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알레포 장악
AP “반격 거의 없어…수 년 동안 계획한 듯”
알레포는 ‘혼란’…수천 명 대피도
시리아 반군 대원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포스터를 찢어 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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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반군이 8년 만에 제2의 도시 알레포를 장악하며 시리아 내전이 확대 갈림길에 섰다. 반군은 이들리브, 하마 등 주변 도시와 주요 거점도 손에 넣으며 근래 가장 큰 국면 전환을 만들어냈다. 시리아 정부군은 병력을 재정비해 반군을 다시 몰아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P통신·알자지라에 따르면, 전쟁 감시 단체 ‘시리아 인권 관측소’는 시리아 반군 중 가장 규모가 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이날 시리아 알레포를 점령했다고 밝혔다. 반군도 자신들이 알레포를 비롯해 이들리브, 하마 등 3개 도시와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반군은 정부 기관, 교도소, 알레포 국제공항과 같은 주요 시설과 마을 수십 개를 확보하고, 수도로 연결되는 고속도로에 접한 전략적 요충지도 확보했다고 추정된다.
반군은 공항, 경찰서, 도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알레포 성채 등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이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포스터를 떼어내 밟고 불태우는 장면이 담겼다. 반군은 알레포에 지난달 30일 오후 5시부터 24시간 통행 금지를 선포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HTS는 다른 군소 무장조직과 힘을 합쳐 병력 수천 명을 동원해 공세를 벌였다. 이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 알레포와 이들리브로 진격했으며, 공세 4일 만에 이와 같은 성과를 올렸다. AP는 “반군은 정부군의 반격에 거의 부딪히지 않고 이동했으며, 수년 동안 계획된 공세로 보인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당국자들은 반군의 공세가 정부군의 공격을 막고 민간인을 돌아오게 하는 제한적인 수준으로 계획됐으나 정부군이 후퇴하면서 확대됐다고 AP에 전했다.
시리아 반군 대원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알레포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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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전쟁 국면에서 반군이 알레포를 탈환한 건 8년 만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반군에게 알레포를 빼앗긴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밤 “테러리스트에 맞서 안보와 영토를 지키겠다”며 공세가 아무리 강해지더라도 물리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군도 “알레포에서 병력을 임시 철수했다. 반격을 준비하며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군을 재편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군이 후퇴하거나 이탈했다는 보도를 반박하며 “알레포와 이들리브 전선에서 여러 방면으로 광범위한 공격이 시작됐고 100㎞ 넘는 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부군에 따르면 반군은 알레포 대부분 구역에 진입했지만 기지나 검문소를 구축하진 못했다.
이날 알레포 탈환으로 시리아 내전이 확대 기로에 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탈환은 수년 만의 가장 급격한 국면 변화로 평가된다. 시리아에선 2011년 내전이 발발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이 2015년 승리하는 것으로 일단락되긴 했으나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다. 알레포는 2016년에도 수개월 동안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당시 반군은 알레포를 점령했으나 러시아, 이란 등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의 공세에 밀려났다. 반군은 2017년 하마 탈환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시리아 반군과 주민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알레포의 알바셀 광장의 조각상 앞에 서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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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포도 혼란에 빠졌다고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알레포는 거의 정지 상태에 빠졌고, 많은 주민이 두려워 실내에 머물렀다. 반군 대원을 환영하고 껴안은 주민도 있었고, 일부 반군은 주민을 안심시키려 하며 빵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반정부 운동가인 한 알레포 주민은 반군이 점령한 알레포에 돌아와 “알레포가 해방되리란 믿음이 있었다”며 “사람들에게 반군에 대한 두려움을 심은 것은 정권”이라고 NYT에 말했다. 시리아 동부 쿠르드족 자치구역의 행정 당국은 알레포에서 전투를 피해 온 이들이 약 3000명이라고 밝혔다.
알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 이란, 헤즈볼라 등이 각자 전쟁 때문에 시리아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틈새로 반군이 공세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군이 공세를 시작한 지난달 27일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이 발효된 날이기도 하다. 알아사드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러시아, 튀르키예, 이란 등 주변국은 대응을 논의했다. 러시아는 이날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알레포에 공습을 가했다.
HTS는 시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반군 조직으로 꼽힌다. 과거 알카에다와 연계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독립적으로 활동한다고 주장한다. 자체 이슬람 국가 수립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HTS와 합세한 무장조직 일부는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알레포는 시리아 내전 이전까지만 해도 인구 약 300만명의 경제 중심지였다. 반군과 정부군이 알레포를 두고 격렬히 대립하며 도시가 상당 부분 파괴됐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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