순히 거래량의 감소를 넘어, 주택 시장 전반의 체질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앞으로의 정책과 시장 흐름에 따라 서울 아파트 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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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악성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매입 지원과 대출 규제 완화 등을 발표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특히 지방 소도시에서는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가 동반되며 근본적인 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주민은 "아파트를 샀다가 가격이 더 떨어질까 봐 걱정돼 매수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정부 대책만 믿고 기다리기에는 시장 상황이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금융 지원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지역별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신축 아파트 공급을 조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위와 같은 사례는 악성 미분양이 단순히 건설사나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와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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