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수출 증가율 1.4%로 올해 들어 최저…"기저효과 소멸 등 영향"
대미·대중 수출 마이너스 전환 등 우려…"새로운 방향성 잡아 실력 발휘할 시기"
선적 및 하역작업 중인 부산항 신선대 부두 |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와 수출 기저효과 소멸 속에서도 11월 한국 수출이 14개월 연속 플러스 성적표를 받았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수출 주력인 반도체가 역대 11월 중 최고 수출 기록을 다시 쓰며 한국 수출을 강하게 이끌고 있어 연말까지 수출 우상향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통상정책을 예고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수출 증가율이 4개월 연속 둔화하고, 대미·대중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점 등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 韓 수출, 반도체 11월 최대 실적에 14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1월 한국의 수출은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4% 증가한 563억5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11월 중 최대 실적이자 작년 10월 이후 1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 기록을 이어간 것이다.
무역수지 역시 56억1천만달러 흑자로, 작년 6월 이후 1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계속하면서 수출이 내수 부진 등으로 고전하는 한국 경제를 이끌고 가는 원동력임을 증명했다.
11월에도 수출 최대 품목인 반도체가 역대 11월 중 최대 실적인 125억달러를 수출하며 한국 최대 수출 품목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반도체는 11월 한국 전체 수출의 22%를 혼자 담당했다.
반도체에 이어 수출 효자로 꼽히는 자동차는 작년보다 13.6% 줄어든 56억달러를 기록했다.
11월 초 주요 자동차 부품 업체의 파업과 임금·단체협상 지연으로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 자체가 감소했고, 11월 말 폭설과 강풍 등 기상 악화로 수출 차량 선적이 지연되면서 수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서 수출 대기 중인 완성차들 |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 순수 전기차 수출은 51.6% 감소했으나, 대안으로 주목받는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5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가 중시하는 15대 수출 주력 품목 가운데 반도체(30.5%), 컴퓨터(122.3%), 선박(70.8%), 바이오헬스(19.6%), 철강(1.3%) 등 5개는 수출이 작년보다 늘었다.
그러나 자동차(-13.6%)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8.0), 디스플레이(-22.0%), 무선통신기기(-3.3%), 일반기계(-18.9%), 석유제품(-18.7%), 석유화학(-5.6%), 가전(-13.9%), 섬유(-3.8%), 이차전지(-26.3%) 등 10개는 감소했다.
조익노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11월 수출이 기저효과 소멸과 자동차 업계 파업 및 기상악화에 따른 선적 차질 등 요인에도 14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며 "연말까지 수출 우상향 모멘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수출증가율 11.0%→7.5%→4.6%→1.4% '둔화'…대미·대중 수출 '마이너스'
14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11월 일부 무역 지표를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1월 수출 증가율은 1.4%로 작년 10월 수출 플러스 전환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세가 이어진 지난 14개월 동안 수출 증가율은 올해 1월 18.2%로 최고점을 찍은 뒤 등락을 반복하다가 7월 13.5%에서 8월 10.9%로 꺾인 뒤 9월 7.1%, 10월 4.6%, 11월 1.4%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이는 작년 10월부터 한국의 수출이 본격적으로 반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으로,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11월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부정적인 지표로 인식된다.
대중 수출은 113억달러로 5개월 연속 11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나 작년보다 0.6% 줄면서 9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고, 대미 수출은 104억달러로 3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넘겼지만, 작년보다 5.1% 줄면서 15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이 끊겼다.
대중 수출의 경우 중국 경제 침체 영향이, 대미 수출은 자동차, 일반기계 수출이 둔화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11월 이 같은 지표가 돌출하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쉬지 않는 수출항 |
실제로 당국과 연구기관 등에서는 최근 수출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3분기 수출 물량 감소를 고려 요인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한은은 발간한 보고서에서 "향후 우리 수출은 글로벌 AI 투자가 이어지면서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자급률·기술경쟁력 제고와 시장점유율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증가세는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5일 펴낸 내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가 실제로 부과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8.4∼14.0%(약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여파로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도 약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작년 4분기부터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높은 증가율 유지했기에 증가율 둔화는 일면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당장 미 대선 이후 구체적인 무역 통상 조치가 취해진 것도 아니어서 당분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다만 "이제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라는 챕터는 마무리되고 새로운 방향성을 잡아나가며 정상 실력을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는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서버 등 수요가 늘어나는 환경, 자동차는 한국보다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구조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며 "대중 수출의 경우도 아이폰 카메라 등 부품기지를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는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이미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이전한 경우도 많아 단순히 대중 수출을 숫자만 보고 일희일비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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