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사 항공기가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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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20년부터 밟아온 합병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통합 대한항공이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지위로 올라설 거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마일리지 통합 비율 산정 및 독과점에 따른 항공권값 인상 가능성 등은 우려요인이다.
◆EU 승인 얻었지만…양사 간 마일리지 통합은?
1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 28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위한 선결 요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심사하며 최종 승인을 내렸다. EC로부터 승인을 얻으면서 미국 법무부(DOJ) 역시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 사실상 승인이 완료된 것과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편입하지만 앞으로 약 2년가량은 각자 독립적인 운영 기조를 보일 방침이다. 따라서 해당 기간 동안 양사의 점진적인 마일리지 통합 과정을 통해 비율을 책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양사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제출·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2019년 말 기준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등가(동일 가치)’ 통합을 거론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점이다. 시장이 측정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비율은 1.5대 1 수준이다. 신용카드 적립 시 대한항공은 이용금액 1500원당 1마일리지를,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유관기관 등과 협의해 합리적인 수준의 마일리지 통합 비율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측은 “고객에게 양사 마일리지 간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환비율설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고려해 전문 컨설팅 업체와 긴밀히 협업해 전환 비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젠 대형 항공사 하나뿐…운임상승 어쩌나
양사 간 합병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대한항공은 국내 유일한 대형 항공사 지위를 얻었다. 대한항공을 견제할 수 있는 대형 경쟁 항공사가 사라진 셈이다. 1969년 출범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첫 비행을 시작한 1988년까지 19년가량 유일무이한 항공사로 군림한 바 있다.
자연스레 독과점에 따른 운임상승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항공대 연구팀의 ‘우리나라 대형항공사 통합 이후 항공산업 생태계 변화 전망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에 산하 저비용항공사(LCC)의 합병까지 마무리될 경우, 국제선 여객수송 점유율이 73%까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 자칫 운임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소비자 입장에선 두 대형항공사와 LCC 통합에 따른 중복 노선 통폐합으로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공정위는 2022년 양사의 합병을 승인하며 향후 10년 동안 운임 인상 제한, 좌석 공급 축소 금지 등의 조처를 내렸다. 다만 10년 이후는 운임 및 좌석 공급과 관련해 자율성이 확보되는 만큼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복 노선 통폐합 작업 과정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축소된 상태”라며 “대한항공에 대해 국내에 견제할 수 있는 대형항공사 자체가 없기 때문에 향후엔 가격 및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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