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비슷한 수준…임원 승진 줄여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초점
경영진단실 신설, 컨트롤타워 복원될까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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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내년 사장단 및 정기 임원 인사를 모두 마친 가운데 일각에서 기대했던 과감한 인적 쇄신은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복합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경영진단 기능을 부활시킨 부분은 눈에 띄는 변화다.
한종희,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투톱 체제를 복원하고 이들에게 더 많은 직책을 부여하는 등 안정화 속에서 혁신을 꾀했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의 기대만큼 혁신의 의지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위기론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사업 경쟁력 조기 회복이 내년 삼성전자의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5년도 삼성전자의 사장단 및 정기 임원 인사는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진행됐다. 사장 승진자는 총 2명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위촉업무 변경 등을 포함하면 9명 수준으로, 지난해 5명 대비 눈에 띄게 크지 않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부회장단인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장 등을 모두 유임시켰다.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되레 승진 규모를 줄였다. 137명의 승진자 수는 2017년 5월 90명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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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규모는 줄었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반도체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는 확연히 보여줬다.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하면서, 올해 5월 '구원투수'로 투입된 전영현 부회장에게 맡긴 게 대표적이다.
전 부회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전 부회장이 등판 직후 처음 한 일도 HBM 사업 개편이었다. 메모리 사업부 산하 HBM 개발 조직을 HBM 전담 총괄 조직으로 격상시키고, 개발만 전적으로 담당하는 HBM 개발팀도 신설하기도 했다.
기술력 강화와 동시에 엔비디아 등 고객사 확대 역시 주요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당장 4분기 내 5세대 HBM인 HBM3E 8·12단 제품에 대한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검사) 통과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내년 하반기 양산 목표인 HBM4(6세대)부터는 경쟁사보다 한발 빠르게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탑재해 고객맞춤형 트랜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단 계획이다.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이번에 DS부문 내 경영전략담당 보직도 신설해 풍부한 사업 운영 경험을 갖춘 김용관 사장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미국통'인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과 '기술통'인 남석우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을 배치한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선단 공정의 안정적인 수율 확보와 고객사 확장을 통해 적자 행진을 끊어 내는 게 가장 시급하다. 현재 반도체 사업의 부진한 실적 배경에는 파운드리의 대규모 적자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2022년 가장 먼저 차세대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여전히 3나노 이하 공정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TSMC로 선회하는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역시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진만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이 글로벌 빅테크를 상대로 고객을 늘리고, 남석우 CTO는 수율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1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전하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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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부회장의 선결 과제는 AI 시대에 맞는 혁신적인 가전제품 개발이다. 특히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가전 기업들을 따돌릴 과감한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 로봇청소기 1위 기업 로보락은 최근 세탁건조기까지 공식 출시하며 종합가전회사로 성장하겠다고 공언했다. 1분기에는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전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유임 발표 다음 날인 28일 첫 공식 일정으로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의 프레스 컨퍼런스 무대 준비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품질을 혁신하고 고객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도전 과제도 생겼다. 이번 인사에서 한 부회장은 신설된 품질혁신위원장도 겸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버즈3 프로 하자 논란, 갤럭시 Z폴드 스페셜 에디션(SE) 출시 지연 논란 등 여러 품질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삼성글로벌리서치 내에 경영진단실이 신설되고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 대표적인 '전략통'인 최윤호 사장이 수장으로 선임되면서, 내년에는 그룹 컨트롤타워가 재건될지도 관심사다.
미전실의 핵심 기능 중 하나였던 경영진단팀은 미전실 해체 전까지 그룹 전반의 경영 진단과 각 관계사의 감사 및 경영 컨설팅 등의 역할을 수행해 그룹 내 '저승사자'로 불렸다.
국정농단 사태로 미전실이 해체된 이후 각 계열사에서 자체 감사와 경영진단을 하고 있으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재계에서는 향후 미전실과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를 복원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조직개편 등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인사만 놓고 보면 삼성이 컨트롤타워 복원을 위해 시동을 건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이투데이/박민웅 기자 (pmw7001@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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