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체불해도 노동자가 원치 않으면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는 현행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
직장인 절반 이상은 반복되는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자가 체불을 이유로 한 사업주 처벌을 원치 않는 때엔 정부가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 불벌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열에 넷(39.4%) 꼴로 임금체불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금 체불 경험자 넷 중 한 명(25.1%)은 회사를 그만두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16.8%는 ‘모르는 척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119가 지난 9월 초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직장인들은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임금체불 사업주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아서’(65.7%)를 꼽았다. ‘사업주가 지불 능력이 없어서’라는 응답은 26.4%에 그쳤다. 지난달 직장갑질119 오픈 카카오톡엔 “15명 정도 일하는 회사인데, 직원마다 평균 3개월, 길면 1년 이상 임금이 체불돼 있다. 이미 많은 직원이 퇴사하고 노동청에 신고했는데 사장은 재직자들에게 ‘퇴사해서 신고한 사람은 돈을 주지 않고 있다’고 자랑하듯 말한다”는 상담이 올라왔다.
이에 따라 임금체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 변화로는 ‘임금체불 신고 뒤 합의해도 사업주 처벌’을 꼽은 이가 55.5%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체불임금 지연이자제를 모든 임금체불에 적용’(36.1%),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에서 5년으로 연장’(33.5%·중복 응답) 등이 꼽혔다.
현행 제도는 임금 체불 때 사업주 처벌 조항(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두면서도 노동자가 체불 사업주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 불벌죄를 적용하는데, 이는 갑의 위치에 선 사업주가 을인 노동자의 처지를 악용하는 데 쓰여 ‘사용자 면죄부’로 작동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실제 지난해 임금체불 신고 18만2487건의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비율은 12.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개정돼 2025년 10월23일부터 시행되는 근로기준법은 2번 이상 처벌을 받아 명단공개 대상이 된 사업주가 또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나, 여전히 빈 공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주희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개정안은 반의사불벌죄를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적용하지 않도록 해 실효적인 대책이 될지 우려스럽다”며 “이번 개정안 보완해 효과적인 임금체불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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