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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英서 핫도그 팔아 400억 번 ‘이 남자’...실리콘투 투자받고 K뷰티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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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분식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한국 길거리음식 메뉴(마구로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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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다. 이걸 들고 외국, 특히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팔아보면 어떨까? 실제 이를 실행에 옮긴 이가 있다. 결과는? 3년 전 1호점을 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현지에서는 1개 당 4~5파운드(약 7000원~9000원)에 파는데 하나 먹으려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할 정도다. 게다가 현지 고객이 대부분이다.

한달 매출은 올해 12월 기준 7개 매장, 모두 합쳐 20억원 이상, 연간 300억원을 바라볼 정도가 됐다. 영국 현지에서 성업중인 한식당 ‘분식(Bunsik)’ 얘기다. 상호명처럼 한국식 핫도그는 물론 김밥, 라면, 떡볶이, 잡채 등 다양한 길거리음식 메뉴를 취급한다.

창업자는 누구?
창업자는 조재호 대표.

매경이코노미

조재호 마구로그룹 대표(마구로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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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출신으로 학창 시절엔 미대생을 꿈꿨다. 고등학교 때 입시미술을 준비하던 그는 막상 진로를 고민할 때 쯤 ‘이 길이 맞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좀더 크고 넓은 세상에서 남들이 안 하는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 생각에 그러려면 영어 쓰는 선진국을 가야 하는데 미국은 집안형편, 까다로운 출국 수속 등 여러 사정 상 힘들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출국이 용이한 영국을 낙점했다.

고3 수능을 마친 시점. 그는 어머니께 대학 합격했으니 등록금을 내야한다며 받은 돈으로 무작정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어 한마디 못하던 때였다.

런던공항에 내려서부터 머리에선 쥐가 내렸다. 너무 막연해서다. 우선 생계를 꾸려야 했기에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허드렛일부터 시작했지만 당시에도 영국 물가는 높은 수준이라 웬만한 아르바이트로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빠듯했다. 그래서 좀더 시급이 높은 곳을 찾다 생선 하역장까지 흘러들어갔다. 새벽부터 박스를 나르고 생선을 다듬어야 하는 고된 일이었다. 힘든 만큼 일단 살림살이는 안정화됐다. 좋은 점도 있었다. 노동 중에 늘 틀어놨던 라디오를 듣고 현장에서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빠르게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었다.

이렇게 1년여를 보내며 본인이 원하는 현지 대학에 합격했다. 생선 하역장 일은 수업 시간 맞추기 버거워 그만뒀다. 학업과 생업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 그러면서 생선 하역장 정도의 수입원을 찾아야 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월세방이었다. 그도 월세를 내면서 생활하는데 사실 다른 소일거리와 학업을 병행하자니 늘 주머니가 빠듯했다. 이때 그는 ‘차라리 그러면 큰 집을 하나 빌려서 유학생들에게 월세를 놓자’는 생각을 했다. 그길로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방 3개, 큰 거실이 있는 집을 하나 빌렸다. 방 하나에 2명이 쓸 수 있게 꾸미고 유학생들을 받았다. 예상대로 생활비 이상이 임대수익으로 나왔다. ‘이럴 거면 여러 집을 빌리면?’이란 계산이 나왔다. 이후 7채 이상을 빌려 월세방 사업을 하며 남들과 다르게 여유로운(?) 대학 시절을 보냈다.

대학 졸업할 때 쯤 그는 런던 시내 부동산 가격이 계속 급등하면서 렌트비가 올라가는 걸 보고 또한번 생각을 바꿨다. ‘이럴 거면 차라리 집을 사자’라고 해서 금융권에 대출을 받으러 갔다. 상대편은 모기지 브로커였다. 대출 상담을 하다가 우연히 브로커의 삶을 알게 됐는데 부동산 동향을 훤하게 아는 데다가 보수도 높았다.

그래서 집을 사서 세를 놓는 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밤에는 모기지 브로커 자격증 공부를 했다. 2년 여만에 자격증을 취득하며 그는 또한번 인생 전기를 마련한다.

“브로커 일을 하면서 영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한 거리 일대를 한 건물주가 갖고 있다거나 국내외에 걸쳐 부동산에 투자하는 거부(巨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이 사이에서 틈새시장도 보였고요.”

요식업에 눈을 뜨다
매경이코노미

영국 맨체스터 ‘분식’에서 줄 서서 주문을 기다리는 현지 고객(마구로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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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생활을 하면서 그는 매물로 나온 허름한 집은 직접 매입해 리모델링 후 보다 높은 가격에 파는 식으로 돈을 모았다. 더불어 대형 건물주와 상담하면서 목은 좋은데 건물이 허름해서 잘 나가지 않는 상가도 여럿 알게 됐다. 일본 음식을 좋아하던 그가 그중 한 상가를 임차해 시범 삼아 차려본 것이 일식집 ‘마구로(2009년 설립)’다. 지금의 조 대표 회사명 ‘마구로그룹’이 이런 사연 때문에 정해지기도 했다.

“항상 나만의 멋진 레스토랑 하나쯤 가지고 싶었던 꿈이 있었는데, 그 당시 런던에 일식 붐이 일고 있었어요. 마침 목 좋은 자리에 아주 좋은 조건에 상가가 나와 있었어요. ‘매일 공짜로 비싼 일식을 먹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 일식당을 열었습니다. 가게명도 직관적으로 지었어요. 바다에서 가장 비싼 생선이 참치입니다. 그래서 일식당 이름을 ‘마구로’로 지었습니다. 규모는 작았지만 가치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오픈 직후 비틀즈의 폴 메카트니가 단골이 됐어요.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찾아주고 있어서 저희 일식당엔 폴메카트니만의 메뉴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부동산은 물론 식자재 유통, 인력 운영(HR) 등에 눈 뜨게 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다양한 사업 시도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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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차와그릴, 분식 등 다양한 F&B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마구로그룹(마구로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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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국은 높은 물가와 더불어 인건비, 식자재 조달 등에서 외지인이 사업을 하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조 대표도 ‘멘땅에 헤딩’ 성격이라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고.

“원칙을 세웠어요. 가성비(Value for money)입니다. 요식업이든 다른 패션뷰티 소매점포를 하든 고객은 자신이 지불하는 것보다 더 나은 가치를 얻는다고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게 사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제게 사업이란 마진을 남기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이 마진을 제품의 가격을 올려서 마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내실, 시스템으로 관리해 좋은 결과물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손님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 전세계 도처에서 비슷한 품질의 식자재를 가장 싸게 조달하려 보세창고부터 구했고요. 이익이 벌리는 대로 센트럴키친(자체 식자재 생산가공 공장)에 대규모 투자도 했어요. 핫도그 사업, 쉬워 보이죠? 여기에도 가성비 공식을 적용했어요. 한국식보다 현지인들이 더 좋아할 만하게 옥수수를 가미해 업그레이한 ‘콘도그’를 개발했어요. 그걸 또 가성비 있게 팔았죠. 다른 곳에선 그냥 한국식 핫도그도 하나에 6~8파운드 해요. 저희는 이보다 1~2파운드 싸게 만들어 팔지요. 이러니 손님들이 줄을 서는 겁니다. 오픈 후 지금까지 250만개 정도의 콘도그(핫도그)를 팔았어요. 런던 인구가 1000만명인 걸 감안하면 런던 시민 4명 중 한명은 콘도그를 먹어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죠.(웃음)”

12월 기준 마구로그룹은 일식집 ‘마구로’, 한국식 고깃집 ‘고기(GOGI)’와 ‘불고기(Bullgogi)’, 분식, 이태원버거앤치킨, 포차와그릴(POCHAWA GRILL) 등 직영점 17개, 올해 매출 480억원을 내다보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화장품에 눈을 뜨다
물론 조 대표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코로나19 창궐로 강제로 레스토랑 문을 수차례 닫아야 해서다. ‘셧다운’ 때마다 매출은 0이 됐다. 그럼에도 사람을 줄이지 않고 버텼다. 대신 이때 소비자 행동 패턴을 좀더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외출은 못하지만 집에만 있을 때 피부관리에 눈 뜬 현지 고객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아내의 권유로 식당 옆에 화장품 매장을 열어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부가 매출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여러 화장품 회사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봤다. 그중에서 바로 답신이 온 곳은 ‘네이처리퍼블릭’이었다. 그길로 영국 판권 계약을 하고 대박난 ‘분식’ 자리 옆에 매장을 열었다. 가설은 맞아들어갔다. 실제 K푸드를 즐기러 온 고객이 인근 K뷰티 매장을 들러서 상품 구매를 했다. 조 대표는 한국의 올리브영을 보면서 ‘만약 좀더 다양한 브랜드를 소개한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한국 여러 K뷰티 기업을 만나봤다. 영국의 낯선 사업자가 K뷰티 편집숍을 한다고 하니 반응은 냉담했다. K뷰티 전문업체도 아니고 수출 물량도 적어서다.

실리콘투를 만나다
이런 상황에서 수소문 끝에 다양한 K뷰티 제품을 해외에 소개하고 수출대행까지 하는 글로벌 벤더사 ‘실리콘투’를 알게 됐다. 조 대표가 원하는 브랜드들을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었다. 실리콘투 입장에서도 조 대표는 필요한 사람이었다. 유럽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여전히 강한데 현지 부동산, 리테일 정보가 부족한 실리콘투 입장에서는 영국 현지 파트너랑 손잡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는 “조 대표와 처음엔 몇 번 거래해보다가 잠재력이 뚜렷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며 “만난 지 두 번째만에 조 대표의 화장품 리테일 자회사(Made by Nature Ltd)에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흔쾌히 받아줬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리콘투는 올해 11월 100만 파운드를 투자, 마구로그룹 산하 K뷰티 현지 유통법인 지분 30%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모이다(MOIDA)’란 이름의 K뷰티 편집숍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실리콘투의 글로벌 소싱, 물류, 현지 마케팅 역량 등을 이식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했다”며 “웨스트필드 런던에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단독 매장을 ‘모이다’ 1호점으로 리뉴얼하고 내년 3월 2호점을 곧이어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런던 외 맨체스터 등으로도 진출할 청사진도 그려놨다.

“내년 5월 영국 맨채스터에 영국에서 가장 큰 한식당 등 복합문화공간 오픈을 준비 중입니다. 더불어 저는 분식을 맥도날드처럼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 음식으로는 아직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많지 않은데, 분식의 경우 저희 노하우로 한국음식을 런던에서 세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영국 내 프랜차이즈 사업도 준비, 내년 상반기 프랜차이즈 1호점이 드디어 문을 엽니다. ‘분식’이란 이름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 마스터 프랜차이즈(해당 국가 사업권) 협의도 진행중입니다. 전세계 어디에서든 맥도날드 매장을 볼 수 있듯이 분식을 전세계인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여기에 K뷰티를 얹으면 K컬처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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