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주 변호사의 상속 비법(43)
사망보험금, 신탁재산 포함 운용 가능해져
원하는 시기와 용도 맞춰 보험금 지급 가능
3000만원 이상 일반사망 보장보험에 한정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갑자기 40대에 말기암 판정을 받고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 있던 김희망 씨(가명)는 자신이 죽은 후에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을 수익자인 자식에게 잘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사업하는 남편 마음대로 써서 없어질까봐 걱정됐다. 자신이 죽으면 나올 사망보험금이 어린 자식에게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아이가 대학을 갈 때는 입학금이 필요하고, 사회에 나가면 전세보증금도 필요할 텐데 사망보험금이 그런 데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김희망 씨는 최근 알게 되어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바로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에 수령하는 보험금을 신탁사가 관리하면서 수익자에게 보험계약자가 정한 대로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신탁은 위탁자인 보험계약자가 일정한 목적에 따라 재산의 관리와 처분을 수탁자에게 맡기는 계약이다. 그리고 사망보험은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로서 사망할 것을 조건으로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살아 있을 때는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지만, 사망한 경우에는 그 재산을 관리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신탁제도는 사망한 이후에 자산 관리에 가장 유용하고 강력한 제도다.
이전까지 은행, 보험사, 신탁사 등 금융회사가 부동산이나 금전의 경우에는 신탁계약을 맺을 수 있었지만, 보험금청구권에 대해 신탁계약을 맺지 못했다. 고령화가 심화하고 고령층의 자산이 축적되면서 사망 후의 재산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이번에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금융회사가 사망보험금을 신탁재산에 포함해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허용된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3000만원 이상의 일반사망 보장보험에만 한정된다. 재해나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 지급하는 보험금청구권은 이러한 보험사고의 발생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고 불확실해 제외됐다. 그리고 그 보험계약에 대해 대출이 없어야 한다.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인 경우이고, 수익자는 직계존비속과 배우자로만 한정돼 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가입자들은 자신들이 사망보험금이 사후 어떻게 관리되고 지급되는지에 대해 상세히 정할 수 있다.
이전에는 보험금을 수익자에게 지급하면 계약이 종료됐지만,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자녀나 배우자 등의 수익자에게 어떤 시점으로 지급돼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미리 설정이 가능해 그러한 업무가 모두 종료가 돼야 계약이 종료된다. 그래서 보험계약 내용에 없는 수익자로서 평소 연락이 없었던 상속인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일이 없도록 할 수 있다.
손자들의 대학 학비를 지급하고 싶은 조부모는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손자들 대학 입학 시기에 맞춰 학비를 지급할 수 있고, 성년이 되는 시점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게 할 수 있다.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식이 있을 경우 그 자식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고, 병원비나 생활비가 추가적으로 들어갈 경우에도 지급할 수 있도록 정할 수 있다. 자녀가 일정한 나이에 이를 때까지는 금원을 지급하지 않고, 어느 정도 재산을 모아서 자립능력이 됐다고 할 때 목돈을 주는 내용으로 정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가족들의 상황에 맞춰 개별적으로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희망 씨는 사망보험금 6억원을 9년간 매달 300만원씩 자식의 생활비와 교육비로 지급하게 하고, 대학에 입학 때에 1억원, 졸업할 때에 2억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했다. 앞으로 김희망 씨는 자신이 이 세상에 없다고 하더라도 자식에게 엄마의 사랑을 계속 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상속재산을 이렇게 살아있을 때 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피상속인들에게는 축복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재산상속은 죽기 전에 미리 유언이나 신탁을 통해 분명히 정리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피상속인의 유산 정리에 관한 좋은 방법으로 많이 선택될 것이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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