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하는 쪽에서도 걸러지게
투자사기 유인 스팸문자 실제 사례. 금융감독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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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A씨는 올해 2월 '비상장사 주식을 공짜로 주겠다'는 문자를 보고 낯선 사람과의 연락을 시작했다. 상대방은 각종 보도자료와 사업설명서, 심지어 한국거래소가 발급한 것처럼 보이는 상장청구심사승인서까지 보여줬다. 얼마 뒤 자신을 대기업 직원이라 소개한 B씨가 전화해 회사가 해당 주식을 매집 중이니 최대한 많이 사두라고 했다. B씨는 "대기업이라 1억 원 이상 매입해야 한다"며 비상장주식 1,000만 원어치를 산 A씨에게 추가 매입을 종용했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A씨 사례와 같은 스팸문자로 인한 금융투자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더욱 정교화한 차단 방안을 마련해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자 유인 불법스팸 신고는 6,067만 건으로 지난해 하반기(673만 건)에 비해 무려 8배 증가했다. 문제는 이런 스팸문자가 실제 금융투자 사기 피해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데 있다. 실제로 1~7월 금감원 접수 민원 중 스팸문자는 투자사기 유인 수단의 약 15%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금감원과 KISA, 이통 3사는 2단계에 걸친 스팸문자 차단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첫 단계는 스팸문자를 발송하는 것으로 파악된 번호는 6개월간 대량 문자 발신을 차단시키는 것이다. KISA는 지난해 8월부터 다량 신고·접수된 불법스팸 발신번호를 대량 문자 발송사업자에게 제공해 해당 번호를 이용한 문자 발송이 일괄 차단되도록 '블랙리스트 제도'를 운영 중인데, 금감원과 KISA는 이번에 스팸문자 약 2만 개를 분석해 불법 금융투자 키워드가 포함된 문자를 발송한 번호도 블랙리스트에 넣기로 했다.
다만 이 방식으로는 해외 발송 문자를 걸러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금감원과 KISA는 이통사들과 협업해 통신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문자 스팸 필터링 서비스에도 불법 금융투자 키워드를 반영하기로 했다. 알뜰폰도 대상에 포함되며, 해당 서비스는 휴대폰 개통 시 자동 가입된다. 스팸문자의 발신과 수신 양쪽을 동시에 차단해 빠져나갈 구멍을 줄이겠다는 방책이다.
금감원은 올해 10월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새 차단 방식이 투자 유인 스팸문자 약 20%를 추가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키워드를 활용한 방식이라 특수문자나 공백 등을 이용해 차단을 우회할 우려도 제기됐으나, 이 경우 문자 내용과 형식이 상당히 조잡해지기 때문에 속는 사람이 적을 것으로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키워드를 지속 수정·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방식이 안착되면 이후 불법대부업자 스팸문자 차단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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