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 /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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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10월 31일 A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4월 25일 오후 4시 35분쯤 서울 서초구에서 운전하며 편도 5차로 중 2차로로 가다가 3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다른 승용차와 충돌했다.
당시 A씨는 종합보험에 가입된 상태였기 때문에 범칙행위를 일으켰으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처벌을 면했다. 특례법 4조는 뺑소니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종합보험 가입 운전자를 사고를 이유로 형사 처벌할 수 없다고 정한다.
하지만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근거해 진로변경방법 위반을 이유로 A씨에게 그해 5월 범칙금 3만원의 통고 처분을 하고 벌점 20점을 부과했다. A씨는 범칙금을 냈다가 한 달 뒤 “벌점은 부당하다”며 돈을 돌려받은 후 다시 범칙금을 내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범칙금 미납을 이유로 즉결심판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정식 재판에서 다투라는 취지로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법에 따라 A씨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A씨를 약식기소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면책 조항으로 처벌을 면하게 되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범칙금 납부 대상이 되고, 납부하지 않으면 경찰서장이 즉결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종합보험에 가입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못하는 경우, 그 과실 행위에 따른 도로교통법 위반으로도 기소할 수 없는지였다.
1심은 벌금 1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정상을 참작해 형을 선고하지 않고 이후 일정 기간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처벌을 면하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2심은 검찰의 기소가 위법하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기소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따로 빼내어 기소한 것은 부당하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조치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도로교통법에 따른 교통사고 및 도로교통법규 위반행위 처리 절차, 범칙금 통고처분의 요건,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기소 절차는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거기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취지에 반하는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도로교통법은 별개의 법이며, 경찰과 검찰은 도로교통법 위반자가 범칙금을 내지 않는 경우의 처리 규정에 따라 절차적으로 적법하게 사건을 처리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과 같은 경과실의 경우에 곧바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범칙금 부과 처분을 한 뒤 그 범칙금을 납부하면 기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A씨는 범칙금을 납부했다가 벌점이 부과됐다는 이유로 범칙금을 회수했으므로, 약식기소될 수밖에 없었다”며 “검사가 처음부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소권을 남용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별도 기소한 것이 아니라, A씨가 범칙금을 회수함으로써 기소됐다는 점에서 공소제기절차가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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