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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단독]쿠팡CFS, ‘퇴직금 체불’ 수사 감독관 기피 신청···결과는 ‘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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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CFS, 수사 강화에 감독관 진정·기피 신청

노동청 “권한 남용 없었고 조사 적법” 불수용

“대기업의 감독관 진정, 수사기관 압박 우려”

경향신문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송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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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의혹을 수사하는 근로감독관에 대해 ‘권한을 남용한다’며 진정과 기피 신청을 제기했다가 노동청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대기업의 이 같은 민원이 근로감독관의 수사에 사실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쿠팡CFS는 지난 3월27일 퇴직금 미지급 의혹을 조사 중인 부천지청 근로감독관을 대상으로 진정과 기피 신청을 제기했다.

노동부는 쿠팡CFS가 “조사 과정에서 권한을 부당하게 남용하거나 관계 법령을 위반해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며 “위법·부당사항 시정을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김 의원실에 설명했다.

쿠팡CFS는 또 해당 근로감독관의 조사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상 ‘근로감독관이 불공정한 조사를 했거나, 불공정한 조사를 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구체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기피 신청을 냈다.

노동청은 지난 4월 중순쯤 쿠팡CFS의 진정과 기피신청을 각각 기각·불수용했다. 노동청은 진정에 대해 “집무규정과 노동사건 조사 처리지침에 따라 조사를 실시한 근로감독관이 관계 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피 신청에 대해서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근로감독관은 집무규정과 처리지침에 따라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민원인의 의견을 자의적으로 배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공정한 조사를 했거나 불공정한 조사를 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고 판단했다.

경향신문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송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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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CFS는 지난해 5월26일 취업규칙을 개정해 일용직의 퇴직금 지급 기준을 ‘1년 이상 근무했고, 해당 기간 4주 평균 주당 15시간 이상 일한 경우’로 정했다. 1년 넘게 일해도 중간에 4주 동안 주 평균 15시간 미만 일한 기간이 있으면 계속근로기간이 다시 1일차로 ‘리셋’돼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대법원 판례와 노동부 행정해석은 일용직의 퇴직금 지급을 위해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할 때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기간은 제외하고 계산해야 한다고 본다. 취업규칙 변경 이후 쿠팡CFS와 물류창고를 담당하는 각 노동청에는 쿠팡CFS의 퇴직금 미지급 진정·신고가 다수 접수됐다.

쿠팡CFS가 근로감독관의 적법한 수사에 진정과 기피 신청을 제기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천지청은 접수 사건들을 장기간에 걸쳐 적극적으로 조사하는 편이다. 부천지청은 지난 3월 쿠팡CFS에 취업규칙 변경을 무효로 판단하고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시정지시를 내리기도 했지만 쿠팡CFS는 이행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노동관계법령 위반 의혹이 발견돼 근로감독관이 정당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인데, 대형로펌을 낀 대기업이 압박해오면 근로감독관 개인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쿠팡CFS가 잘못이 없다면 수사기관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조사결과로 떳떳하게 보이면 되고, 잘못이 있으면 시정조치에 따라야 한다는 건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할 원칙”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대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나 특혜가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대기업에 의한 근로감독관 진정이나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 노동부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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