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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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지적장애인에게 하루 14시간씩 일을 시키고 1억원에 가까운 임금을 착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식당 사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경선 판사는 지난달 21일 준사기,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60)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중식당 사장인 A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지적장애인 B씨(52)에게 하루 약 14시간씩 주 6일 동안 식당 청소와 포장 등 일을 시킨 뒤 임금 9000여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2018년부터 친동생이 운영하던 또 다른 중식당에서 일하던 B씨는 그해 12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뇌 손상을 입어 사회연령 8~9세 수준의 중증 지적 장애와 청각 장애를 갖게 됐다. 2020년 동생이 사망하자 A씨는 이듬해 B씨를 자신의 식당에 데려와 일을 시켰다. A씨는 B씨를 월세 30만원 정도인 식당 지하공간에서 생활하게 했고 월급은 20만원 정도만 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식당 손님들의 음식값을 B씨 이름의 계좌로 받아 수입에 대한 세금 신고를 하지 않고(금융실명법 위반), B씨의 체크카드와 통장에서 현금 1541만원을 인출하고 자신의 계좌로 122만원을 이체(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및 절도)한 혐의도 받는다. B씨 계좌에서 인출한 돈에는 B씨에게 지급된 기초수급비와 장애인수급비가 포함돼 있었다. B씨는 그의 가혹한 생활을 목격한 사람의 신고로 A씨로부터 벗어났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임금에서 세 끼 식사시간 3시간은 공제돼야 한다”, “인출한 돈으로 B씨의 숙소 물품을 구입하고 병원비도 대납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 판사는 “피해자는 아침식사 준비부터 먹는 것까지 약 30~40분 안에 끝냈고, 점심식사는 약 20분 동안 한 뒤 곧바로 다시 일을 했고, 저녁식사는 영업이 끝난 이후에 먹었다고 진술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자신에게 기초수급비 등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나 피고인이 피해자 명의 계좌에서 돈을 빼서 쓴다는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 명의 계좌의 돈을 피해자를 위해 사용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권 판사는 “피고인은 수시로 피해자에게 욕설하고 때리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식당에서 장시간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조차 표현하지 못하고 일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어 동일한 액수의 임금을 받을 수 없고, 자신이 피해자를 데려와서 돌보았다는 등의 진술을 하면서 자기 행동에 대해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27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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